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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마을 Dec 04. 2023

애플쥬스 & 사과즙

*3년전, 아직 막내의 영어가 서툴던 시기 일 입니다



어제 아침, 첫째와 막내가 식탁에 앉아서 아침을 먹으며 쥬스에 대한 대화를 했다. 저녁에 과일 쥬스를 만들어 먹기로 했는데 그 이야기를 하던 끝에 나온 대화는 이랬다.

"형, 쥬스가 영어로 뭐야?"
"쥬스는 원래 영어라서 그냥 쥬스야."
"정말?"
"어."
"그럼 쥬스가 한국어로는 뭐야?"
"즙."
"즙?"
"어. 과일 같은 걸 갈거나 짜서 안에 있는 액체만 걸러낸 걸 한국어로 즙 이라고 해. 애플쥬스를 한국어로 번역하면 사과즙이야."

그 말이 재미있어 테이블을 떠나 아내와 함께 부엌으로 도망쳐서 소리내지 않고 웃었다. 보편적이지 않은 단어를 차용하는 의외성이 재미있어 웃기는 했으나 쥬스를 즙으로 번역하는 게 잘못된 번역은 아니다. 한국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지 않아서 그렇지 단어 자체의 의미로만 보면 더 없이 정확한 번역이다. 다만 애플쥬스를 사과즙이라고 번역하면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재치있는 농담을 하고 있다고 처음에 받아들이겠지. 그런데 첫째는 농담을 한게 아니다. 막내를 놀리거나 장난친게 아니라,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게 말투에서 느껴졌다.

한국어를 일상 생활에서 습득하는게 아닌 한글 학교에서 공부를 통해 습득하다 보니 한국에서 사전적 의미대로 쓰이지 않거나, 외래어를 그대로 채용하는 경우나, 이유는 모르지만 그냥 그렇게 쓰는 표현에 대해 아이들이 간혹 혼란을 겪는다. 어떤게 맞는지 설명하는 건 어렵지 않은데, 그 설명이라는게 대부분 '그냥 그렇게 써' 라는 식이 된다.

아이의 한국어가 좀더 유연해 지려면 한국어로 나누는 대화를 엄마 아빠가 아닌, 또래를 포함한 더 다양한 사람과 주제로 넓혀줘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래서 교포 한국어가 형성되는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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