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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는치료사 Apr 17. 2024

사회성을 높이는 법

자존감 회복하기


불행의 씨앗, 분노


철수가 불같은 분노에 휩싸이면, 고성과 울음이 30분 이상 지속되곤 했었습니다. 2, 3학년 선생님들 모두 이런 모습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기에 상담요청과 약물권유를 직간접적으로 하셨었습니다. 선생님들 마음에 충분히 공감하기에, 죄송했습니다. 부모도 힘든 데 어찌 선생님들께 감정노동을 반강요할 수 있겠습니까?


약물치료를 반대하지만 가장 마음이 흔들렸을 때는 철수의 학교생활이 외로워 힘들어 보일 때입니다. 3학년 담임선생님도 또래와의 추억을 만들지 못하는 것을 가장 마음 아프게 여기셨고, 그렇기에 약물도 생각해 보시는 것이 어떠냐고 몇 번 말씀을 하셨습니다.


부모입장에서는 감정폭발이 자녀를 이상한 애로 낙인을 찍고 천대받는 원인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사회성은 자기 자신에 대항 긍정하는 건강한 자존감이 필요한 일이기에 약물 같은 일시적인 처방으로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존감이 사회성이다.


오은영 박사님이 쓴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를 보면 다음의 구절들이 있습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상처를 받아도 소화시키지만, 낮은 사람은 계속 그로 인해 아프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못해 받는 불이익으로 늘 자신이 피해를 당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만만한 대상인 가족에게 그것을 폭발시킨다."


유년 시절 아버지가 자존감이 낮아서 짜증과 화가 많았고, 그 화를 만만한 가족에게 폭발시켰었다는 것을 위 구절을 통해 알았습니다. 아버지의 낮은 자존감은 아버지를 가족과 멀어지게 하는 원인이었던 것입니다. 수많은 지적과 호통으로 무너진 철수의 자존감 회복이 사회성을 높이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자존감이 높은 이유


저는 비교적 높은 자존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어머니의 사랑이 온전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평생 잔소리 없이 축복과 사랑으로 키워주셨습니다.


"네 자체가 복이다. 넌 축복의 통로다."

"너는 하나님이 보호하신다"

"너는 들어가 복을 받고 나가도 복을 받고 떡반죽 그릇도 복을 받을 거다."


평생 이런 말을 듣고 살았습니다. 독실한 크리스천이신 어머니는 평생 새벽기도에 나가셨고, 아들을 위한 일이라면 금식기도도 마다하지 않으셨습니다.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 축복의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처음에는 "그런가?" 하다가 20살쯤 되니, "나는 그런가 보다."하고 믿어졌습니다. 아내에게 농담 삼아 "긍정 가스라이팅"을 한 십 년 넘게 당했다고 표현할 정도로 어머니는 흔들림 없이 축복하셨습니다.


고등학교 때 마지막 성적이 거의 반 꼴찌였을 때도 어머니는 낙담하지 않으셨습니다. 낮은 수능성적으로 낙망했을 때도, 편입학 시험에 전부 떨어졌을 때도, 미국 교환학생에 떨어졌을 때도, 간절히 입사를 원했던 회사에서 2번이나 불합격했을 때도, 어머니는 결국 잘될 거라고 굳게 믿으시고, 축복해 주셨습니다. 같이 실망하시거나 부정적인 말을 일절 하시지 않았습니다. 평생 단 한마디의 부정적인 말을 안 하셨습니다. 누구라도 우리 엄마의 아들, 딸로 태어나면 자존감이 높을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니처럼, 기도하고 축복하는 아빠가 되어주면 아들의 자존감을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들을 밤낮으로 축복했습니다...


" 우리 아들, 들어가도 복을 받고, 나가도 복을 받고, 떡반죽그릇도 복을 받고, 손대는 것마다 형통하게 해 주세요."


축복의 말은 10년, 20년 쌓여야 굉장한 힘이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결국 두 번의 편입학 도전 끝에 원했던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교환학생선발에도 두 번 도전하여 2학기 동안 미국대학을 다녔습니다.


그리고 여러 회사에 떨어지기도 했지만 결국 대우 좋은 회사에서 원했던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자존감이 높기에 좌절해도 금방 일어설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배우자의 우울증 해결이 먼저다.


아들의 자존감으로 인해 생각이 많을 때, 아내의 우울감 해결이 먼저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아내는 소위 강남 8 학군에서 상대적 가난, 상대적 열등감으로 인한 만성 우울감이 있었습니다.


아들의 엄마가 우울한데 아들이 자존감이 높을 수 있을까? 말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철수는 아내의 배에서부터 세상으로 나왔으니까요. 아내의 우울감부터 해결하는 것이 순서라는 걸 알았습니다. 순서가 정확한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1년 동안 아이들을 돌보며 사과, 수용, 인정의 말들을 많이 했습니다.


처음에는 사과부터 하였습니다. "잦은 짜증으로 힘들게 해서, 돈 번다고 유세 떨어서 미안하다. 집안일이, 아이들 돌보는 일이 이렇게 힘든 일인지 몰라도 너무 몰랐다." 진심으로 울며 사과했습니다.


그리고 수용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자기도 장점도 단점도 있는 인간일 뿐인데, 좋은 점은 당연히 여기고, 안 좋은 점만 지적하고 살았어. 앞으로는 장점은 감사하고, 단점을 수용해 볼게"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다음에는 자존감에 대해 말했습니다. "아들 이전에 엄마가 있는 데 엄마의 자아상이 긍정적이어야 할 것 같다고, 내가 도울께"라고 말했습니다. 진심으로 말할 때마다 아내의 두 뺨에는 눈물이 내렸습니다. 

마음을 괴롭히던 독한 바이러스는 눈물이 되어 빠져나오는 거 같았습니다.


'필링굿'이라는 유명한 인지행동 치료책은 우울증의 자가치료의 바이블 같은 책입니다. 이 책을 보고 우울증을 공부하였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던 아내의 행동들 대부분이 우울증에 해당되어 몹시 놀랐습니다. 그동안 그렇게 아내와 싸웠던 이유들이 전부 우울증 환자에게 있는 10가 인지왜곡 증상에 있었습니다.


"내가 싸운 것은 우울증세였구나..." 허탈하고 허무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았다면 도와줬을 텐데 당사자도 모르니, 그 사람이 그런 줄 알았습니다. "부정적인 사람 만나 인생이 꼬였다" 생각했었습니다. 미안했습니다. 도와달라고 했다면 진작에 도와줬을 텐데... 아내는 자신이 도움이 필요한 상태인지도 몰랐던 겁니다.



지금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는 사랑  


있는 그대로, 못난 그대로 사랑받지 못한 사람은 우울한 정서를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내가 나고 자란 강남, 한국에서 가장 학구열이 심한 이 동네에서는 공부를 못하는 건 비정상이었고, 아내는 비정상인 취급을 받았습니다. 객관적으로 안 좋은 대학을 간 것도 아니지만, 일류 명문대 아니면 실패라는 환경이 주는 메시지가 독한 바이러스가 되어 내면을 오랜 시간 파먹고 있었습니다.


장인어른의 대기업 퇴사와 잇단 사업 실패로 인해 우울한 청소년기와 대학시절을 보내야 했습니다. 아내의 가정형편이 심각하게 안 좋아지기만 했기에 "회사는 다녀야만 한다"는 '해야 한다'식 사고가 강했습니다. 몸에 맞지는 옷 같은 회사에서 심신이 계속 지쳐가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받은 축복을 아내에게 돌려줄 때가 되었습니다. 아내에게 내가 기도해 줘도 되겠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러라 길래 저녁마다 아이들 축복해 줄 때 아내도 같이 해줬습니다.


"우리 아내 들어가도 복을 받고 나가도 복을 받게 하시고, 하는 것마다 형통하게 해 주세요."


아내는 조금씩 회복해 자신의 부정적 신념과 싸우길 택했습니다. 용기를 내서 회사를 관뒀고,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아들도 부정적인 자아상을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믿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좋아하는 성경구절을 필사를 하며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점차 밝아지는 표정 속에서 소망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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