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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르테오 Dec 05. 2023

아쉬운 여행

 최근에 대만 여행을 다녀왔다. 코로나 때문에 가지 못한 꿈만 같던 해외여행을 드디어 갈 수 있게 되었다. 가기 전에도 설레는 마음에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떠나는 날, 서랍 속에 고이 간직했던 여권을 가슴에 품고 인천 공항으로 향했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나는 생각지도 못한 문제에 봉착했다. 대만은 아름다웠고, 여행 자체는 순조로웠다. 정작 문제를 일으킨 건 내 다리였다.


 나는 늘 체력에는 자신이 있었고, 그 체력을 밑천 삼아 많은 관광지를 돌아다니곤 했다. 먼 거리도 지치지 않고 걸어 다니며 관광지의 숨은 곳곳을 눈에 담았다. 체력만큼은 항상 자신했다.


 2016년에 누나와 두 달간 유렵 여행을 갔을 때도 강인한 체력은 많은 경험을 하게끔 도와줬다. 유명 관광지에서 줄을 서도 힘들지가 않았다. 뜨거운 햇빛이 내려쬐었지만 다리는 굳건하게 나를 버티게 해 줬다. 하루종일 돌아다녀도 맥주 한 캔을 마시고 잠을 자면 방전됐던 체력이 100%로 회복했다.


 이러한 여행 습관은 아버지와 함께한 여행에서도 이어졌다. 대만, 태국, 스페인에서 제풀에 지쳐 쓰러지는 여행은 없었다. 오히려 아버지를 원망했었다. 의자에 앉아 쉬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아버지 때문에 못 본 시간과 공간들이 눈에 아른거렸다. 이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는 건 오래 안 걸렸다.


2023년 10월 초에 오랜만에 가게 된 해외여행. 카메라를 들고 대만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데 다리가 비틀거렸다.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걷기 힘들었다. 숙소 침대에 누워 휴식해도 회복이 안 됐다. 체력적인 한계 때문에 내 마음도 같이 꺾여 맥주를 마시며 한탄에 빠졌었다. 최초의 패배, 나의 다리는 한계선에 부딪혔다.


 여행 마지막 날, 카메라 사진들을 정리하다 여행 사진들을 모아 놓은 파일을 보게 되었다. 아버지와 함께했던 사진들을 보니 마음 한 구석이 울컥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우리 남매랑 같이 찍은 사진에 아버지는 언제나 함께하셨다. 속절없이 나이가 드신 아버지의 체력을 나는 챙겨드리지 못했고, 이해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대단하다고 느꼈다. 아버지도 나처럼 많은 경험을 하기 위해 자신의 체력을 쥐어짜셨다는 걸.


 한국으로 귀국 후, 집에 아버지가 계셨다. 서로 포옹을 했다. 오랫동안 끌어안았다. 아버지를 마음속으로 비난했던 내 속죄의 행동이었다. 저녁을 먹으며 아버지에게 체력적인 한계와 아버지와의 여행에 대해서 얘기했다. 아버지는 덤덤하게 같이 여행하는 게 좋았고, 자신 대신 계획을 한 우리를 위해 힘을 내셨다고 말하셨다. 나는 아버지께 너무 감사하고, 내 잘못된 생각에 미안함을 말했다. 아버지도 내게 알아줘서 고맙다고 말하셔서 아쉬웠던 여행이 뜻깊은 시간으로 바뀌었다.


 젊어서 못 견딜 고통은 없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한계선은 가까워지게 된다. 치기 어린 행동은 오만했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남겼다. 그러나 비난했던 누군가가 내가 되니 심리적으로 무너졌다. 하지만 그 순간 그걸 깨닫고 마음을 고칠 수 있다면 아쉬움은 성장으로 바뀔 수 있다. 나의 세 번째 대만 여행은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나의 한계선을 깨닫고 새로운 여행 계획을 짤 수 있게 되었고, 무엇보다 아버지의 사랑에 대해 다시 알게 해 준 귀중한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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