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르테오 Mar 30. 2024

보물찾기

 얼마 전 대만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을 계획하다가 재밌는 생각이 떠올랐다. 작년 디자인 박람회에서 보물찾기 체험한 걸 자주 가는 단골 책방에서 해보고 싶었다. 책방 곳곳에 숨겨진 작은 미니어처를 찾아 선물을 받는다면…상상만 해도 즐거웠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한데는 이유가 있다. 그 책방에는 크고 작은 아픔이 있는 분이 많이 온다. 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 연고도 없는 경기도 광주. 그것도 외곽에 오니 외로웠다. 친구가 돼주던 어머니도 돌아가셔서 마음이 힘들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동네에 책방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곳에서 다양한 분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며 위로받았다.


 나에겐 이 책방이 인생의 보물을 찾은 기쁨이나 마찬가지다. 힘든 시절 나를 도와준 책방 사장님과 책방 이웃들께 언젠가는 감사 선물을 드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차에 이때다 싶어 깜짝 이벤트를 기획하게 되었다.


 2박 3일간, 대만 이곳저곳으로 발품을 팔며 점 찍어 둔 유명 수제 상품을 구매했다. 참 이상했다. 내가 가질 것도 아닌데 즐겁고 마음 한 켠이 따듯했다. 어쩌면 이번 이벤트의 수혜자는 이웃들이 아니라 나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제일 행복했으니까. 


 한국에 돌아와 본격적으로 선물 준비를 했다. 단순히 포장만 해서 주는 것이 아니라 물건 사 온 상점을 찍은 사진과 그 상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첨부했다. 처음엔 프린트를 뽑을까 했는데 이왕이면 마음을 담아 손 글씨를 써서 드리자 싶었다. 한 자 한 자 펜촉의 감성을 살리고 싶어서 꼭꼭 누르며 정성껏 써 내려갔다.

 

 보물찾기가 시작되었다는 책방 사장님의 공지를 읽고 찾아온 분들은 열정적으로 탐색에 나섰다. 


 힌트를 달라는 분도 있어 입이 근질근질했지만, 공평해야 하니 함구했다. 보물찾기 덕분에 한동안 책방은 들썩거렸고 이야기꽃이 만발했다. 찾으면 신이 났고, 못 찾아도 같이 웃었다. 마치 어릴 적 소풍에서 보물찾기하듯 추억 속으로 빠져든 것 같았다. 계획은 3주였지만 많은 관심과 참여로 일주일 만에 막을 내렸다. 보물을 찾은 분들의 인증 사진이 책방 SNS에 올라왔다. 그 사진을 보며 내 스스로 잘했다고 칭찬했다. 그리고 모두에게 고마웠다.


 보물찾기가 끝나고 며칠 뒤 책방에 가니 내게 선물이 와 있었다.


 책방 사장님이 건네준 작은 종이 가방 안에는 예쁘게 장식된 오르골과 편지가 있었다. 보물찾기를 즐기신 모녀분께서 감사 편지를 보내온 것이다. 어떤 보상을 기대하고 마련한 게 아닌데 내 진심을 이해받은 것 같아 뭉클했다. 태엽을 감아주니 작은 오르골이 고운 소리를 내며 돌아갔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런 값진 선물을 받을 수 있는 나의 삶에 감사했다. 내가 받은 고마움을 전해주려고 시작한 보물찾기인데 결국 또다시 나에게 고마움으로 돌아왔다. 이것이 인생의 진짜 보물이 아닐까 싶다. 좋은 사람은 이미 그 자신이 좋은 세상이라는 말을 읽은 적이 있다. 나는 지금 좋은 세상에 살고 있는 게 분명하다.


작가의 이전글 교체시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