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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깔끔하게 Jun 20. 2024

공개수업

6월 20일 교단, 육아일기

오늘은 공개수업을 하는 날이다. 공개 대상이 학부모일 때도 있고, 같은 학교 동료일 때도 있고, 교육청 장학사일 때도 있고 뭐 그렇다. 오늘은 컨설팅 때문에 하는 수업 공개라서 수업을 볼 줄 아는 분들(장학사, 교감 등)이 여럿 학교에 오셨다. 공개수업 일정이 잡히면 누가 내 수업을 보든 평소 하던 수업 이어서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막상 수업을 준비하면 그게 쉽지가 않다.


손님들이 무슨 수업을 하는지 알려면 단원명이나 학습 목표 같은 건 칠판에 표시를 해둬야 한다. 학창 시절에 갑자기 선생님이 왼쪽 구석에 학습 목표를 적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뒤에서 보는 사람한테 그래도 뭐하는지는 알려 줘야 하니까. 그뿐만이 아니다. 수업 보러 왔는데 평소대로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한답시고 한 시간 내내 아이들에게 책만 읽히면 손님들이 얼마나 황당할까. 그렇다고 강의식으로 한 시간 내내 내가 떠들어 버리면 다른 의미에서 손님들을 당황시킨다. 결국 강의와 발표, 모둠 활동 등이 적절히 배합된 짜여진 수업이 탄생하고 만다. 


그나마 오늘은 마침 모둠 활동도 좀 필요하고 발표가 있으면 좋은 단원이라 평소 하던 수업에서 크게 방해받지 않고 수업 진행이 가능했다. 손님들도 오래 머무르지 않아 아이들도 크게 불편해 하지 않았다. 그럭저럭 한 시간이 잘 넘어 갔다. 끝나고 나서 생각하니 공개 수업날은 정수기 필터 점검날과 비슷한 느낌이다. 날짜를 잊으면 안 되고, 내 일상이 아주 방해받는 건 아니지만 끝날 때까지 성가시고 신경쓰이고, 또 그러면서 필요한 일이기도 한, 그 정도의 일.


공개수업이 신경쓰이는 이유는 교실이 너무 지저분하면 창피하기 때문이다. 내가 학교다닐 때와 다르게 학교에 손님이 온다고 한나절 청소하느라 난리가 나는 경우는 없지만, 우리 반이 너무 지저분하면 손님한테 면목이 없다. 집에 손님이 오면 그래도 쓸고 닦고를 한 번 하는 것처럼 교실도 손님이 불쾌감을 느끼지 않게 바닥에 쓰레기 정도는 치워야 한다. 이렇게 생각은 하는데...아침에 좀 치워 놔도 공개수업하는 시간이 되면 또 더럽다......나참


오늘 좀 덜 더운 것 같아서 셔츠를 입었는데 애들이 공개수업 때문에 빼입은 거냐고 놀린다. 난 그냥 옷장에 있는 거 꺼내 입은 건데 평소에 내가 얼마나 옷을 대충 입고 다녔으면 이런 말들을 하나 싶다. 결국 공개 수업은 평소 내 복장을 반성하며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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