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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신네모 Sep 24. 2024

07. 기계식 메트로놈

타임오브제 이야기 #07

 첫 만남

메트로놈(Metronone) 메트로놈은 소리를 규칙적으로 발생시켜서 1분 동안 몇 번 박자(beat)가 반복되는지를 셀 수 있게 해 줌으로써 음악의 빠르기를 정해 주는 장치


피아노를 전공으로 하신 분을 O감식당에 모신 어느 날,

나는 평소 연습해 온 곡을 전공자 앞에서 용감하게 연주했고

8마디 정도쯤 쳤을 때, 박자감 없다는 직언을 듣게 되었다.


평소 연습할 때 보다 긴장해 더 버벅거리긴 했어도

퇴근 후 매일 30분씩 2달가량 연습했는데...


당황한 내게

그녀는 조금만 레슨을 받으면 금방 좋아질 수 있다는 말을 해주었고,

함께 온 지인은 직언을 해주신 전공자분에게 레슨을 받아볼 것을 권했지만,

왠지 지인에게 배우면 관계가 어색해질 것 같아 답을 얼버무렸다.


지인들이 돌아간 후 며칠 지나지 않아

어렸을 적 피아노를 배우며 박자감을 익히기 위해 사용했던 메트로놈이 떠올랐다.


곧바로

인터넷 쇼핑사이트에 메트로놈을 검색해 보았더니 대부분이 디지털방식으로

어렸을 때 사용했던 태엽방식의 기계식 메트로놈은 한 두 개 정도뿐이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도 현대적 느낌에 위화감이 느껴졌다.


나는 중고를 알아보자 생각하고 당근에서 중고품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레트로한 이미지의 메트로놈을 찾아 첫 번째 메트로놈을 입양했다.


 예쁜 것을 좋아하는 욕심

메트로놈 구입한 후, 집에 들어온 나는 판매자에게 감사의 글을 쓰기 위해 다시 어플을 켰고,

알고리즘의 장난이었을까 아님 우연이였을까?

중고 판매 피드에 기계식 메트로놈 하나가 새로 올라와 있었다.


삼각형 모양으로 잘 빠진 붉은색 메트로놈


나는 귀신에 홀린 듯 구입해 온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다시 새로운 판매자와 채팅을 하기 시작했고

당일 일사철리로 두 번째 메트로놈을 집으로 데리고 왔다.


책상에는 두 대의 메트로놈을 올려두고는 번갈아 보며

하나는 다시 당근에 올려 팔아야겠다 생각하며 하나씩 작동시켜 보았다.


두 메트로놈이 전생에 연인이었을까?

외형은 레드가 맘에 들었지만 소리는 아이보리 쪽이 더 정감 있게 느껴졌다.

이렇게 각자 장단점을 가진 짝이라 자기 합리화를 하며

결국, 두 개의 메트로놈을 모두 소유하게 되었다.

처음 입양한 아이보리 메트로놈
두 번째로 입양한 레드 메트로놈



 정겨운 감시자가 된 메트로놈

똑딱, 똑딱, 똑딱, 똑딱 땡~


메트로놈이 만들어주는 소리에 맞추어 피아노 연습을 다시 시작했지만,

생각만큼 박자를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정말 돈 주고 전문가에게 배워야 하는 건가라는 후회가 들면서도

초기라서 그런 거라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연습을 이어갔다.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드디어 박자감을 찾기 시작했고

내가 선곡한 곡의 박자와 동화될 수 있었다.


메트로놈의 규칙적인 소리를 듣고 있으면 어렸을 때 피아노치던 시절이 생각난다.

그때도 선생님은 연주하고 있는 나에게 점점 빨라진다며 지적하며 메트로놈 박자에 맞추어

연주할 것을 지시하시곤 했다.

그때는 그냥 하나의 감시자에 지나지 않았는데...


수십여 년이 지난

지금은 그 소리가 친구의 수다처럼 정겹게 느껴진다.

아마도 지금은 내가 이 녀석을 진정 원해서 그렇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메트로놈을 박자를 지키도록 도와주는 정겨운 감시자라고 부르기로 했다.


여러분에게도
정겨운 감시자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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