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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피 May 09. 2022

인생사 어떻게 무사고겠나.

그 과정에서 배우고 느끼며 또 성장해나가는 게 인간사 아닐까.

서울에서 아빠와 함께 운전 연수 겸 드라이브를 할 때 내게 해주신 말이 있다.

운전은 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할수록 느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빠르게 가든 안전하게 가든 5분 차이 정도밖에 안 나니, 안전하게만 운전하라고.

그리고

꼭 사고는 운전이 익숙해질 때쯤 난다고. 살짝 방심하는 사이에 난다고.


그렇다.

운전이 익숙해지고, 그렇게 방심하는 사이에 가벼운 접촉 사고를 내버렸다.

골목에서 대로로 합류하다가 난 사고.

우회전하다 주차된 차량을 긁어버린 과실 비율을 따질 것도 없는 사고였다.

다친 사람은 없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냐만은 사고 당시에 그런 생각이 어떻게 들까.


뒤에서 차들은 빵빵거리며 일단 차부터 빼라고 크락션을 울려대고,

상대방 운전자는 왜 가만히 주차되어 있는 차를 긁냐며 한숨 쉬고.

어찌어찌 현장 처리는 잘했지만, 이젠 교회에다가 사고 소식을 알려야 하는데 막막했다.

업무시간 중 난 사고도 아니고, 업무 후에 난 사고였기에 더 그랬다.

휴대폰에 통화 버튼을 누르기까지 왜 이렇게 많은 생각이 들던지

하지만 한숨 한 번 쉬고, 조심스레 전화를 드려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는 것이 최선이었다.


나의 걱정과 달리 목사님의 반응은 평소와 같으셨다.

다친 사람 없으니 괜찮다고. 오히려 "외제 차 긁은 건 아니죠?"라고 농담까지 하시며 알겠다고 말씀하셨다.

다음날 차량 관리 집사님은

원래 다 사고 나면서 배우는 거라고. 

너무 걱정하지도 말고, 걱정할 것도 없다며 마음에 담아두지 말라며 웃으셨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사고에 대해 농담으로라도 언급하신 분은 없다.

아빠에게도 전화해 말씀드리니, 같은 반응이었다.

사람이 다치지 않았으니 된 거라고.

아빠도 몇 번 사고를 냈다며 본인 과거 사고 이야기까지 해주시며 나를 위로해주셨다.


어른들이 그렇게 웃으며 날 위로해줄 수 있었던 건,

아마 그들도 성장하는 과정 중에 나와 같은 사고를 겪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들도 당시의 어른들에게 위로와 가르침을 받았기에.


생각해보면 나 역시 그래 오고 있다.

전에 내가 했던 고민과 걱정으로 누군가 내게 자문을 구해오거나,

후배가 무언가 자기가 사고를 친 것 같다며, 죄송하다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용서를 구할 때,

나 역시 웬만한 일은 웃으며 그들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다.

나도 걱정했지만, 지금 와서 보니 별일 아니었다고. 그리고 별일 없을 거라고.

정말 별일 아니기에 진심으로 위로할 수 있었다.

사실 정말 큰 사고였다면, 그건 또 그것대로 조심스레 위로했을 것이다.

혹은 같이 해결책을 찾아주려고 했거나.




인생의 많은 일이 그렇다.

처음 겪어보는 일들은 기대와 설렘보단 두려움과 무서움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시험을 치를 때도, 면접을 볼 때도, 누군가를 만날 때도.

이처럼 예정된 일들도 처음 해보는 것이라면 떨리고, 긴장되는데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사고는 크든 작든 얼마나 사람을 떨리게 하고 걱정하게 하겠는가.


살아가다 보면 내가 잘못하지 않아도, 혹은 내가 방심한 사이 실수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갑작스럽게, 뜻 밖에 일어나기에 사고이다.

인생사 어떻게 무사고겠나.

후유증이 남거나 인생을 바꾸는 큰 사고도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고는 지나간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배우고 느끼며 또 성장해나가는 게 인간사 아닐까.


앞으로 살아가면서도 인생에 얼마나 많은 사고가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분명히 일어나긴 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걱정하고, 또 고민하겠지만

분명 또 위로도 받기도 하고, 위로하기도 하며 잘 지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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