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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호랭이 Feb 07. 2024

엄마에게 두 번 돌아온 아이

엄마도 성장중입니다.

어젯밤 꿈에서 아이를 잃어버리는 꿈을 꾸었다.

너무 놀라고 마음이 아파서 어쩔 줄 몰라하며 정신없이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그때 마침 아이가 "엄마" 하며 나를 부르는 소리에 잠이 깨었다.

너무 안심이 되어서 아이를 안고 엉엉 울어버렸다.

놀란 아이가

"엄마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하고 묻는다.


차마 너를 잃어버린 꿈을 꿨다는

말을 할 수는 없어서


"아냐. 꿈에서 엄청 무서운 괴물이 엄마를 잡아먹으려고 해서 무서웠는데, 네가 엄마를 불러줘서 잠에서 깼어. 고마워" 하고 둘러댄다.


"에이 뭐야 그런 거라면 내가 괴물 발로 뻥 차 줬을 텐데!"

하며 나를 위로해 주는 아이가 제법 든든하다.

꼬물꼬물 내 품을 파고드는 아이를 꼭 안아본다.

다시 생각하기 싫은 일이지만 꿈이라 너무 다행이고 감사한 마음이다.




언젠가 친정엄마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엄마가 널 두 번 잃어버렸었어. 찾았으니 망정이지..."


세상에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라니


첫 번째는 내가 세 살 무렵이었는데,

동네에 오일장이 열린 날이었다고 한다.

사람은 많고 복잡하고,

어린 내 손을 잡고 장을 보러 나온 엄마가

잠시 계산하는 사이에 내가 사라져 버렸단다.

너무 놀라 주위를 살피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나를 지게에 싣고 데리고 가고 있었다고 한다.

나는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고 높은데 올라가서 좋아하고 웃고 있고.

달려가 뭐 하는 짓이냐고 당장 내려놓으라고 하니

아저씨가 애가 하도 예뻐서 데려가서 키우려고 그랬단다.

참 이상한 사람이다 싶다.

그 아저씨가 정말 왜 그랬는지는 알고 싶지도 않고, 무서운 기억이다.


그때 엄마가 나를 찾지 못하고 내가 그 아저씨를 따라갔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여전히 엄마는 그때일만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했다.  


두 번째는 여섯 살 무렵,

집 앞 놀이터에서 놀고 있을 때였다.

당시에 엄마는 집에서 옷을 수선해 주는 일을 부업으로 하고 있었다.

창문너머로 내가 노는 것을 수시로 확인하였고,

그렇게 조금 일을 하다가 밖을 내다보니

놀이터에 내가 안 보이더란다.  

온 동네를 뒤지며 나를 찾아다녔는데,

앞집에 살았던 아주머니가 집에서 조금 떨어진 시장에서 혼자 울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집으로 데려다주셨다고 했다.


내가 왜 그곳까지 가게 되었는고 하니, 같이 놀이터에서 놀던 오빠들이 자전거를 태워준다고 해서 따라나섰는데, 오빠들이 나를 시장에 두고 자기들끼리만돌아간 것이었다.


 어렴풋이 그 오빠들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나선 것, 시장에서 앞집 아주머니를 만난 일은 명확하지는 않지만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내 머릿속에도 남아있다.   

지금 우리 아이가 여섯 살이니까 내가 두 번째로 엄마를 잃어버렸을 나이기도 하다.


 그때 앞 집 아주머니가 나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어쩌면 지금의 모습과 다르게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자주 내가 태어난 환경과 상황을 원망하며, 이런 집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내가 좀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엄마를 잃어버렸던 두 번의 그날 기적적으로 엄마품에 돌아온 것이 너무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지금에 내가 있는 거니까. 맨날 나만 불행하고 우울하다고 생각했던 나의 삶의 서사들이 조금은 다르게 보이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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