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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완벽주의자의 민낯, 걍 완벽한 게으름주의다.

니 자신을 알라

스스로의 성과와 자신에게 꽤 만족하던 시절의 나는 남들에게는 관대했지만 나 자신에게는 엄격했었다. 사실 남들에게 관대했다기 보다는 그다지 신경을 안썼었다는 표현이 맞겠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을 컨트롤하는 것이 최우선이었기에 남들이 무엇을 하든, 화가 날 일도 신경을 쓸 필요도 없었던 것 같다. 

계획을 세우고 열심히 하다보면 목표를 달성한다. 다시 업그레이드된 목표를 세우고 정진하는 패턴이었다. (너무 미화했나? 암튼...) 이렇게 나아가는 내 자신을 보면서 뿌듯했고 뭔가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가 있었던거 같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와 반대의 생각을 하며 살고 있다. 

남의 행동이 거슬리고 그 사람의 미래까지 걱정해주는(저 사람 저러게 살아서 어째?) 상황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내 자신에게 집중하지 못한다는 뜻일 거다. 어떻게 내 인생을 복구하고 어느 길로 나아가야 할 지 모를 실타래처럼 꼬인 상황을 면밀히 따지고 정리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의 얘기나 들으면서 에너지와 감정을 소비하는 것이 더 쉽다. 그 상황에만 이입하고 돌아와보면 어차피 내 상황이 아니니 근심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흘러가 있고 그렇게 하루 하루를 반복하듯이 살아간다. 내 문제는 여전히 답보상태인 채.  



유튜브나 영상을 보는 것이 요즘에는 남의 얘기에 관심을 두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영어 공부를 이제 제대로 하고자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영어 문장을 외웠다. 나름 뿌듯했다. 오늘 하루 출발이 좋다. 복선이다. 벗, 이런 방심한 순간이 항상 쥐약이다. 아침부터 잘 풀리는 여유로운 상황에서 머리를 잠깐 식힐겸(얼마나 했다고...) 침대에 다시 눕는다. 그리고 가볍게, 아주 가볍게 시청할 생각으로 유튜브를 켠다. 일부러 긴 영상도 아닌 쇼츠다... 금방 보고 나가야지....하는 생각으로 단편적인 드라마의 조각조각, 피식 웃게 만드는 동영상 짤들... 이걸로 3시간을 허비했다. 나란 인간은 정말 저질 상태의 자제력을 지닌 인간이구나. 언제 이렇게 망가졌나.. 나 자신도 이렇게 컨트롤 못하면서 머릿 속에 생각은 또 얼마나 많은지. 머릿 속 가득한 계획들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행동으로 옮겨야 할텐데 이렇게 여유 시간이 나면 영상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으니... 


자제력이 없거나 약속을 어기는 아이의 행동을 보고 부모라는 이름으로 그렇게 화를 내고 어른인양 훈계하지만 나만이 알고 있는 나의 실상은 정말 한심하고 비웃음거리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자책이 따른다. 내가 세운 계획이라고 해서 할지 안할지를 스스로 결정하고 결과가 잘 될지 안될지를 예측하며 편협한 경험과 혼자만의 세계관으로 계산해봤자 정해놓은 틀안에서만 왔다갔다할 뿐 그 이상은 상상할 수도 벗어날 수도 없다. 혹은 스스로를 게으른 완벽주의자라고 합리화하고 비록 성취는 못했다 하더라도 '애초에 달성하기는 어려웠어'라며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세우려 하지만, 정작 내가 생각하는 그 '완벽'이라는 것이 내 기준에서만 완벽할 뿐 그냥 내 딴에 최선을 다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달성못해도 스스로를 납득시킬 자기변명을 줄 꺼리로 '완벽'이란 단어가 존자하는 이유가 아닐까 하는 심지어 애처로운 생각까지... 어쩐지 게으른 완벽주의라는 말이 너무 확 꽂히더라... 걍 자존심있는 게으름뱅이를 부르는 말이 아닐까하는 자기 비판을... 


목표를 실현하는 것에 있어서의 내 몫은 계획을 세우는 것 일단 세운 계획을 뭊지도 따지지도 말고 행동하는 것이다. 목표는 중간에 바뀔 수도 있고 결과는 과정에 따라 혹은 운에 따라 정해질 것이다. 내가 낳은 자식이라서 아이를 내 소유로 생각하며 키우거나 강요해서는 안되는 것처럼, 내가 세운 계획이라고 해서 그 결과까지 마음대로 성공이나 실패냐로 예상해서 엎을 수는 없는 일이다. 오직 내가 신경써야 할 것은 계획을 제대로 실행했는지 얼마나 게으름을 피우고 미뤘는지 차라리 이것을 측정해서 이 요소를 배제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요즘 너무 게을러 가지고..ㅜㅜ)



며칠 전에 <계획이 실패가 되지 않게>라는 책을 읽고 내가 하고 싶은 계획이라는 주제로 아이디어를 정리하기 위해서 만다라트라는 툴로 생각을 정리해봤더니 모든 칸이 빽빽찼다... 스스로 하고 싶은게 이렇게 많다는 것에 놀라고 이를 이루기 위해 진짜 다들 찔끔찔끔씩 밖에 시도하지 않았던 나의 행동록에 또 한번 놀랐다.  

가운데 사각형에 핵심 아이디어를 넣고 각 아이디어에 부가되는 아이디어를 확장하여 적는다



암튼 그렇게 찜찜한 상태로 시간 허비를 하느라 놓친 늦은 아짐을 먹으며 책을 폈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하버드 행동력 수업>이라는 책 (그래도 그나마 책은 아주 열심히 읽고 있다... 실행을 미루기 위한 나의 트릭의 하나가 아니길 바라며..ㅜㅜ). 요즘의 나의 이런 그로기 상태를 어여 벗어나고 싶은 절실함으로 선택한 책.  딱 4장을 읽으니 요즘 패턴에 대한 현타가 세게 왔고 자기반성+ 행동력이 결합되더니 바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유튜브를 3시간 본 후에 머릿 속에 남은 것이라곤 자괴감 실망뿐이었는데 책을 읽었더니 바로 자각과 함께 글을 쓰게 됐다... 이런거 보면 내겐 괜찮은 사람이 될 가능성이 있는거 같은데 요즘따라 특히 한없이 게을러지고 자제력 부족에 시작하기를 게을리+두려워만 하는 걸까... 

마치 나에게 벌을 주고자 시간을 낭비하려고 작정한 것처럼...



나 자신을 일으켜 세울 무언가를 만들어야 할 거 같다. 다른 사람에게 무관심했던 예전의 나는 비록 본인의 성장은 있었을지 모르지만 어리석은 유아독존에 지혜는 없는 사람이었다. 지금의 나는 스스로의 가치나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에 감사한 마음을 잃은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을 장착한 방구석 공상가이다. 이 둘의 중간지대쯤에 존재할 것 같은 '의미있고 가치있는 내 삶'을 꾸려가고 싶다. 근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만 많고 막상 행동으로 움직이기가 두렵다. 사람들이 비난하면 어쩌지?? 중간에 실패하면 어쩌지??


워워~ 컴 다운.

예전처럼 그리고 지금처럼 우수한 사람을 선망하는 눈빛, 한심한 사람을 무시하는 눈빛 얻거나 피하기 위해서 나를 나아지게 만드려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에게 떳떳하고 나에게 주어진 삶, 태어난 김에 의미있게 살아가기 위해서 행동해야 하는 것이 맞다. 이런 창피하고 나를 깍아내리는(?) 일기같은 글도 워드 문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볼 수 있는 브런치에 쓰는 걸까. 나의 이런 마음을 누군가 공감해 주고 격려하고 나, 그리고 비슷한 우리지만 아직 가능성이 있다고 더이상 게으름 피우지 않도록 각성하기 위해서 여기에 쓰는 거다. 혼자 열심히 하는 것이 지치고 성과가 안나는 것 같다면 같이 하고, 해 보고 아닌 거 같으면 다른 걸 하자. 그렇게 머릿 속으로만 처음부터 결론까지 내 놓고 갈아엎고 하는 거 그만 두고. 



쇼츠를 보다 보니까 중국 사람들의 소개팅 영상을 보게 됐다(이제 보다보다 별 걸 다 추천해 주는 구나ㅜㅜ) 중국 여자들이 결혼할때 자신의 처지나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덮어 놓고 남자측의 집과 차의 여부, 연봉, 키, 외모를 따지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을 때... 순간 나는 나도 저렇지는 않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처지는 고려하지 않고 이상만 높은 건 아닌지. 그 영상을 보면서 주제가 넘는 요구를 하는 사람들을 비난하게 되는데 나의 생각들도 누군가가 보기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을까 하는 의기소침한 생각이 또 들었다. 현실에서 노력하지 않고 이상향만 그리면서 머릿속 계획에만 존재하는 나를 동일시하며 왜 내 현실에는 일어나지 않는냐며 불평하는...


하지만 나의 꿈은 아직 나의 테두리안에 있는 상태이다. 이를 밖으로 꺼내서 빛을 보게 할지 걍 생각에만 그칠지는 나에게 달렸다. '어, 생각해 보니 내 주제 넘은 생각을 했네'라고 쉽게  목표를 갈아치우지 많고 현재의 처지에서 일단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해 보자. 내게 세운 계획과 목표는 언젠가는 연결될 수 있다 내가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중간에 포기할까봐 실패할까봐 두려워서 시작을 안하지 말고 일단 시도해 보면 그 순간들이 내게 답을 줄 것이다. 내가 정한 목표가 내 처지와 잘 어울릴 수 있도록 행동을 해보자. 내게 그런 목표가 생긴 것은 내 안의 잠재력이 혹은 나의 꿈이 아직은 살아 있다는 증거니까. 


여러분들도 2023년 마지막에 새로운 계획을 생각하고 있나요? 

항상 뜨는 태양이과 고작 년도에 숫자 하나밖에 바뀐 것이 없는 2024년이 올 테지만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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