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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해서 달리기로 했다.

by 리인


퇴근하고 두 시간을 저녁잠으로 보충해도 내 몸이 아닌 날이 있었다.

내가 누워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몸의 장기들이 아우성쳤다.

자신의 기능 수행에 차질이 생기는 것을 알리기 위해 통증을 보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속 쓰림으로, 소화 불량으로, 급성 증상으로.


새벽 독서를 하며 알게 된 책 '몸은 알고 있다'는

나의 식도와 위장의 문제는

내보내야 할 것을 내보내지 못하고

붙들고 있어서라는 것을 알게 해 줬다.


감정도 생각도 음식도 잘 내보내야 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위장에 좋다는 음식을 먹고 좋은 약을 찾아 먹어도

내 생각과 감정을 잘 흘려보내지 않으면 증상에 큰 효과가 없었다.


생각과 감정을 잘 흘려보내려면

통증을 없애려면

피곤을 없애려면

독서와 함께 꼭 해야 할 것이 있었다.


걷기 또는 달리기!


나는 피곤해서 달리기로 했다.

눕고 싶어서 달리기로 했다.

태양이 넘어가니 달리기로 했다.


짧게 달리고 빠르게 걷는 인터벌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을 끝내니 땀이 샘솟는다.

체력의 이슬이 목과 이마에 맺힌다.

피곤함이 개운함으로 바뀐다.


몸이 피곤하다면 운동을 더 해야 할 때이고

통증이 느껴진다면 감정과 생각을 흘려보내야 할 때이고

글이 안 써진다면 책을 읽으며 꾸준히 써야 할 때이다.


피곤하다고 잠자는 시간을 늘리면

잠은 또 다른 잠을 부르고

몸과 마음이 힘들다고 누워있으면

스마트폰을 보며 더 많은 자극을 받아들이게 된다.

글이 안 써진다고 글쓰기를 멀리하면 헤어진 연인처럼 관계가 소원해진다.


이제는 몸이 주는 신호를 다르게 해석한다.

피곤은 운동을 하라는 신호,

글태기는 글을 쓰라는 신호.


선순환의 넝쿨과 악순환의 굴레 중 어느 곳으로 갈지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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