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아~
10년전 이맘 때 무대 위에서 네 꿈을 이야기하던 순간이 기억나니? 영어로 쓴 대본을 외워 세부의 작은 강당에서 꿈을 발표하던 무대 말이야.
엄마는 네 모습을 지켜보기만 해도 떨렸는데,
너는 미세한 떨림도 없이 당당하게 너를 펼쳐 보이고 있었어.
미소 띤 얼굴로 앞에 앉은 사람과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이어갔지.
삶이 너를 데리고 나아갈 때,
너도 스스로 발을 뻗어 네 삶을 데려가고 있었던 거야.
오늘 새벽 책을 읽다가 문득
무대 위에서 홀로 빛을 받으며 존재를 알리던 너를 떠올렸어.
너는 성장이라는 본성에 충실한 씨앗과 닮았더라.
하나의 씨앗이 컴컴한 토양 속에 잉태되었을 때,
씨앗은 오직 싹을 틔우는데 집중하잖아.
흙의 압력에도 망설임 없이 껍질을 깨고, 존재의 싹을 내미는 씨앗처럼
너도 그렇게 네 존재를 세상에 내밀고 있었어.
씨앗은 자신의 무게보다 100배나 무거운 흙을 들어 올리면서도 무겁다고 생각하지 않아.
흙의 밀도가 높아서 승산이 없다고 계산하지 않아.
토양을 뚫고 나가면 더 큰 생명체가 나를 짓밟을지도 모른다고 두려워하지 않아.
그냥 흙의 무게를 뜻으로 들어 올려.
흙의 막아섬을 존재로 밀고 나아가.
흙의 틈을 꿈으로 뚫고 나가.
그렇게 '성장'이라는 존재의 본성에 충실한 거야.
작은 씨앗이 자신을 덮고 있던 흙 천장을 뚫은 순간,
씨앗은 자신을 기다리던 빛을 만난단다.
굽혔던 허리를 펴고
떡잎 속에 품고 있던 연두 잎을 펼치면
이제 더 이상 토양 속에 갇혀 있던 씨앗이 아니야.
하나의 생명으로 다시 태어난단다.
씨앗은 그렇게 본성대로 성장하여
온전히 자신의 모습을 세상에 드러낸 것이란다.
사랑하는 딸아!
또 다른 세상의 무대에 오를 때,
씨앗의 몰입을 기억하렴.
네가 읽은 책, 네가 나눈 사유는
단단하게 너를 지탱해 줄 삶의 뿌리가 되고,
너의 몸짓, 너의 행위는
너를 키울 삶의 줄기가 된단다.
삶의 줄기 끝에
과정의 꽃이 피고,
결과의 열매가 달릴 거야.
바닥에 발을 딛고 서서
빛을 받으며 꿈을 펼쳐놓던
'무대 위의 너'를 품으렴.
땅 속의 어둠과 흙의 무게를
성장의 동력으로 만들어 낸
씨앗의 움틈을 기억하렴.
그가 날마다 옷을 갈아입듯이, 하루하루 생명 없는 환경을 벗어 버려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머무름의 상태에서, 나아감 없이 서서 쉬고, 신의 섭리인 발전에 협력하지 않고 도리어 저항하므로 이런 성장은 갑작스럽고 큰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 <자기신뢰철학>, 랄프왈도에머슨 -
위대한 성장은
신의 섭리인 발전에 협력한 작은 행위의 합이란다.
성장이 네게로 다가올 때
저항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
성장을 오롯이 맞아주렴.
사랑한다. 우리 딸...
사진 출처 : 챗 gpt, 핀터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