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어느 날 너는 간절함을 마음에 품었다고 했어.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생겼다고.
반드시 해내고 싶다고.
처음엔 멋지게 보이고 싶어서,
휴가를 나가고 싶어서,
진급을 빨리 하고 싶어서
매력적인 조건에
끌렸다고 했어.
어느 순간부터는
처음에 너를 강렬하게 이끌던 조건들은 탈각되고
간절함만 남았다고 했어.
특. 급. 전. 사.
주변 사람들에게도 반드시 될 거라고 이야기했고,
제대하는 선임에게 특급전사 패치도 미리 받아 놓았다고 했지.
마음속에 목표를 이루는 시점도 정해놓고 말이야.
엄마가 새벽독서로 배웠던
'목표를 이룬 시점으로 나를 보내기'를
너는 벌써 실현하고 있었어.
목표를 실현한 순간에 가 있었지.
매일 팔 굽혀 펴기와 윗몸일으키기를 백 개씩 한다고 했어.
중간에 휴가 나온 너는 마동석 사촌 팔뚝이 되어 엄마를 놀라게 했지.
정해진 기한이 다가오는데
세 가지 종목에 통과를 못해 속이 탄다고 했어.
가장 자신 있던 사격에서 가까운 거리를
실수로 놓치고 나니
황당하고 속상해서 힘이 빠진다고 했어.
너는 긴장이 되면 오히려 '나는 긴장되지 않는다.'라고
되뇌이며 뇌를 속이는데,
그날은 긴장의 끈이 너무 느슨해져
안경을 놓고 가는 실수를 했지.
큰 일을 앞두고 부담감과 압박감이 생기면
숨처럼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에 문제가 생기기도 해.
철학자 세네카는
'신은 자신이 선하다고 인정하고 사랑하는 자를 굳세어지도록
지켜보며 단련시킨다*'라고 했어.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해 곳곳에 문제와 실수를
심어 놓고 단련시켜..
문제와 실수의 언덕만 넘으면 도달하려는 고지가 보이기 시작하지.
네 마음은 벌써 목표의 끝자락에 가있는 만큼
현재와의 괴리에 힘들다고 했어.
불을 끄고 누운 캄캄한 밤은 너를 그 괴리 속 암흑점으로
데리고 가서 헤매게 만들었지.
신은 알고 있어.
작은 그릇을 가지고 있는 우리에게 큰 일을 내어주면
그릇이 그 크기를 담지 못해 깨어지고 만다는 걸.
꿈을 이루기 전에
우리의 작은 그릇을 먼저 키우게 해.
마음 그릇의 부피가 늘어날 때,
표면의 틈은 괴로움의 가루가 메우고,
마음 그릇이 크기가 커질 때,
표면의 갈라짐은 고통의 조각으로 채우는 거지.
마침내, 그 담금질을 견딘 이에게
바라던 일을 내어줘.
이 귀한 진리는 그 고통을 경험하거나,
철학으로 삶을 해석해 깨달은 지혜로운 사람만이
품을 수 있는 그릇이야.
삶의 일부분에서 빠져나와 전체를 바라봐야만
보이는 것들이지.
어느 날 저녁, 네가 말한 기한이 지났을 때
너는 포기했다고 말했어.
엄마는 너의 말투에서 사그라져가는 체념의 불꽃이 아니라
바람이 불면 다시 피어오를 집착의 불씨를 느꼈어.
괜찮아, 다시 해봐.
그런 말도 필요치 않다고 생각했어.
엄마는 아무 말도 안 했지만,
너의 간절함의 불씨는 곧 화력을 일으킬 거라고 믿었어.
글을 쓰고 있던 저녁에,
너에게 전화가 왔어.
네 목소리는 불꽃이 만드는 아지랑이처럼
춤추며 일렁였어.
가장 난코스인 3km 달리기에서 특급을 땄다고 했어.
그것은 고지에 꽂힌 깃발 앞에 선 것이나 다름없다고.
이제 깃발만 뽑는 일만 남았다고.
네 목소리가 일렁인 건 달리기를 통과한 사실 때문만은 아니었어.
네가 달리기를 하기 전에
자신이 가장 아끼던 러닝화를 선뜻 내어주고,
네가 힘이 빠져 고전하던 마지막 두 바퀴에서
격려와 응원을 보내며 함께 뛰어준 벗이 있었기 때문이었어.
너는 '함께'의 가치를 깊이 깨달았다고 했어.
혼자 뛰었으면 12분 30초 안에 들어오지 못했을 거라고.
항상 고지가 가까우면 신은 우리에게 계속 묻지.
너 이렇게 힘든데도 갈 거야? 할 수 있는 거야?
고통으로 대답을 망설일 때, 너의 곁에 있는 멋진 벗들이
네, 그럼요, 무조건 갈 거예요.
하고 함께 대답해 주었지.
너는 그들이 내뿜는 에너지를 받고 끝까지 갈 수 있는 거야.
엄마에겐 새벽독서의 벗들이
'함께 달려주는 벗들'이야.
출간의 달리기 전 과정에서
에너지가 충만할 때도,
에너지가 소진됐을 때도
묵묵히 함께 달려주던 벗들!
그런 벗들이 있어서 엄마 책도 이제 인쇄를 시작했어.
이제 엄마도 첫 번째 깃발 앞에 섰고,
깃발을 뽑는 일만 남았단다.
"당신은 당신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다섯 사람의 평균이다*."
15년 전에 처음 품었던 이 말을 최근 멋진 이에게서 또 들었지.
'함께 꿈꾸는 마음'이 있고
'같이 꿈꾸는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곁에 있으면
꿈꾸는 순간은
이루어지고, 이어져.
엄마와 늘 시간을 함께 하는 벗들을 생각하면
그 선한 인품과 저마다의 재능에 엄마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져.
너는 말했어.
꿈을 포기하는 일은
꿈을 이루지 못해 힘든 것보다
더 큰 고통이었다고.
너는 드디어 남은 종목을 완수하고
특급전사 패치를 가슴에 달았어.
네가 품은 꿈은
이뤄지기 전에는 너의 곁을 떠나지 않는 것이었어.
엄마도 다음 주 토요일에 다른 작가님들과
새로운 꿈을 만드는 시간을 가질 거야.
엄마가 꾸었던 꿈을 이야기하고,
함께한 작가님과 독자분들의 새로운 꿈을
그리는 일을 같이 할 거야.
엄마도 이제 누군가의 꿈의 러닝메이트가 되고 싶어.
언젠가 네 주변의 누군가의 마음에서
간절한 꿈을 품은 나비의 날갯짓을 느꼈다면
그래서 간절함의 나비가 네 마음에 앉았다면
가만히 바라봐 주렴.
네 벗이 러닝화를 건넨 그 순간처럼,
너와 같이 달려준 그 순간처럼,
네가 필요한 순간에 간절한 꿈의 나비를
날려 함께 날아오르게 해 주렴.
그것은 벗을 위한 날갯짓이 아니라,
너의 또 다른 꿈을 위한 날갯짓이란다.
함께 날아오르는 것이란다.
사랑한다.
우리 아들!
* 세네카 인생철학 이야기, 세네* 짐 론 - 미국의 동기부여가, 연설가
꿈을 위한 날갯짓을 할 장소가 정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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