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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니기리상 Sep 21. 2021

출근 전쟁을 끝내고.

관찰. 30일 에세이 스무 번째.


 남편과 아이를 서둘러 배웅하고 아침 설거지를 하러 주방으로 가던 중 문득 주변을 둘러보았다. 출근 전쟁을 끝내고 관찰해 본 아침 풍경은 참으로 다이내믹했다. 티브이 옆으로는 전원만 꽂아두고 내내 사용하지 않았던 게임기가 있었고, 전날 아이가 무아지경으로 접어대던 종이비행기들이 무심코 널부러져 있었다. 식탁에는 아침의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아이가 시리얼을 먹다 흘린 우유 자국, 비워진 과일 접시, 빈 컵과 포크가 아무렇게나 놓여져 있었고 어젯밤 야식 먹을 때 사용한 접시들도 싱크대에서 물을 한가득 머금은 채 잔뜩 불어있었다. 아이가 나간 방을 들여다보니 잘 때 켜둔 수면등이 켜진채 그대로 있었다. 늘 각잡혀 놓여지던 아이 내복과 이불은 자유를 만끽하듯 잔뜩 구겨져 뒹구르고 있었다.


 그냥 그런 풍경만으로도 오늘도 전투적이었던 아침의 시간들이 다시 머릿속에 그려졌다. 멍해져갈뻔했던 나는 얼른 블라인드부터 걷었다. 선명하게 쏟아지는 아침 햇살이 정신차리라며   볼을 빠방 두들기고는 그대로 마루에 내리꽂혔다. 번지는  사이로 포슬포슬 날리는 먼지들을 걷어내려 창문을 열고 이내 정리를 시작했다. 아무일도 없었던  처럼 아침의 흔적들을 모두 없애고, 정신이 맑아진 나는 그제서야 하루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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