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30일 에세이 스물네 번째.
SNS에 접속해 ‘일상’이나 ‘데일리’와 같은 단어를 검색하면 셀 수 없는 사진들이 쏟아져 나온다. 사진 속 모든 이들은 예쁜 모습으로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고, 집에서 입는 편안한 옷차림과 헝클어진 매무새로 흔들리기라도 한 사진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게 ‘정돈된 사생활’이 공유되는 공간에서, 어느새 사생활과 사회생활의 경계가 점차 흐릿해지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런 SNS 안의 세상을 들여다보면 나를 제외한 모두의 삶은 정리 정돈이 잘 되어있고, 모두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는 것 같아 보일 때가 있다. 사실 보지 않으면 상책인 것을 나는 어느새 자꾸 다른 이의 삶을 엿보고 들추며 상대적 박탈감을 사서 느끼고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있었다. 어차피 ‘좋아요’의 표현을 하지 않거나 댓글을 달지 않으면 복잡한 심경을 들킬 염려가 없으니, 유치한 심산을 해소하려던 나는 나와 비슷한 부류의 계정들을 끊임없이 탐색하다 결국 제풀에 지치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이런 멍청한 행동을 끊어내야겠다는 생각에 나의 SNS 계정과 사생활부터 비교해 돌아보기 시작했다. 내 경우를 비추어봐도 잘 나온 아이 사진과 취미활동의 결과물, 새롭게 산 물건들이나 주말의 재미있던 일상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공유하고 있었지만, 프레임 밖의 지저분한 공간들이나 초점이 흐려진 것들, 아등바등 티격태격하며 살아가는 진짜 일상들은 뚝뚝 잘라내고 있었다. 보여지는 이미지 중 즐거워 보이는 것과 힘들어 보이는 것,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결국 나도 늘 당연하게 전자를 선택해왔다.
언제나 스스로 좋아 보이는 것들보단 자연스러움과 자유로움을 추구한다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내가 공유하던 모든 것들도 좋아 보이도록 걸러지기 마련이었다. 어쩌면 남들도 나와 다르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제는 좋아 보이는 것들을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다들 그래도 잘 살아내고 있구나, 하고 격려를 보내어보자고 다짐했다. 그래도 역시나 자주 무너지는 마음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미지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