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내가 책을 낼 수 있을까?
2021년 12월 스픽에 입사한 이후 내 삶의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그 사이 결혼도 했고, 마케터로서의 커리어도 두 자릿수가 되었다. 무엇보다 가장 많이 바뀐 것은 내가 일을 대하는 태도와 일을 하는 방식이었는데, 어느 날 한국 지사장인 연승님과 다음 분기 마케팅 예산을 이런 시나리오, 저런 시나리오로 짜보고 샌프란시스코 본사에 공유할 전략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문득 내가 일을 하는 차원과 수준이 정말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스픽에 오지 않았더라면 전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접근 방식과 방향이었다.
처음 스픽에 왔을 때만 해도 나는 그저 평범한 사고를 하는 한국형 마케터였다. 하지만 내가 매일 설득하고 상대해야 했던 것은 샌프란시스코 본사의 똑똑이들이었다. 스픽이 실리콘밸리에서 주목받는 만큼 그들은 나에게 높디높은 기준을 요구했고, 나는 살아남기 위해 그들이 요구하는 기준과 수준에 미치기 위해 발버둥을 쳐야 했다. 그 결과 그들이 일을 하는 방식이 나에게 장착되는 시기를 지나 이제는 완전히 우리만의 리듬과 합으로 일을 하는 단계까지 진화할 수 있었다. 처음엔 왜 하는지조차 몰랐던 일들이 어느새 익숙해지고, 그 일들을 1년이라는 주기로 세 번 정도 반복하니 이제는 큰 그림에서 그 일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 시점부터 나는 조심스럽게 내가 스픽에서 일하며 배운 것들을 바깥세상에 공유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인스타그램 노트테이커 계정을 통해서였고, 그다음은 러닝 스푼즈와 함께하는 그로스마케팅 강의를 통해서였다. 강의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하루 세 시간씩 총 4주가 소요되는, 총 12시간 분량의 콘텐츠가 내 안에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1년 넘게 여섯 기수를 진행하는 동안 강의를 제시간에 끝낸 적이 드물 정도로 내 안에는 할 이야기가 차고 넘쳤다. 스픽에서 보낸 3년이라는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 방출될 날만 기다리다가 어느 날 내 입으로 봉인 해제된 기분이었다.
처음엔 내가 뭐 그리 대단한 마케터도 아닌데, 내가 공유하는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이미 아는 것이거나 시시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겁이 났다. 하지만 내가 스픽에 와서야 알게 된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분명했다. 모두가 실리콘밸리 회사를 다녀볼 수 없는 만큼, 내가 스픽에서 받았던 신선함과 충격이 분명 전해질 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강의의 반응은 뜨거웠다. 매 기수마다 마케터, PM, 데이터 애널리스트, 대표님까지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모여, 치열하게 고민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 수강생 분들은 나를 '강사님'이 아닌 '지안 님'이라 불렀고(나는 이 지점이 참 좋았다), 나 또한 스픽에서 내가 보고 배운 것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공유했다. 또 내가 막힌 부분에서는 거침없이 그들에게 지혜를 구했다. 처음 강의를 기획할 때 걱정했던 것들이 무색할 정도로 나의 강의는 나와 수강생 모두를 성장시키고 있었다.
한 기수가 끝날 때마다 받은 피드백에서 '실제 업무에 도움이 되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점차 내가 경험한 것이 절대 작지 않음을, 공유할만한 가치가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공유하는 모든 내용이 옳고 합당해서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공유하는 내용 중 단 한 줄이라도 그 내용이 듣는 사람의 간절한 마음에 닿았을 때 깨달음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자신이 고민하는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 발품을 팔고 돌고 돌아 내 강의까지 찾아오게 만든 그 간절함이 그들을 구원한 것이다. 그렇게 1년간의 강의를 마치고, 자연스럽게 그다음 스텝을 고민하게 되었다. 나는 이제 조금 더 정제된 언어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마침 스픽은 이효리 캠페인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빠르게 쌓고 있었고, 나 역시 내 삶을 통째로 갈아 넣었던 회사 생활에서 한 발짝 빠져나와 지금까지의 시간을 갈음하고 싶은 시점이었다. 그리고 나는 2021년 스픽에 입사해서 스픽이 유니콘 기업이 되기까지 그 성장에 기여하고, 모든 성장의 과정을 목격한 사람이 아닌가? 그것도 1열에서! 나는 내가 스픽에서 직관한 내용을 고스란히 책이라는 물성이 있는 존재로 담아내고 싶었다. 처음엔 '내가 스픽 창업자도 아니고, 리더도 아닌데 무슨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기에 할 말이 있을 것 같았다. 창업자의 정신을 찬양하고, 우리의 성장을 영웅화하는 그저 그런 브랜딩 책이 아니라 진짜 실무자 관점에서 담아낸 성장기라면, 나처럼 성장에 목마른 K-직장인들에게 분명 와닿는 이야기가 될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었다. 세상에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고, 서점에 가면 오늘도 내일도 수 백 권의 책이 새로 나오고 사라진다. 결정적으로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책을 한 번도 내본 적 없는 신인 작가였고, 흔히 말하는 인플루언서도 아니라서 내가 책을 냈다고 해서 냉큼 사줄 팔로워도 없었다. 당연하게도 나에게 책을 내자고 제안하는 사람도 출판사도 없었다. 인맥, 인지도, 명성, 뛰어난 필력 등등 책을 내기 위해서 필요한 그 어떤 조건도 나에겐 없었다. 그저 나는 생애 최초로 책을 내보고 싶은 작가 지망생이었다. 독립 출판이나 전자책과 같은 출판 형태가 아닌 책의 고유 유통 번호인 ISBN이 찍혀 서점에 정식으로 유통되는 책을 내고 싶은 작가 지망생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책을 내야겠다는 생각은 더욱 강렬해졌다. 내가 만약 이 막막한 길을 뚫어낸다면, 그 자체로도 엄청난 성취일 테고 또 나와 같이 아직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 안에 콘텐츠가 펄떡펄떡 살아 숨 쉬는 미래의 작가 지망생에게 영감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나 홀로 출판 프로젝트를 킥오프 하고, 책 출간을 위한 전략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나만의 출판사 및 출간 기준을 만들어 포스트잇에 써서 책상 앞에 붙여 두었다. (작성한 기준들은 차차 공개할 예정이다) 그렇게 대차게 킥오프를 했지만 여전히 막막했다. 책을 출간하기 위한 프로세스는 어떻게 되는지, 출간 제안서라는 게 있다는 데 그것은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프로젝트를 구체화할수록 내 마음속에 의구심만 커지고 나는 한 없이 작아졌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나에게 아래와 같은 질문을 물어봤다.
Q. 내가 한 경험과 이야기가 공유할 가치가 있는가?
Q. 시장에서 이 이야기가 먹힐 것이라는 것을 검증했나?
Q.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진심인가? 돈을 벌고 싶은 거 아니고?
이 세 가지 질문에 나의 대답은 언제나 Yes였다. 나는 내가 가진 이야기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강의에서 만났던 분들이 내게 건네었던 응원과 진심은 분명 내 이야기가 기존 시장에는 없는 유니크한 이야기라는 것을 반증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내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랐다. 나는 진심으로 내 이야기가 새로운 세상을 궁금해하고, 또 성장에 가로막혀 막막한 누군가에게 한 순간의 영감이 될 수 있길 바랐다. 그것 하나면 나는 글을 쓰는 고통을 감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분명 책을 낼 수 있는 가능성보다 책을 내지 못할 가능성과 이유들이 훨씬 더 많았지만, 나는 이 질문들을 붙잡고 책을 내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나는 내가 세운 기준에 꼭 맞는 출판사와 지난 6월 책 출간 계약을 했고, 아무것도 아닌 내가 만든 책이 곧 세상에 나온다. ISBN이 찍혀 서점에 정식으로 유통되는 정통 책으로 말이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1년 전의 나처럼 생애 첫 출판을 꿈꾸는 누군가를 위해 나의 지난 출간 여정을 공유하고자 한다. '야 너도 책 낼 수 있어!'와 같은 희망 라이팅이 아닌, 생애 첫 출판을 위해서 넘어야 할 고비가 무엇이고 취해야 할 전략이 무엇인지 등 내가 출간을 앞두고 궁금했고, 고민했던 모든 것을 복기하며 낱낱이 기록해보고자 한다. 이 이야기 또한 공유할 가치가 있고, 시장에서 먹히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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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출판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한 저의 첫 책 '틀려라, 트일 것이다'는
교보문고/예스24/알라딘 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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