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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lfynina Feb 09. 2023

[폴 고갱] 그리고 달과 6펜스

폴 고갱의 작품세계 :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가

<달과 6펜스>의 저자 서머싯 몸은 영국의 극작가이자 소설가로,  <인간의 굴레에서>, <인간의 베일>, <면도날> 등 의 명작을 남겼다. 그 중에서도 <달과 6펜스>는 그를 유명작가 반열로 올라서게했다. 이 작품은 폴 고갱의 생애를 모티브로 한 소설로, 고갱의 생애와 더불어 작가의 유미주의적 가치관이 묻어난다. 소설의 화자인 '나'는 작가로서, 소설의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의 삶을 풀어내는 식으로 글이 진행된다.


제목에서 '달'과 '6펜스(영국에서 가장 낮은 단위로 유통되었던 은화의 값)'는 둥글고 은빛으로 빛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상반되는 세계이자 힘을 상징한다.  책을 읽다보면 달은 예술을 향한 스트릭랜드의 광적인 열정과 그가 좇고 있던 세계를, 6펜스는 우리가 순응하고 살아가고있는 세속적인 삶과 물질적인 가치를 상징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 소설은  평범함에 안주하는 삶을 살고있던 주인공이 달빛을 만나며 6펜스의 삶으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을 보여주며 독자로 하여금 '아무런 의심없이 꿈을 좇을 용기'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또한 예술가의 고뇌와 고독의 과정을 통해, 그리고 아주 극단적으로 이상만을 바라보는 스트릭랜드의 삶을 통해 계속하여 이상과 현실에 대한 고민을 불러 일으킨다.


"나는 그려야 해요"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그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단 말이오.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나오는 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



오로지 정신적인 삶만을 사는 그의 생활 방식에는 어딘지 인상적인 데가 있었다.

그는 꿈속에서 살고 있었고, 현실은 그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오직 마음의 눈에 보이는 것만을 붙잡으려는 일념에 다른 것은 다 잊고, 온 힘을 다해 자신의 격렬한 개성을 캔버스에 쏟아붓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스트릭랜드가 달빛으로 향하는 순간들. 예술이 그의 소명임을 받아들이고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그의 신념이 엿보인다.



자기가 바라는 일을 한다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조건에서 마음 편히 산다는 것, 그것이 인생을 망치는 일일까?


글의 끝무렵,  저자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소설 속 스트릭랜드는 오로지 열정으로 꿈을 위한 삶만 추구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도덕적 의무를 저버리는 행동들은 정당화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딘가 모순적인 그의 행동들은 비판을 사 마땅하지만, 또 그와 별개로 환경적 제약과 관습, 시선으로부터 분리되어 오로지 꿈을 좇을 수 있는 그의 용기와 열정은 계속하여 우리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나라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여 끝을 볼 수 있을까?




<Where do we come from? Who are we? Where are we going?>

유채 139×374.4cm 미국 보스턴 미술관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가'라는 이 작품의 제목은 굉장히 철학적으로 보인다.

딸의 죽음 이후 상실감으로 인해 '유언'을 대신하여 그린 이 그림은 고갱의 작품 중 가장 명작으로 평가받는다.


삼베 위에 그려져 거친 느낌이 풍긴다. 오른쪽부터 왼쪽으로 인간의 탄생과 소멸의 과정을 파로나마 사진처럼 표현하고 있다. 

그림의 가장 오른쪽에서 작은 아기의 모습을, 가운데에서 사과를 따고있는 젊은 남자의 모습을, 왼쪽에서는 귀를 막고 웅크려있는 늙은 여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과거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것 같다고도 생각된다. 아기의 모습에서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Where do we come from?)' 라는 질문으로 우리의 과거에 대해 질문하고, 청년의 모습에서 '우리는 누구인가 (Who are we?) 라고 현재 우리의 모습에 대해, 인간의 본질과 내면에 대해 질문한다. 마지막으로 늙은 여인의 모습에서는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Where are we going?)' 라며 미래를 인식하고, 삶의 유한함을 지각하게한다. 


이 그림은 근본적인 세계와 사후세계와 종교에 대한 물음도 포함하고 있는 듯 하다. 다양한 동물의 등장과 왼쪽 뒤 푸른 신상이 샤머니즘적 요소를 연상시킨다. 또한 사과를 따고 있는 청년의 모습과 사과를 먹고있는 여자의 모습을 통해 기독교적 세계관도 엿볼 수 있다. 



사람은 힘든 경험들을 통해 더 성장한다고 한다.  고갱이 슬픔을 겪으면서 그의 철학, 세계관이 명확해지고, 명작을 완성시킨 것처럼, 힘들고 슬픈 일들에 절망하기보다 온전히 슬픔을 느끼고, 극복한다면 큰 성장과 발전을 이룩할 것이라 믿는다.

이 외에도 늦은 나이에 예술에 뛰어들어 인정받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세속적 가치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간 고갱의 용기와 열정, 자신에 대한 믿음과 확신, 그리고 꾸준한 노력이 그를 지금 세계적이고 저명한 화가로 우리가 기억할 수 있게 만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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