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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lfynina Feb 21. 2023

[하이디부허] 벗기며 벗어나다

Heidi Bucher의 작품세계 : 공간의 껍데기를 벗겨내다

Heidi Bucher, 1926~1993


Heidi Bucher during the skinning process of Gentlemen's Study, 1978. ⓒ The Estate of Heidi Bucher



오늘 소개할 "하이디 부허 (Heidi Bucher, 1926~1993)"는 스위스의 아방가르드 예술가로,

공간과 신체를 탐구하고 이를 조각의 형식을 차용해 예술로 표현한다. 초기에는 신체 자체에 초점 맞춘 작품을 선보였지만, 말년에 가서는 육체와 공간이 맺는 관계를 중심으로 작품활동을 전개했다.



* 초기 작품 : Silk Collage

Silk collage, 1956, Collage on cardboard, 28 x 18cm


1956년, 그녀는 스위스 수잔 파이겔 갤러리 (Galerie Suzanne Feigel)에서 세상에 처음으로 그녀의 작품을 선보였다. 당시 그녀의 작품들은 위 사진과 같은 실크 콜라주가 주를 이루었다.


이 당시 하이디 부허에게는 학자이자, 컬렉터이자, 다다이즘 전문가인 한스 볼 라이거 (Hans Bolliger)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를 통해 뉴욕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는 제이비 뉴먼 (J.B Neumann)을 소개받는다. 그리고 그녀는 그의 갤러리인 World House Gallery를 관리하게 되며 1958년, 그녀의 실크 콜라주와 드로잉 작품들을 또 한번 전시할 기회를 얻는다.




* 남편 칼과의 공동작업

Carl Bucher 


1960년, 그녀는 다시 취리히로 돌아오는데, 이곳에서 또 한명의 예술가, 칼 부허(Carl Bucher)를 만나게 된다. 이 둘은 결혼을 하여 함께 예술활동을 이어나갔다. 특히 그들이 함께 살았던 아파트는 작업공간이자 다양한 예술가들의 만남의 장소로 여겨졌는데, 바우하우스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맥스 빌(Max Bill)과 스위스의 갤러리스트 브루노 비숍베르제(Bruno Bichofberger)가 대표적이다.


Haper's Bazaar, Cover with Landings to Wear, 1966


1970년대 초, 취리히에서 캐나다, 캐나다에서 미국 LA로 거처를 또 옮긴 그들은 "Landings to Wear and Bodyshells"라는 작품을 만든다. 이는 칼 부허의 대표작인 Landing을 웨어러블한 조각으로 제작해보자는 하이디 부허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이 작품은 미국 여성 패션 잡지 Harper's Bazaar의 표지를 장식하는 영광을 얻게된다. 



* 새로운 소재 시도, Pearl

Der Fisch Schläft, 1975, Textile, Latex, Mother-of-pearl pigments, 215 x 80cm


이후 로스엔젤레스에서 하이디 부허는 태평양에서 영감을 받아 그녀의 작품에 자개를 사용하는 시도를 한다. 어린 시절부터 작은 껍질이나 곤충의 무지개빛 반짝임, 물고기의 비늘에서 비치는 빛 등에 매료되었던 그녀에게 자개는 더할나위없이 매력적인 소재였던 것이다. 일부는 입을 수 있도록 제작된 부드러운 작품도 있다.



* 공간과 신체의 관계성 연구


1970년대에 부허 가족은 스위스로 돌아왔지만, 부부로서의 가치관이 달랐던 하이디와 칼은 이 때부터 각자의 길을 걷게 된다. 하이디는 부허(Bucher)라는 성은 유지했지만, 예술가로서 자신의 작품을 추구하기 위해 칼과 거리를 둔다. 이후 그녀의 작품세계는 더 단단해지게 된다. 이 시기부터 공간과 신체를 탐구하고 그 관계성을 표현하는 조각 작품을 선보였다.


Ablösen der Haut I – Herrenzimmer, 1979, Photo by Hans Peter Siffert


그 중 대표적으로 방을 본뜨는 작업이 있는데, 그녀는 이 작업을 위해 공간 전체에 패브릭을 덮고 라텍스를 칠해 공간을 찍어냈다. 이 과정을 "스키닝 Skinning(Häutungen)"이라고 부른다.


이 사진은 그녀가 스키닝 작업을 통해 찍어낸 패브릭을 한거풀 벗겨내는 순간을 담은 것이다.

공간의 껍데기가 벗겨지는 모습이 마치 번데기에서 갓 탈피한 나비처럼 보이기도 한다..


Herrenzimmer,  1979, Textile, Latex, Mother-of-pearl pigments, 2014
Lindgut,  1988


문득 공간은 그 곳에서 웃고 울었던 기억들과 지난 세월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어떤 공간, 어떤 장소는 언젠가의 향수를 불러일으켜 기억에 잠기게 하는 듯하다.

하이디 부허는 우리가 간직한 좋은 기억이 아닌,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들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공간에 묻어나는 벗어버리고 싶은 기억들, 이를 그녀는 작품을 완성해나가는 과정속에서도 퍼포먼스를 통해 보여준다. 



방은 껍데기, 피부입니다. 
억압된 것, 방치된 것, 낭비된 것,
잃어버린 것, 가라앉은 것, 평평해진 것,
황량한 것, 거꾸로 된 것, 희석된 것, 잊혀진 것,
박해받는 것, 상처받은 것 등을 

하나씩 껍질을 벗기고 버리십시오.

-Heidi Bucher



"Rooms are shells, they are skins. Peel off one skin after the other, discard it: the repressed, the neglected, the wasted, the lost, the sunken, the flattened, the desolate, the reversed, the diluted, the forgotten, the persecuted, the wounded."  -Heidi Bucher




  


참고 문헌

https://heidibucher.com/biography/

이미지 출처

https://heidibucher.com/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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