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느끼기에 소설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픽션이라는 특성을 살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나 인물을 탄탄한 구조와 흡입력 있는 서사로 완성시킨 것.
나머지 하나는 일상적 상황을 배경으로 하지만 현실에 존재할 법한 인물의 내면을 세밀하게 묘사하여 그 감정선에 몰입하게 하는 것.
사강의 소설은 후자에 해당한다. 이런 류의 소설을 누군가는 가벼운 연애소설로 치부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과 사랑에 대한 깊고 예리한 고찰을 기반으로 한 섬세한 묘사는 깊은 울림을 준다. 평범한 서사임에도 불구하고 한 문장 문장을 곱씹게 되는... 어쩌면 무거운 철학을 좀 더 가볍게 표현하고자 일상적 소재를 택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강 소설은 이렇게 가벼움과 무거움을 넘나드는 매력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강의 소설은 그녀를 닮아 솔직하다. 나이가 들수록 온전히 솔직할 수 있는 순간이 줄어듬을 체감한다. 그래서일까. 언젠가부터 솔직함은 내게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아무튼. 소설 속 인물들의 구체적인 심리묘사는 그녀가 자신과 주변을 깊게 들여다보았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가감없이 솔직하게 담은 그녀의 문장에는 내가 애써 꽁꽁 싸메온 생각, 고민, 감정, 느낌이 담겨있다. 그래서 그녀의 소설을 읽다보면 깊이 빠져들어 공감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자유로움을 넘어 방탕하다 할 수 있는, 그럼에도 누구보다 사람을 사랑했던 사강.
그녀의 작품과 그에 대한 나의 생각을 공유하기에 앞서, 프랑수아즈 사강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