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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혜 Aug 19. 2021

로맨스가 필요합니다...

내 삶의 주인공은 바로 '나'

  무료하고 심심하다 못해 따분할 때, 스트레스 엄청 받았을 때, 시험이 끝났는데 딱히 할 일 없을 때 난 로맨스 소설이나 만화를 즐겨 봤다. 돈도 없고 갈 데도 없으면 김치전이나 붙여 먹어야지. 겨울이면 따땃한 방바닥에 배 깔고 과자 봉지 뜯어 바스락 대며 읽는 그 맛이라니. 여름엔 오싹한 추리물이나  19금 로맨스물을 읽으며 시원한 수박이나 아이스바 먹으면 더위쯤이야 끄떡없지. 내가 즐기던 취미 생활중 하나로 가성비가 갑이다. 

 계곡에 발 담그고 수박 한 입 베어 물고 친구들과 수다 떨면 금상첨화지만 팬데믹 시대라 집콕이라면 시원한 얼음물에 발이라도 담그고 책이나 영화 속 세계로 떠나는 것도 난 좋다.


  아이들 키우고 살림하랴 일하랴 책을 읽을 시간도 많지 않았지만 예전 과는 좀 다른 이유로 가끔 로맨스 소설을 찾았던 거 같다. 남편과 연애할 때는 그 사람과 실제로 로맨스에 빠져 있었으니 읽을 필요가 없었지만. 내가 주인공이었으니까. '전쟁 같은 사랑'을 했으니 희극과 비극 그 사이에서 울고 웃고 한 편의 드라마를 찍었었다. 그러나 결혼은 곧 현실이고 더 이상 로맨스는 펼쳐지지 않으니 로맨스 소설을 읽고 가끔 대리만족을 느끼곤 했다. 

 연애할 때는 다 참아 주던 것이 결혼 후는 안 참아 주게 되고... 실망의 모습을 마주 하게 된다. 남편은 한창 일 하고 바쁠 시기라 해외 출장도 잦고 아내는 독박 육아로 지치게 된다. 권태기라는 것이 스멀스멀 기어든다. 그 외에 여러 상황들이 때론 힘들게 할 수도 있고.



 그 시기쯤이었을까... 딸이 소아암으로 아파서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딸을 살리고 돌보고 케어하는 게 최선이다 보니 다른 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내고 결혼 10주년을 맞았을 때 남편이 해외 출장길에 함께 가자고 했다. 난 아이들이 걱정이 되었는데 시누이에게 부탁을 하게 되어 떠날 수 있었다. 그때 비행기를 타고 이륙하는데 눈물이 났다. '아~~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남편이 일하는 현장에 가보니 얼마나 고생하는지 다시 한번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했다. 부부만의 시간, 둘만의 추억 만들기가 필요하구나 느끼게 되었다. 그 후에 남편이 퇴사하고 자기 사업을 하며 내가 남편을 돕게 되니 함께 출장 갈 일이 많아지고 그 시간은 일도 하고 둘의 시간도 갖는 셈이 되었다. 대화도 더 나누게 되고 싸울 일도 많았지만 그것도 지나간다는 거다. 꼭 해외가 아니더라도 둘의 시간을 갖으려고 노력 하며 더 이해해 보려 했다는거다.


  요즘 하는 말로  '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다. 누군가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 설레고 새롭고 할지 모르나 바람은  지나가는 불장난 같은 것. 남의 떡이 좀 더 좋아 보일 수 있으나

내 것을 사랑하자  

어른들 말씀에 '거기서 거기'란 말이 있다. 아직 많이 살았다 할 수 없지만 살아갈수록 왜 옛 말이 다 맞는 걸까.... TV에서 한 여자가 "아직도 남편 보고 설래?" 그러니까 다른 여자들이 금방 대답을 못한다. 질문을 한 이가 "아직도 그러면 그건 심장에 문제 있는 거야 "라고 말한다. 들었던 얘기 같았는데도 웃음이 났다.  

더 이상의 설렘은 없어도  함께한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고운 정 미운 정의 깊이가 있을 테지.

 부부의 연은 소중하다. 처음 한 언약, 뜨거웠던 마음, 둘이  이룬 우리 가족의 스토리. 그 시간이 귀하다. 흰 서리가 내린 머리가, 굽어진 어깨가 안쓰럽다. 이제는 그만큼 서로 길들여진 걸까 남편이 자식보다 편할 때가 있다. 

  미워하고 다투는 시간만으로 인생을 보내긴 참 아깝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가지 않는가. 우리는 모두 내일을 모른 채 살아가는데. 사랑하기만도 아까운 시간이기에...


 관계가 소원하다면 로맨스가 필요합니다. 어디론가 떠나 보세요. 어디 갈까로 싸우게 된다거나 갈 수가 없다면 떠나지 않아도 방법은 많아요. 

   부엌에서 일하는 그녀에게 백허그해주세요, 슬며시 눈치껏^^.... 여자들이 좋아할 때도 있지만 짜증 날 때도 있답니다.  부엌은 위험하죠  ㅎㅎ 무기가 많으니까요. 설거지, 쓰레기 버리기, 청소 당연히 도와주시죠? 서로 돕고 소통하며 배려하는 관계. 일방적인 건 없는 거 같아요. 어떤 관계든.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힘이 되는 한마디가  필요해요. 안 해보셨다고요?  그럼 문자도 있고 카톡도 있으니 고맙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손 내미세요. 이모티콘도 있죠. 

  아이들도 많이 안아 줘야 정서적으로 안정돼서 공부도 잘하고 인성에 도움이 된대요. 부부도 스킨십이 필요하죠. 달달한 말 한마디, 닭살 돋나요? 다~~ 하다 보면 늘어요. 로맨스 참 쉽죠?? 꿈꾸는 로맨스 그게 뭐 별 건가요? 지금부터 로맨스의 주인공들이 되세요. 행복은 성적순도 아니고 멀리 있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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