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엘리 Oct 13. 2023

노리다케잔에 담긴 게이샤 커피, 그 새까만 행복

SAKAI COFFEE, 사카이 커피


  일본은 전국 어디를 가든 레트로한 감성의 로컬 커피숍들이 있다. 킷사텐(喫茶店)이라고도 불리우는 이런 곳들은 모던하고 세련된 감성의 대형카페가 유행하는 한국의 트렌드와는 좌표 정반대선상에 있는 곳이라 할 수 있겠다.

  요즘 나는 자꾸 이런 곳을 찾게 된다. 주로 집이 아닌 곳에서 PC작업을 위해 커피숍을 찾는 나에게는 사실 인터넷이 원활하고 테이블마다 전원 플러그가 있는 동네 스벅만큼 좋은 곳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일요일 아침, 오늘은 큰아이의 영어시험이 있는 날이라 아이를 들여보내놓고 기다리는 동안 시험장 근처의 커피숍을 찾았다. さかい珈琲。사카이 커피.


  여기는 점포수는 몇 없지만 전국 체인이다. 특별히 일본 킷사텐 문화의 정수를 이을만한 카페도 아니고, 중간 규모의 매장 크기에 중간 규모의 인지도. 평범한 인테리어. 와이파이 제공 서비스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 아날로그 한 곳이다. 조용한 재즈가 흐르고 20대부터 70대까지의 로컬한 손님들이 자유롭게 수다를 떠는 곳. 80년대풍의 유니폼을 입은 스탭들이 머그컵이 아닌 클래식한 커피잔에 새까만 블렌드 커피와 모닝 토스트를 제공하는 곳.


  그러나 이런 평범하고 아날로그 한 곳에서 만나는 한잔의 커피가 탄성이 나오게 맛있기도 하다.

1100엔에 우아한 노리타케 잔에 담겨 나오는 새까만 과테말라산 게이샤 커피를 한 모금 삼키니, 입 안 가득한 여운에 나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 나온다.


하아, 되게 맛있네.



매거진의 이전글 일본의 가을이 반갑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