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의 현실세계관 27
당연하게도, 한국에서 낳고 자란 사람이 바라보는 한국의 모습은 별다를 게 없을지도 모른다. 모국어인 한국어도 우리에겐 이미 일상의 부분이자 생활이기 때문에 이 역시 특별해 보이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보는 외국인들의 시선은 좀 다른 듯하다. 한글은 전 세계에서 오직 대한민국만 사용하는 활자이며, 이 활자를 활용하여 언어를 구하사는 나라 역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외국사람들이 보기에는 문자의 생김새부터 배열, 언어에서 주는 특유의 리듬감과 억양은 사뭇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하나 보다.
한국의 여러 모습 중에서도 도시의 모습은 외국인들이 보기에는 꽤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다.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초대형도시이자 도시에 집중화된 과도한 인프라는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진풍경을 만들어 낸다. 여기에 끝을 알 수 없는 높은 밀도의 화려한 간판, 밤새 술을 마시며 놀아도 안전한 치안, 뭐든 클릭하나로 해결되는 온라인시스템들은 마치 마블의 와칸다를 보는 듯하다는 비유를 듣기도 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지역도 뼛속까지 한국인인 나에겐 그다지 특별할 게 없는, 서울이 지니고 있는 꽤 익숙한 모습 중 하나다. 하지만 나는 맨 처음 이곳을 마주했을 때는 의외로 참 멋진 장소라고 느껴졌다. 이 근처로 이사를 하고 나서 얼마 뒤에 한강을 보러 나가봤다. 선선한 바람이 조용히 부는 쾌청한 가을 해 질 녘의 한강이란 멋지다 못해 혼자 있음에도 불구하고 로맨틱함까지 느껴지곤 했다.
몇 년 전, 없는 돈을 영혼까지 끌어올려 뉴욕을 방문했을 때였다.
맨하튼의 루스벨트 아일랜드를 처음 봤을 때의 감정이 있었다. 그때의 감정이란 마치 시공간이 정지한 듯한 느낌이었다. 그닥 궁금했거나 좋아했던 곳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나의 눈이 카메라의 앵글이라도 된 듯, 한참을 그 장면을 바라보며 여러 가지 상상에 빠졌었다. 돌아와서 보니 이곳에서 그때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 장소를 찾는 외국인들도 어쩌면 이곳을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분명 외국인의 시선은 내가 보는 관점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우리에겐 일상인듯한 모습이 그들에게는 문화충격인 것들도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듯이.
그런 이유에서 만약 친구가 외국인이고, 그 친구가 서울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이곳에 꼭 한 번 와보는 것도 좋겠구나 싶었다.
머리 위로는 지하철이 굉음을 내며 오가고, 앞에는 거대한 강이 흐르고 있으며, 그 길을 따라 땀을 흘리며 정신없이 트랙을 달리는 사람들을 배경 삼아 삼삼오오 모여 한가로이 야외에서 배달음식에 맥주를 즐길 수 있는 장소는 전 세계를 통틀어도 그리 흔하진 않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