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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tton Salam Mar 30. 2023

35. 이제부터 내가 너의 주인이다 - 기타 01

보통사람의 현실세계관 35

35. 이제부터 내가 너의 주인이다 - 기타 01


요즘 학생들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나이또래라면 유년시절의 공통된 경험이 몇 가지 있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바로 피아노 학원을 다녀본 경험일 것이다. 체르니 30, 또는 40까지.

억지 학원생활의 시작은 아마도 부모님으로부터 촉발되지 않을까 싶다. 많은 사람들에게 물어본 결과 적어도 내 주변의 거의 대다수는 이 강압적인 경험의 희생자(?)였다. 그리고 경험의 기억을 들추자 많은 공감을 하곤 했다.


하지만 남들이 다 해봤다는 그 경험을 나는 하지 못했다. 당시에 나는 대체 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녔는지 그 흔해 빠진 피아노 학원 한 번을 다녀보지 않았다.


그 때문에 나에게 악기를 다루는 기술이라곤 고작 초등학교 다닐 때의 강압적인 음악시간의 작디작은 소산물인 단소와 리코더 연주가 전부였다. 난 개인적으로 단소를 정말 싫어했다. 왜냐하면 그 당시의 나에게 단소란 악기보다 몽둥이로 곧 잘 쓰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기악연주능력이 없이도 나름 잘 다니던 학교생활에 차질이 생긴 것은 고등학교를 입학하고 나서부터였다.

당시의 음악선생님은 1학년 첫 학기의 첫 시간에 쭈뼛대며 각을 잡고 앉아있는 학생들을 향해 찰진 엄포를 놓았다. 2학기에 악기시험을 본다는 것이었다. 일순간 교실은 술렁거렸고 내 머릿속은 울렁거렸다. 그래도 괜찮다. 나에겐 단소와 리코더가 있으니까.


그러나 선생님은 나같이 단순한 청소년이 빠져나갈 구멍을 쉽사리 만들어 주지 않았다. 단소와 리코더연주는 점수로 인정해 줄 수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선생님의 말씀은 ‘이 이야기를 미리 한다는 것은 시간을 충분히 준다는 것이니 지금부터라도 악기를 배우면 늦지 않는다. 미리미리 준비해’라는 압박 비슷한 것이었다.


망했다.

내 성적에서 예체능 점수를 빼면 남는 게 거의 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과목에서 딱히 점수를 올릴 역량도 안 됐고 의욕도 없었다. 다른 과목도 아니고 고등학교 첫 학년에, 첫 음악시간에 위기감을 느끼다니.


닥치는 대로 당장 뭔가를 시작해야만 했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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