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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기의 방문

옥기는 내가 좋아하는 동생으로 독일에 처음 공부하러 갔을 때 베를린에서 만난 유학생으로 당시 그녀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공부하던 드레스덴과는 2시간이 안 걸리는 거리여서 가끔 주말엔 미술관과 박물관이 많고, 한국 스님이 계시고 무엇보다 자매처럼 지내던 옥기가 있는 베를린을 종종 친정나들이하듯이 찾아갔다. 옥기의 기숙사는 내게 한국음식을 해 먹고 한국인들을 만나고 이야기 나누는 추억이 많은 장소인 것이다. 한국인이 거의 없는 곳, 드레스덴에서 공부하는 나를 걱정해 주고 응원하며 나의 잦은 방문을 한 번도 싫은 내색도 안 하고 반겼다.

학업도중 폐쇄공포증으로 공부를 어렵게 마치고 나는 한국에 돌아왔고, 옥기는 독일에 이민 온 지금의 남편을 만나서 그곳에 정착했다, 그 후 비행기 타는 것이 힘들어 가보고 싶은 독일을 한 번도 가보지 못했고 마음이 아팠지만 그곳 생활도 잊고 지냈다.  


그런 내게 헤어진 이후 21년 만에 어제 옥기가 군산으로 찾아왔다. 꿈만 같았다.


작업실을 방문하고 싶다 하여 들렀는데, 20년 전에 옥기에게 보내려고 포장해 둔 미처 보내지 못한 작품들을 찾아서 이제야 선물로 주었다. 그 외에도 몇 점 집에 둘만한 작품들을 함께 포장하였다. 더라도 주고 싶었으나 버스 타고 친정 부산까지 가야 하고 독일로 떠날 것을 생각해서 그러지도 못했다. 옥기와 나는 연신 웃기만 하였다. 이 만남이 꿈만 같고 행복했다. 함께 한국을 방문한 그녀의 둘째 아들 지윤은 이런 우리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훌쩍 커버린 아들을 보니 흐뭇했고 세월이 흘렀음을 알았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우리의 마음이 처음 만난 1997년도 그대로 머물러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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