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살 친구이 준 나를 돌아볼 기회
나에겐 타지키스탄에서 한국까지 공부하러 온 23살 친구가 있다. 그와의 대화 후,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질문이 있었다.
**“그래서 그게 너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데?” **
이 대화는 또 다른 친구인 인도인의 초대로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시작되었다. 타지키스탄 친구는 정치, 외교, 국제 정세에 관심이 많았고, 나도 어설프지만 관심이 있는 상태였다. 내가 그에게 “최근 푸틴이 북한을 방문할 계획이라는데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어본 것이 대화의 시작이었다.
대화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로 이어졌다. ‘왜 스트롱맨인 푸틴이 이끄는 러시아가 바뀌길 바라는가?’, ‘러시아를 부정하고 미국을 지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은 과연 좋은 국가인가?’, ‘미국이 약소국을 대하는 방식과 푸틴의 러시아와의 차이는 무엇인가?’, ‘왜 타지키스탄은 러시아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가?’, ‘왜 타지키스탄과 러시아의 관계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와 다른가?’ 우리는 서로 어설픈 영어로 각자 하고 싶은 말을 유추해가며 대화를 나눴다. 그러던 중 내가 언급한 질문을 받게 되었다.
러시아에서 푸틴이 물러나는 것과 나는 무슨 관계일까? 푸틴을 쫓아내서 내가 얻는 이익은 무엇일까? 급하게 “내 신념이고,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세상은 모두가 선택할 기회를 갖는 것이고, 권력자의 이익을 위한 리더가 싫다”고는 했지만, 스스로 납득할만큼 답변하지 못했다. 자기 만족이 아닌 나에게 실질적인 이득은 떠오르지 않았다. 러시아인이 선택할 권리를 갖는 것이 나에게 어떤 이득이 있는걸까?
이 질문에 대한 고민은 나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되돌아본 나는 나에게 이익이 되는 것보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는 게 자연스러웠다. 나는 할 수 있는 일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나서서 도와주는 편이다. 내 일보다 부탁을 우선시하여 처리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내가 지금 성공하지 못한 걸까? 경제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것이며, 남들보다 느리게 살아가는 걸까? 라고 스스로 자책하기도 하며, 고민을 거듭했다.
유시민 작가의 신작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을 읽고, 그 질문에 어느 정도 답을 찾게 되었다. 나는 그냥 그렇게 태어났다. 나는 진보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이다. 유 작가는 보수와 진보를 분류하는 여러 정의 중 보수는 나의 이익을 위한 것, 진보는 세상의 이익을 위한 것을 선택하는 성향으로 분류하는 정의를 제시했다. 물론 보수와 진보는 단순하지 않다는 것에 동의하고, 유 작가도 언급한다. 하지만, “그래서 너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데?”라는 질문에 “나의 선택이 반드시 나의 물적 이익이 될 필요는 없다”라는 답을 찾기에는 충분했다. 모든 것을 세상의 이익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 100% 진보, 항상 나의 이익만 따지면 100% 보수라고 한다면, 나는 60-70%의 진보인일 것이다. 나는 내가 아픈 게 싫지만, 나의 수익이 조금 줄더라도, 모두가 최소한의 혜택을 누리길 바란다. 내가 생각하는 ‘모두’에는 러시아인도 포함된다. 나는 푸틴이 러시아 국민이 자신의 대표를 선택할 권리를 억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핵심 주제는 아니지만, 그의 단순한 보수와 진보의 정의로 나는 일주일간 고민했던 질문에 나만의 답을 찾은 것 같다. 이런 고민을 하게 해준 타지키스탄 친구와, 내가 왜 답을 못했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 유시민 작가에게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