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ul Nov 28. 2023

추억은 아름다워

지난날의 정서

문득 젊을 때 좋아했던 옛 노래를 듣게 되면 그 시절의 추억이 시리즈처럼 떠오르는 것은 중년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며칠 전 TV에서 대학가요제 출신의 가수들이 출연하자 노래를 듣기도 전에 가사가  떠올랐고 그 시절의 사연들이 함께 맴돌았다.

50이 넘은 필자 역시 대학가요제 수상곡들을 들으며 20대를 보냈기 때문에 아련한 기억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다시 들어도 유행했던 발라드 노래의 가사들은 어찌 그리도 실연의 아픔을 잘 알았는지 그 당시 젊은 가슴을 저격했으며 서글픈 멜로디 마저 감미로웠다.

아프고 힘들어도 지난 추억은 아름답다고 어느 작가가 말했듯 추억이 아름답기 때문일까?

다시 들어도 서정적인 노랫말은 애달픈 감성의 파장이자 이별을 미화시키려는 애잔한 하소연으로 들렸다.

어찌 보면 그때의 노래가 여전히 좋기만 한 사유는 지나간 시절이 그립다기 보다 돌아갈 수 없는 그때의 정서가 아름답게 남어있는 까닭이라 여겨졌다.

러한 사유가 있어 아프고 힘겨운 시간도 추억 속에 묻히면 아름다운 것이라고 어느 작가는 말했을 것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연령의 증가와 더불어 옛 것의 가치를 더한다는 의미이고 늘어난 숫자만큼 안목의 폭이 넓어진 것이라 여겨진다.

돌이켜 보면 흐르는 시간과 함께 세상은 급속하게 바뀌었고 상상을 초월한 과학의 발전은 시간의 속도계를 몹시도 빠르게 작동시켰다.

새로운 것이 등장할수록 옛 것은 하나, 둘 자취를 감추었고 새것에 익숙하기 바쁘게 또 다른 문화가 찾아들었다.

사람들은 이 같은 변화를 진화와 발전이라 했으며 진화의 혜택은 우리네 삶을 윤택하게 만든 것은 사실이다.

아날로그가 구시대의 유물로 사라지고 디지털 세상은 인류를 더할 나위 없는 편리한 세상으로 만들었지만 첨단의 거센 물결 이면에는 너무 빠르게 수몰되는 가치 또한 증가했다.

유용했던 가치가 유물로 전락하는 현상은 사람도 마찬가지여서 기존의 인력은 첨단 시스템에 의해 설 자리를 잃게 되었고 그 자리는 젊은 능력으로 대체되었다.

이른바 능력주의의 새로운 등장은 정예의 소수로 교체되는 신세대의 두뇌를 일컫는 것이며 그들이 만든 첨단 시스템은 인력의 변화를 가중시켰다.

사람이 할 일을 컴퓨터가 대신하면서 노동인력은 감소하였고 어쩔 수 없이 퇴물이 되어야 하는 기존의 인재들은 저소득층으로 전락하는 현상이 증가했다.

가난했지만 검소한 생활을 통해 가정을 꾸리고 자식들 학비를 대던 기성세대의 노동자들은 중년이 넘으면 작은 아파트 한 채는 마련할 수 있었지만 이젠 지난 과거의 고진감래(苦盡甘來) 일 뿐 불가능한 현실이 되고 말았다. 

지구촌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은 오늘날 과학과 문명의 발전을 부정적으로 볼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과학과 문명의 원동력은 자본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기에 인류는 편익의 혜택과 함께 자본이 형성한 질서를 따라야 했다.

사람, 사람이 나누던 따뜻한 정과 교류는 자본주의의 기류에 의해 뒷전으로 밀려났고 획일화된 사회 구조는 인간의 순리와 도리를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사회 전반의 경쟁의식이 당연한 것으로 자리를 잡았고 중년이라면 가끔 되돌아보게 되는 옛 시절의 정서마저 고리타분한 억으로 치부되었다.

물론 세월이 흐르면 모든 게 변하고 옛 것의 자리에는 새로운 것으로 채워지기 마련이고 세월이 흐르면 강산도 변하듯 세월의 영겁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자연의 섭리이다.

그러나 환경은 바뀐다 해도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는 진정한 가치는 존재하는 법이며 강산은 바뀔 망정  인간의 정서는 퇴색지 말아야 한다.

자본이 이룩한 거대한 변화는 사회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첨단 시스템을 구축하였고 그에 따라 교육도 직업도 분화되었다.

환경에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인  까닭에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인간의 정서도 함께 변하는 현상은 참으로 애석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아이들에게 동화와 동요는 자취를 감추었고 어린 동심은 이제 컴퓨터를 보며 시간을 보낸다.

배양된 습관 성장하기 마련이고 환경에 적응한 생활방식은 정서마저 획일화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성장 과정에서 경쟁에 이겨야 하는 교육이 주입 아이들의 감수성도 바뀌게 된다.

가장 우려해야 할 사실은 세뇌된 습관이 계속 진행되면 긍정과 부정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비교의 가치로 인해 형성된 사고는 이기적 행동으발전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주위의 환경을 흡수하며 살지만 옳고  그름의 판단은 교육에 의한 결과이고 감성과 이성의 조율은 성장 과정에서 스스로 터득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

그러나 학군과 지역에 따라 유행을 만드는 문화는 정상적인 정서의 발달을 저해하는 여건을 제공한다.

이웃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을 꼭 같이 다녀야 하고 음악에 흥미가 없어도 필수적으로 피아노 학원은 보내야 한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를 엄마가 준비하고 방학 때 옆집 아이가 해외 어학연수를 가면 빚을 내서 라도 반드시 보내야 직성이 풀리는 부모들은 자식을 교육시키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마음대로 자식을 조정하는 것이다.

이처럼 외부에서 형성된 기준에 맞춰 자라는  아이들은 정서의 발달이 정상적일 수 없고 청소년기를 지나 대학에 가도 유행 따르고  남을 의식한 가치 판단으로 젊은 시절을 보내게 된다.

유튜브 몇 백만 조회수가 대중문화의 산실이고 관객 1,000만 명이 넘는 액션 영화가 영화이며 트로트는 한국 문화를 대변한다.

먹방 프로그램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여유가 없는 샐러리맨도 할부로 명품을 구매해야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이와 같은 현실은 입시 위주의 그릇된 교육과 조화 없는 문화의 실상이 원인이지만 비교의  가치로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의 탓도 큰 몫을 한다.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라 해도 교육은 결코 유행이 아니며 세월이 흘러도 학업 과정이란 새로운 지식의 습득 이외에는 왕도가 없다.

정서가 메말라 가는 현상은 지적 양식이 고갈될 때 일어나는 것이고 부모의 교양 수준도 중요한 작용을 한다.

어느 나라, 어느 사회나 지식의 확산이 없다면 대중문화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국민의 문화 수준은 결코 GNP 순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기성세대는 옛날의 정서좋고 요즘 젊은 문화를 이해하려면 버겁기만 한데 그것은 세대 차이의 관점이 아니라 옛 것과 새것의 조화를 외면하기 때문이며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가 교감할 수 있는 정서를 애써 차단하는 까닭이다.

역사를 초월해 클래식이 사랑받는 이유는 아름다움의 가치는 대가 따로 없고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는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장르가 다른 예술은 취향에 의해 선택되는 것이지만 아름다움을 공유하는 정서는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사람의 정서가 메마르면 미적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급변하는 유행만을 따르는 현상이 증가한다.

즉 진정한 아름다움의 가치를 매스미디어가 만든 유행으로 가늠하는 것이며 감성 또한 매체에 의해 길들여진다는 것이다.

지난날 동요를 노래하던 어린이들은 이제는  K-POP을 부르며 춤을 추고  컴퓨터 게임에  익숙한 어린 시절을 보낸다.

어린 시절에 형성되어야 할 정서는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갖춰져야 올바른 인성만들어지는데 이미 진행된  시대의 사고방식은 교육을 통해서도 바뀔 수 없는 상태가 돼 버린 것이다.

1인 자녀 시대에 엄마, 아빠는 직장에 가야 하고  정서적 교류는 부재된 환경에서 컴퓨터를 보며 홀로 어린 시절을 보내는 우리의 자녀들이 정서의 함양과 올바른 인성 교육을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경제도 교육 시스템도 선진국형으로 변모한 현시대에는 이렇다 할 방법이 없는 게 사실이다.

1인 자녀 시대에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금지옥엽(金枝玉葉)으로 키우는 것은 당연한 부모의 마음이지만 금쪽같은 교육이 자녀의 장래를 망칠 수 있다는 사실을 젊은 엄마, 아빠는 깨달아야 한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교육을 받은 중년들도 서울대학에 진학을 했고 어렵게 장학금을 받으며 해외 명문대를 졸업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추억이 아름다운 사유는 옛날이 그리운 것이 아니라 지금은 느낄 수 없는 그 시절의 정서를 기억하기 때문이며 너무나 변한 오늘의 세태가 부담스러운 중년의 한탄 아닐까 싶.

작가의 이전글 요리 잘하는 남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