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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Sep 23. 2024

한국의 부동산 위기

PF

이른바 졸부라고 불리는 부자는 과거에 농사짓다 벼락 부자된 사람을 일컫는 말로 농사짓던 논과 밭에 공장이 들어서면서 실거래가의 몇 십배의 돈을 받고 땅을 팔아 큰돈을 번 사람을 말한다.
1980년대에 제2차 국토종합개발이 실시됨에 따라 대한민국 전 지역에 개발 붐이 일어났고 넓은 논과 밭을 소유한 농부들이 평 당 몇십 배 오른 논과 밭을 모두 팔아 거부가 된 사람이 많았다.
100평만 팔아도 큰돈을 벌었던 사람에 비하면 몇 천 평 이상의 농지를 판 농부들은 어마어마한 돈벼락을 맞은 것이다.
그렇게 번 돈을 부동산에 투자해서 빌딩을 세운 부자들은 사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는 정부 정책 때문에 돈 놓고 돈 먹는 부를 이룬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자기 자본을 어느 정도는 투자를 하고 건물을 지었지만 몇 세대를 거치면서 자기 자본도 없이 대출로만 건물을 짓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일반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지만 대한민국 건축업이 그렇게 사업을 해 왔던 것은 사실이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우선 개인의 신용상태가 좋아야 하고 돈을 빌리기 위한 담보가 있거나 보증인이 있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한국의 건설업은 이제까지 건물을 지을 토지만 확보되면 건축 자금을 은행에서 모두 빌릴 수 있었다.

요즘 뉴스에서 PF란 말을 자주 듣고 부동산 PF, PF 위기란 말도 낯설지 않다.
PF는 Project Financing의 약자로 프로젝트 즉 사업의 이익을 따져 미래의 수익을 먼저 계산해서 대출을 해 주는 시스템이다.
대한민국 부동산의 관행이기도 한 PF는 실제로 건물을 지을 토지를 매입하는 계약금 3%만 있으면 사업자는 건설에 관계된 모든 돈을 대출받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단 일반 대출과 달리 PF대출은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명시된  사업을 하는데만 대출금을 쓸 수 있는 것이 일반 대출과는 다르다.
PF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우선 인허가를 받고 시행사가 신고를 한다.

먼저 은행은 시행사를 평가하고 신청한 사업이 아파트라면 사업장 주위의 환경과 거주 인구, 그 동네의 상업성 등 세밀한 부분을 검토하고 건물이 완공되면 그 아파트에서 발생할 연간 수익과 물가 지수 등을 감안한 후 수익률을 예상해 대출을 해 주는 것이 PF 대출이다.

연히 사업성을 검토하고 대출을 해 주는 것이지만 대부분 시행사는 건축회사에서 보증을 기 때문에 실제로는 보증을 선 규모가 큰 건축회사를 보고 은행이 대출을 해 주는 것이다.
이렇게 대출이 승인되면 시행사는 곧바로 광고를 내고 분양을 한다.
땅만 파기 시작한 있지도 않은 아파트를 분양하는 것이고 도심에 있는 목이 좋은 위치에서 분양 광고를 하면 많은 사람들은 조감도만 봐도 대출을 받아 계약금을 지불한다.
부동산 경기가 좋으면 그렇게 진행된 사업은 계약자들에게 중도금을 받고 사업을 마무리해서 시행업자는 자기 돈 안 들이고 떼돈을 벌 수 있었다.

지금까지 건설업의 관행이었고 금융당국은 위험부담이 있더라도 보증을 보고 대출을 전액 해줬지만 문제는 불확실한 리스크가 많은 것이 PF이기 때문에 환율변동 물가가 오르거나 부동산 거래가 주춤해도 그 사업은 휘청거리고 공사기간이 늦어지면 곧바로 거액의 이자가 늘어나며 예상과 다른 변수가 생겨도 거액을 투자한 투자자는 곧바투자금을 회수한다.

이어 시행사는 부도가 나고 보증을 선 건설사도 부도가 나며 계약금과 중도금을 낸 죄 없는 분양 신청자들은  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된다.

뿐만 아니라 금액이 크다면 대출을 해 준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 및 신협과 같은 소규모 금융기관도 부도가 나는데 은행에 저금을 한 수많은 고객들도 도미노처럼 파산한다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려는 사람들이 선분양을 하는 것이고 경제가 조금만 휘청거려도 파산에 파산이 진행된다는 것이 PF이일확천금을 노리는 도박과 유사한  것이 다름 아닌 PF대출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물가가 조금 올라 설렁탕 값 몇 천 원  오르는데 건설회사가 부도가 날 이유는 없다고 하겠지만 PF 손실은 대출 자체가 완공과 분양 100%를 예상한 에버리지(average)   이므로 단 몇 %의 리스크에도 이 사업은 풍비박산이 난다는 논리이다.

다시말해 PF는 현재가 아닌 미래의 추산되는 프로젝트나 상품의 수익성을 겨냥해 대출을 해 주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해외 선진국의 Project Financing은 사업자가 자기 자본이 30~40%가 있어야 PF가 가능하고 PF를 신청한 프로젝트가 공익성이 있는 사업이라면 세금을 감면하는 혜택을 준다.

지금까지 한국의 대형건설사도 이와 같은 PF로 자금을 확보했는데 규제가 느슨했던 직접적인 원인은 대기업의 목소리가 큰 몫을 했다.

가령 정부의 정책으로 시작한 대형 사업을 대기업에서 못하겠다고 포기하면 국정사업이 진행되지 못하므로 오랫동안 이어온 부동산 관행은 대형건설 회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2000년 초 미국은 모기지 대출 제한을 풀고 신용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대출을 허용했다.

몇 년 뒤  빚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더니  이어서  빚을 빚으로 갚는 상황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증가했고 시작된 빚은 갈수록 커져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악순환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2008년 결국 미국에도 금융위기가 닥쳤다.

이른바 잘 나가는 능력주의(meritocracy)의 주역들이 직장을 잃고 월세를 못 내서 거리로 쫓겨나고 지하철에서 생활하는 노숙자로 전락했고 현재 미국의 노숙자는 60만 명이 넘었지만 그들은 회생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태이다.

일부에서는 2008년 미국의 위기가 한국에도 나타날 조짐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지만 원래 예측이 불가능한 것이 경제인 까닭에 앞으로의 경제는 그 누구도 예견하지 못한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경제 상황을 2008년 미국과 다르다고 부정할 수도 없다.

다만 한국의 Project Financing의 부정적 현상을 정확히 진단한 상태라 앞으로의 해법은 결코 불투명한 상황이 아니다.

사실 원래 부동산 문제는 경제에서 분리될 수 있는 영역이 절대 아니다.

지난 정부에서 부동산 법을 무려 26번이나 바꿨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언발에 오줌 누듯 미봉책만 남발한 정책이 선무당 사람 잡는 결과를 빛은 것이며 애당초 1990년 초에  정부에서 강남을 특별지구로  묶어 논  정책이 부동산 문제의 첫 단추를 잘못 꿰는 시초가 되었다.

국토가 작은 대한민국에서 강남을 중심으로 상승한 주택 가격은 수도권 모든 아파트 값도 덩달아 올리는 효과를 낳았으며 그야말로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아수라장이 되더니 급기야 서울 변두리 작은 아파트도 10억이 넘는 사태를 맞게 된 것이다.

어쩌면 경제가 요즘처럼 악화되지 않았다면 PF가 뭔지 아는 사람도 드물었을 것이고 뉴스에도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차라리 이제라도 불거진 현실을 직시하고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 해결 방안을 따라 전 국민이 첫걸음을 떼야할 시점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보다 매도 빨리 맞아야 좋은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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