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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Sep 15. 2024

추석이 오면

명절

금년에는 이상기후로 너무 더운 날씨가 계속돼 9월이 돼도 서늘한 가을 찾아오않았다. 

추석 연휴가 시작됐지만 아직도 더위는 사그라지지 않고 무더위는 진행 중이다.

벌써 뉴스에선 실시간 고속도로 상황을 방송하고 TV에서는 연일 추석 선물을 광고하며 고물가 시대라 해도 명절 분위기는 방송에서부터 시작이 된다.
추석은 오곡백과를 수확하고 햇곡식, 햇과일로 조상님께 예를 갖추는 차례가 있어 가족이 함께 모이는 기회가 된다.
어동육서, 홍동백서, 조율이시로 상을 차려 차례를 지내고 나면 온 가족이 둘러앉아 차례 음식을 나누는 기쁨은 추석의 가장 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차례 음식을 장만하느라 몸살이 난 엄마도 오랜만에 보는 가족들과 차례 상을 받으면 언제 아팠냐는 듯 환한 미소를 지으신다.

요즘에는 남자들도 명절 음식을 준비할 때 손을 보태는 시대이지만 명절 상 총감독은 언제나 엄마가 해야 한다.

추석에는 탐스럽게 잘 생긴 햇과일과 그 해에 수확한 햅쌀밥에 송편과 산적, 전, 생선이 차례 상에 오르고 삼색 나물과 갱(탕)이 명절 메뉴이다.
지역마다 상을 차리는 방식은 다르지만 소고기 산적과 돼지고기 산적, 모양 좋은 닭백숙에 고명을 얹는 지역도 있고 요즘에는 산적과 함께 갈비찜을 올리기도 하며 다진 소고기로 너비아니를 만드는 가정도 있다.

경상도에서는 돔배기라는 상어산적이 빠지지 않고 전라도에서는 홍어가 상에 오르며 문어를 올리는 지역도 있다.

옛날에는 꿩이 많아 꿩으로 산적을 만들었고 다진 꿩으로 전을 부치거나 만두를 빚는 집도 많았는데 꿩 요리는 대체로 겨울, 설 차례상에 많이 올렸다.
차례나 제사상에 비늘 없는 생선은 올리지 않고 보통 민어나 조기, 도미를 올리고 대구포나 명태포를 함께 올리고 해안가에 근접한 지역에서는 우럭 자반도 제수용으로 많이 쓴다.
차례상 모든 양념에 고춧가루는 쓰지 않는 것이 전통이며 마늘은 귀신을 쫓아낸다는 이유로 금기된  양념이었으나 요즘엔 맛을 내기 위해 다 쓴다.
차례 상에는 전이 빠지지 않는다.
부드러운 소고기 안심이나 등심을 얇게 저민 육전, 다진 고기로 전을 부치는 동그랑땡과 생선살로 부치는 어전이 기본이고 대부분 어전에는 시중에 파는 명태살이나 대구살을 쓰는데 고급 어종으로 민어나 도미살을 이용해 전을 부치면 맛의 차이가 확연하게 달라진다.

채소나 버섯을 이용한 부침개는 지역이나 가정마다 재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채소의 색감을 살려 예쁘게 부친다.
간단하게 보여도 전을 예쁘게 부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어서 요리를 좀 한다는 사람도 전을 예쁘게 부치는 것은 어렵고 경험과 숙련된 솜씨가 필요하며 타지 않게 약 불로 하나하나 부치려면 정성도 많이 드는 음식이 전이다.

채소는 일반적으로 고사리, 시금치와 숙주나물을 기본 나물로 하지만 초록색 채소는 다른 나물을 쓰기도 하며 나물 양념에도 고춧가루는 넣지 않고 짜지 않게 무친다.
갱(탕)으로는 소고기로 국물을 낸 소고기 뭇국을 많이 올리고 소고기 미역국을 올리기도 하는데 제사상에 올리는 탕은 소고기 육수를 전통적으로 사용한다.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시집을 잘 간다는 말이 있듯이 예전에는 집에서 떡도 만들었지만 요즘 아파트에 살면서 떡을 만드는 것은 무척이나 번거로운 일이다 보니 명절 떡은 떡집에서 사는 가정이 많고 전문가가 만드는 떡이 모양도 예쁘고 맛도 좋은 것은 사실이다.
옛날에는 명절 선물로 청주가 빠지지 않았는데 제주로 청주를 많이 썼기 때문이다.

대부분 맑은 청주를 제주로 쓰지만 직접 담근 과실주나 귀한 안동소주를 쓰는 가정도 있고 고인이 즐겨 드시던 술을 올리기도 하지만 막걸리와 맥주는 제주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전통적인 제사음식의 양념은 모두 설탕과 고춧가루는 사용하지 않고 간장도 조선간장과 전통적인 기본양념만 쓰기 때문에 맛을 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노하우가 필요하므로 옛날부터 오랜 경험이 있는 어머니와 며느리만 제사음식의 양념을 할 수 있었다.

사실 정성껏 준비한 차례 상을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가 오셔서 드시는 것은 아니지만 차례는 조상 대대로 전승된 한민족의 예식이고 가족의 뿌리가 되는 조상님이 안 계셨다면  할아버지와 나를 낳아주신 부모도 존재할 수 없다.

 돌아가신 혈육을 기억하며 예를 갖추는 차례는 대대로 내려온 가족의 전례이므로 종교적 의미와는 차원이 다른 식이다.

종교를 떠나 한국인은 대대로 유교적 영향을 받은 민족이고 대가족, 씨족 사회의 혈연 중심의 유대가 각별한 민족이다.

당연히 예로부터 조상에 대한 예절은 법처럼 존중되어 왔으며 한국은 90년대 까지는 장자의 상속권이 가장 높았던 나라이기도하다.

어찌 보면 AI가 모든 분야에 작동하는 세상에 번거로운 과거의 문화를 꼭 지켜야 할 필요가 있느냐고 주장하는 세대도 나름대로의 설득력은 있다.

귀향길 장시간 이동의 불편을 감수해야 하고 남녀가 따로 없는 직장 생활을 하며 시간을 내서 음식 준비를 하고 명절 선물을 장만하는 수고는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가 소요되는 것은 사실이며 경제적으로 부담도 된다.

게다가 고향에 며칠 다녀오면 후유증도 생기는 것은 사실이므로 여간 힘든 행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오랜만에 가족이 모여 정과 사랑을 나누는 명절을 없어져야 할 악습이라고 목청을 높이는 페미니스트의 주장은 한국인의 정서를 부정하는 것이고 자기들만 편하자고 전통을 폐지하자는 명백한 이기주의가 아닐 수 없다.

지역마다 관습이 다르듯 가정마다 명절의 개념도 다르기 때문에 명절을 지내기 싫다면 안 하면 그만이고 연휴에 해외여행을 가도 뭐라 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일부의 주장이 사회적 관습과 문화에 악영향을 주고 명절을 지내는 가정들을  흔드는 빌미제공해서는 안 된다.

명절은 고유한 민족의 축제이며 온 가족의 정과 사랑을 나누는 자리이다.

동서양 어느 나라나 추석을 지내며 특히 음력 8월 15일, 중국의 추석인 '중치우제'에는 민족의 대이동이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규모이고 10일 이상 추석 연휴를 지낸다.

미국 추수감사절(Thanks giving day)은 11월 넷째 주 목요일이어서 동양권과 시기는 다르지만 우리의 추석과 같은 명절을 지내는영화에서 등장하는 칠면조 구이를  가운데 두고 온 가족이 모여 파티를 하는 날이 추수감사절이다.

이렇듯 세계 곳곳에 축제가 없는 나라는 없으며  풍년을 축하하고 신께 감사를 올리는 행사는 종교를 떠나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기쁜 날이다.

음양오행에 따른 기일을 정해 기원전부터 시작된 제사는 신께 축복을 기원하는 경건한 에서 지배층의 예식과 함께 백성에게는  먹고 마실 수 있는 휴식을 제공했던 행사에서 비롯된 날이 다름 아닌 명절이며 나라마다 전통과 민족적 특성에 따른 특별한 날로  지정된 축제이다.


옛날의 추석을 생각하면 오늘날과 많은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선 차례를 지내는 가정이 현저하게 감소하였고 대신 추석 연휴에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예전엔 "추석 잘 지내세요."라고 인사를 했지만 요즘엔 "이번에 어디 가십니까?" "잘 다녀오세요."라는 인사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그리고 이맘때 추석 선물을 고르는 것도 신경이 많이 쓰이는 큰 일이다.

부모님께는 현금과 함께 보약 선물이 최고이고 그냥 넘기기 섭섭하다면 가족에게는 백화점 상품권을 드리는 게 가장 좋은 선물이다.

직장 상사가 인사권을 가진 직책이라면 당연히 고가의 선물을 해야 하고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사장님들은 납품하는 대기업 중역과 담당 직원에게도 선물을 해야 마음이 놓인다.

며칠 전 뉴스에선 고위 공무원들이 미리 정해둔 장소에 두고 간 선물을 받아 챙기다가 CCTV에 찍혀 곤욕을 치르는 경우도 있는 걸 보면 시대가 바뀌어도 명절을 이용한 청탁 비리는 여전하다는 생각이 든다.

전통이란 형식이기보다는 가치를 부여한 관습이 전래된 문화이므로 기존의 문화와 새로운 문화는 조화 속에서 공존해야 하며 역사가 깊은 고유한 문화는 세대를 이어 계승되어야 마땅하다.

한국인의 대표적인 명절은 설날과 추석이지만 예로부터 한민족은 추석을 더 큰 명절로 여겨왔다.
더운 여름이 지나고 좋은 계절 가을에 새로 수확한 음식을 가족이 함께 나누는 추석은 차례상뿐 아니라 가족의 마음도 풍성한 명절이 되어야 한다.

물가는 오르는데 월급은 그대로이고 요즘과 같은 고물가 시대엔 식당에서 맘 놓고 메뉴를 고르는 사람은 성공한 사람이라는 말도 한다.

5시간이 넘게 도착한 고향에 가면 엄마들은 차례상 차리려고 고생해야 하며 없는 돈에 선물 마련하고 부모님께 용채도 드리려면 추석에 받는 스트레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왕 온 고향, 짜증 난다고 인상 찌푸리면 가족들도 절대 편안할 수 없고 이번 추석 당일만이라도 온갖 걱정을 벗어 버리고 오랜만에 엄마들도 술 한잔 기울이며 행복한 명절을 보내도록 하자.


누가 뭐래도 추석은 한민족의 가장 큰 축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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