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어느 사거리 횡단보도. 건너편에 있는 한 여자가 울고 있었다. 여자는 횡단보도에 나란히 선 다른 여자에게 들키지 않으려 고개를 돌리고 손으로 눈물을 훔쳐내고 있었다. 하지만 건너편에 있는 나의 시선까지는 피할 수 없었다.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고 난 여자와 점점 가까워졌다. 여자는 자신의 신호를 기다리며 여전히 눈물을 닦고 있었다. 청명한 하늘과 화창한 날씨, 쨍쨍한 기운이 넘치는 오후 세 시에 우는 여자는 숲속의 고래처럼 이질적이면서도 묘한 신비감을 주었다.
사실 길에서 우는 여자를 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종종 맞이하는 우박처럼 난 우는 여자를 만나곤 한다. 내 기억의 첫 번째 우는 여자는 횡단보도 건너편의 여자와 달리 자신의 눈물을 숨기지 않은 채 펑펑 서럽게 울었다. 개를 산책시키며 말이다.
이들은 왜 길에서 우는 것일까? 도대체 어떤 감당하기 힘든 슬픔이 덮쳤길래, 이렇게 길에서조차 눈물을 틀어막을 수 없는 것일까? 난 이들을 마주할 때면 리포터가 되는 충동적인 감정에 휩싸인다.
“안녕하십니까? 지금 이 사람 많은 백주 대낮 길거리에서 울고 계시는데요. 왜 울고 계십니까? 이유가 뭐죠? 무엇이 당신을 그렇게 슬프게 만들었나요?”
‘안녕하십니까’란 인사말부터 틀려먹은 무례한 호기심이 치밀어오르지만, 사회의 정상적인(척을 하는) 구성원으로서 인내심을 발휘해 튀어나오는 말을 꾹꾹 내리누른다.
아쉽게도(?) 난 아직 길에서 우는 남자를 발견한 적이 없다. 하지만 그 당사자가 돼본 적은 있다. 정확히 10년 전. 여자친구와 이별을 상호 합의하고 지하철을 탔다. 한 정거장, 한 정거장 지날 때마다 온몸이 눈물로 적셔졌다. 어린아이가 손가락으로 살짝 누르기만 해도 온몸의 눈물이 흘러나올 것만 같았다.
난 급하게 지하철에서 내려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천을 따라 걸으며 눈물을 쥐어짰다. 만취 후 올라오는 토를 참듯 온 힘을 다해 눈물을 참아봤지만, 이미 나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영역이었다.
잔뜩 구겨진 얼굴에서 삐질삐질 새어 나오는 눈물과 울음을 닦고 삼키며 계속해서 걸었다. 다행히 나를 지나쳐 간 모든 이들은 내게 무례한 호기심을 품지 않았다. 아니 적어도 표출하지 않고 정상적인 사회인의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 나에게 그 호기심 어린 질문을 했다면 어땠을까? 물론 적잖이 당황하며 ‘이 사람은 누군데 왜 이런 질문을 하지?’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글쎄. 한편으론 “실은 제가 여자친구랑 헤어졌는데요. 흑...”하며 얘기를 나누고 싶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