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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란란 Jul 05. 2024

도쿄 여행을 준비하며 읽으면 좋을 책 5

일주일간의 도쿄 워케이션 일지 2


여행 준비를 하는 나만의 방법이 있으신가요?


누군가 열심히 만들어놓은 맛집 구글맵 폴더를 저장해놓을 수도 있겠고, 미리 관광지 정보와 지하철 노선을 찾아서 메모해 놓는 분들도 있겠죠? 또 그곳을 더 잘 즐기기 위해 어떤 콘텐츠를 볼 수도 있고요.. 오스트리아에 갈 때 <비포 선라이즈>를 본다든가 하는 식으로요! 저는 책을 읽습니다.


체코 - 카프카

그리스 - 유럽 도시 기행

경주 - 싯다르타



같은 식으로, 여행지에 맞는 책을 읽으며 예열시키는 걸 좋아하는데요. 제가 도쿄 워케이션을 준비하며 읽은 책을 몇 권 소개해볼게요.


하루키 예습


와세다대학교에 무라카미 하루키 도서관이 있는 걸 아시나요? 하루키의 작업실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공간도 있고, 푹신한 소파에서 재즈도 들을 수 있대요. 이 도서관을 꼭 가고 싶어서, 하루키 책을 열심히 읽었어요. 원래 하루키를 좋아해서 간다기보다는, 이 공간을 즐기기 위해 하루키를 벼락치기로 공부하는... 앞뒤 순서가 바뀐 느낌이긴 하지만요.



1.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1981년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에, 하라주쿠 뒷길에서 나는 100퍼센트의 여자와 스쳐 지난다. 그 여자는 그다지 예쁜 여자도 아니고 나이도 이미 서른에 가까울 정도다. 그녀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나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걷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얘기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스쳐 지나고 말았다. 


하루키의 초기 단편소설 18편이 실려있는 책이에요.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샀는데요. 제가 4월 생이고, 유독 날씨를 많이 타는 사람이기도 하고,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서 뭐 어떻게 되었다는 걸까... 모든 키워드가 저를 끌어당겼거든요. 단편소설집이 대개 그렇지만 조금 난해하고, 결론적으로 재미는 없었어요. 


2.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하루키의 데뷔작이자 일본의 문학상을 탄 작품이에요. 21살, 도쿄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나'가 여름 방학을 맞아 고향으로 내려와 보내는 일상을 다루고 있어요. (지금 날씨에 읽기에 꽤나 어울릴지도...) 이렇다 할 스토리라인도 없고, 잔잔하지만 나름의 울림이 있는 소설이에요.


하루키는 본인이 이 작품을 기고한 것도 까먹고 있어서,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가 최종 심사까지 올라갔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어처구니가 없었대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전화를 끊고 산책하다가 이 작품이 신인상을 탈 것이라는 직감을 강하게 느꼈다고 해요. 그런 신비한 힘이 있는 소설 같아요.


그 전화를 끊고 아내와 둘이 산책을 나갔다. 그리고 센다가야 초등학교 앞에서, 날개에 상처를 입어 날지 못하는 비둘기를 발견했다. 나는 그 비둘기를 두 손에 감싸 들고 하라주쿠까지 걸어가, 오모테산도 파출소에 신고했다. 내내 비둘기는 내 손 안에서 파르르 떨었다. 그 아스라한 생명의 증거와 온기를 나는 지금도 손바닥으로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 그것은 귀중한 생명의 향기가 사방에 충만한 따사로운 봄날의 아침이었다.

신인상을 받겠지, 하고 나는 생각했다. 아무 근거도 없는 예감으로.
그리고 나는 실제로 상을 받았다.



3.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하루키가 위스키의 성지인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지역을 여행하면서 싱글 몰트, 아이리시 위스키를 마음껏 맛보고 위스키가 만들어지는 공정을 둘러보며 쓴 에세이예요. 일본은 위스키가 거의 한국의 반값 정도라는 것 아시나요? 일본 여행에서 위스키를 많이 마시는 게 목표라면 이 책을 꼭 읽고 가세요.





4. 도쿄의 디테일

워케이션지를 도쿄로 결정한 데에는 이 책 영향이 컸어요. 몇 년 전 이 책을 우연히 마주하고 (읽진 않았지만) 도쿄의 디테일을 파헤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늘 있었어요. 뭔가, 도쿄는 그 자체로 상징적이잖아요. 취향, 세련됨, 디테일, 영감... 이런 단어랑 어울리는 도시라고 생각해요. 


<도쿄의 디테일>은 기획자이자 마케터인 저자가 포착한 도쿄의 '한 끗 차이'를 모아놓은 책이에요. 카페 창가 좌석의 불편함을 단순하게 해결한 '키테'의 센스부터 버스 노약자석 팔걸이에 부착된 하차 벨까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차이에 주목해 그 맥락을 설명하는 저자의 시선이 재미있었어요. 


카페 창가자리에서는 한 사람이 여러 자리를 차지한다는 불편함이 있죠. '키테'는 의자 밑에 짐칸을 놓아 한 명당 한자리를 쓸 수 있게 했어요.

(출처 : 작은 디테일이 만드는 큰 차이, KITTE)



창문 위나 낮은 위치가 아니라, 아예 팔걸이에 버스 하차 벨이 부착되어 있어요.

(출처 :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작은 실천)



5.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일본의 유명한 라이프스타일 서점, '츠타야 서점'을 만든 CCC 그룹의 사장이 블로그에 연재했던 브랜드 철학과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엮은 책이에요. 츠타야 서점 곳곳의 기획 의도와 세심하게 고객을 생각한 포인트를 설명하고 있죠. 긴자, 다이칸야마, 도쿄역 등... 도쿄에는 츠타야서점이 곳곳에 있어서, 아마 여행하다가 한 번 쯤은 마주치실 거예요. 이 책을 읽고 가면 츠타야서점의 디테일을 더 잘 즐길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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