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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리골드 Mar 08. 2022

엄마 때문에 엄마 친구가 펑펑 울었다.

칼퇴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던 어느 늦은 오후, 옆집 아주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평소 연락하는 친한 사이가 아니라 무슨 일일까 궁금해 얼른 받았다.

아주머니 말에 따르면 엄마 친구분이 찾아오셨다고 했다. 

엄마가 연락이 안 돼서 혹시 어디 아프거나 큰일이 난 건 아닐까 걱정돼 우리 집에 왔는데 아무도 없어서 급한 마음에 옆집을 찾아왔다는 것이다.

엄마의 안전을 빨리 확인하고 싶어 내 연락처를 물어보셨는데 아주머니 입장에서는 엄마 친구분이 맞는지 확실치 않은데 내 번호를 알려주기 찜찜해서 대신 그분의 번호를 받아 나에게 알려주셨다. 

그 시간 엄마는 치과 치료 중이어서 전화를 못 받은 게 확실해 엄마 친구분이 맞는 것 같았다.

엄마의 친한 친구 분들은 내가 다 알고 있어서 누구 일지 추측을 해봤는데 가장 친한 친구분은 최근에도 연락을 했었다. 그럼 찾아오신 친구분은 누구일까? 혹시 친구를 가장한 나쁜 사람은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드니 전화번호 하나로 별일은 없겠지만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하기가 좀 꺼림칙했다.

어떻게 할지 잠시 고민하다 진짜 엄마 친구분이라면 엄마가 치과 진료가 끝나는 대로 연락을 하실 것 같아 업무에 다시 집중했다. 


그리고 퇴근길에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찾아오신 그분은 엄마의 친구분이 맞았고, 최근에도 연락하셔서 당연히 아닐 거라고 예상했던 절친이었다.

치과 진료가 끝나고, 휴대폰을 보니 친구분에게 걸려온 여러 번의 부재중 전화가 있어서 바로 전화하니 친구분이 울먹이며 전화를 받았다고 하셨다. 나한테 번호를 남기고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연락이 안 와서 무슨 큰일이 생긴 줄 알고 울고 계셨다며 엄마 목소리를 들으니 이제 좀 안심이 된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친구분이 그렇게 걱정하신 데는 이유가 있었다. 전날 엄마가 장을 보고 오는 길에 통화를 했는데 물건을 많이 샀던 엄마가 무겁다며 들고 가기 힘들다고 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혹시 집에 가다 넘어져서 크게 다친 게 아닐까 많이 걱정이 되셨던 모양이다. 엄마는 어느새 70이 넘은 고령이 되셨다. 만약 넘어지셨다고 하면 친구분 말씀대로 가벼운 찰과상이 아닌 골절이 되는 큰 부상이 생겼을 것이다. 친구분의 기우가 아닌 현실적인 걱정이었다. 

딸인 나도 몇 시간 연락이 안 되면 걱정은 해도 울지는 않는데 친구분이 펑펑 우셨다는 얘기에 엄마는 많이 놀라면서 감동도 받으신 듯했다. 내가 바로 연락만 해드렸다면 펑펑 우시는 일은 없으셨을 텐데 죄송했다. 결과적으로 기우는 내가 했다.


이번 해프닝을 겪고 나니 이런 상황이 생기면 나와 친구들은 어떨지 대입해 보았다. 지금의 나와 친구들은 몇 시간 연락이 안 되는 정도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데 우리도 엄마 나이가 되면 저렇게 걱정할까?

고령이고, 충분한 이유가 있었지만 얼마나 걱정을 했으면 펑펑 울었을지 그 마음이 순수하게 느껴졌다.

늙으면 아이가 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속뜻에 잃어버렸던 아이의 순수함을 다시 찾는다는 의미도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두 분 모두 건강하게 오래도록 이 우정을 계속 나누길 바라며 나도 두 분처럼 진심으로 걱정하고 살펴봐주는 친구가 되야겠다는 작은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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