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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물젤리 Jul 27. 2023

참 다행이다

여섯 살 미남이


여행 앞두고 있던 미남이네 가족.

아빠 휴가가 30개였는데 지금은 열개밖에 없다며

속상한 척한다.

"왜 그렇게 됐는데?"

"아빠가 휴가를 어디에 잃어버렸나 봐요"

"어디서 잃어버렸는데?"

"몰라요. 그래서 못 찾고 있어요"


놀이터에서 그네를 탄다.

나란한 두 개 그네 중 옆그네는 예쁜 초등학생 누나가 타고 있다.

미남이가 흘러내리는 땀을 훔친다.

땀을 많이 흘려서 집에 가면 미남이는 곧장 씻어야겠다며

그네 타는 여자아이에게 물었다.

"넌 목욕 혼자 할 수 있어?

"네, 저는 혼자 샤워해요"

그날 처음 만난 누나에게

"이야~~  누나 이제 다 컸네 다 컸어"



입맛 없는 미남이에게 좋아하는 치즈스틱에

애호박 부침개를 식판에 담았다.

치즈스틱을 한 입 가득 넣고 맛있게 먹는다.

호박부침개는 이미 싫증난 장난감 취급이다.

할머니가 만들었는데 맛 좀 보고 얘기해 달랬더니

포크 끝에 겨우 새 눈물만큼을 찍어 입에 넣더니

"우와 맛있어요, 할머니 부침개 가게 해도 되겠어요"

부침개는 그대로 잔반으로 남겼다.


병원 진료를 마치고 진료실을 나서기 전

의사 선생님께 인사를 한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놀이터에서 편의점 다녀온 친구가

마이쭈를 나눠주니 고맙다는 인사를 챙겼다.

갑자기 가방을 뒤지더니

가방에 넣어뒀던 비스킷을 꺼내 친구에게 준다.

집에 들어가는 엘리베이터에서 무슨 과자냐고 물었다.

어린이집에서 받은 건데 맛없는 과자라 가방에 넣어둔 거라고했다.

"넌 싫어하는 과자를 친구에게 준거야?"

"사람마다 입맛은 다르니까요"



미남이 엄마는

애가  입만 살아서 걱정이라고 했다가

어떤 날은 입이라도 살아서  다행이라고 했다.


뭐든 다행이다.

입만 살아도 참 다행이다.

미남이는 뭐든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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