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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은 Jul 18. 2023

엄마! 나 게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 (1)

1. 기획자형 아이

단순히 게임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게 중에는 커서 게임 개발자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아이들도 많다. 뭐든지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나도 이런 것을 만들어 보고 싶고 더 나아가 자신만의 멋진 작품을 만들고 싶은 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마음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도 좋아하는 요리가 생기면 직접 만들어 보고 싶고 나도 가게 하나 내봐? 하는 생각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부모는 아이가 이런 얘기를 하면 '이러다가 게임에 더 빠지면 어쩌지?' 하는 마음이 들어 덜컥 겁이 난다. 그래서 "게임개발자는 아무나 되는지 알아? 그러려면 게임 좀 그만하고 공부나 해!"라고 말하며 아이의 호기심이 꽃피는 것을 막는다.


아이들은 흥미를 통해 배운다. 어른이든 아이든 흥미가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배움이 시작된다. 그럴 때는 몇 시간이고 몰입해서 관련 영상과 자료를 찾아보고 몇 날 며칠을 시행착오를 통해 완성도를 높여가지만 그 시간을 공부했다고 느끼지 않는다. 반면 흥미가 없을 때는 배움의 효율이 매우 떨어진다. 누구나 관심 없는 것을 배우느라 고생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는 왼쪽귀로 들어온 것이 오른쪽 귀로 흘러 나가 버리고 겨우 외운 것도 금세 잊어버린다. 배우는 시간도 즐겁지가 않다. 시간이 아주 길게 느껴진다. 배움이 즐거움이 아닌 고통이 된다.


나는 학창 시절 연도와 이름을 외우는 것에 질려서 국사시간을 정말 싫어했다. 시험 위주로 가르치는 국사 시간은 정말 재미가 없었고 당연히 성적도 잘 나오지 않았다. 나는 역사와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조선시대 배경의 드라마를 봤다. 생각 외로 너무 재미있었다. 드라마를 순식간에 정주행 하고 나자 조선시대 왕들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포털에서 이것저것 검색하다 보니 이제 조선시대 역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조선왕조실록' 만화책을 주문했다. 그것도 순식간에 다 읽어버렸다. 몇 년 동안 국사시간에 배운 내용보다 그 며칠 동안 내가 흡수한 내용들이 훨씬 더 깊이 있었다. 나는 역사를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역사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채울 수 있는 환경을 만나지 못한 것뿐이었다.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그 많은 공룡의 이름을 외우는 것도 마찬가지다. 주라기며 백악기며 어른들도 잘 알지 못하는 연대기들과 그 많고 복잡한 '@$#%#싸우르스' 들을 관심이 없다면 어찌 다 외울 수가 있겠는가. 아이들은 관심 있는 분야가 생겼을 때 적절한 지원만 받는다면 성인을 능가할 정도로 깊이 있게 파고든다. 흥미의 힘은 이렇게 크다. 억지로 하는 학교 공부가 걸어가는 것이라면 관심 있는 것에 몰입하는 것은 KTX 다. 배우는 힘의 차이는 비교할 수 없다.


아이가 무엇인가에 흥미가 생겼다는 것은 배울 준비가 되었다는 엄청난 싸인이다. 지금 그 아이는 자신이 관심을 둔 그 분야에 대해서 KTX처럼 달려 나갈 최적의 환경이 되었다는 거다. 이런 엄청나게 중요한 순간에 "쓸데없는 생각 말고 공부나 해"라는 말은 그 새싹을 밟아 죽이는 거나 다름없다. 흥미 자체가 이미 배움의 씨앗인데 부모가 생각하는 배움이 학교 공부, 시험 성적에 한정되어 있기에 아이를 돕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부모들은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중요한 기회들을 놓치고 성장을 방해한다.


내가 역사학자가 되려고 역사 만화책을 본 것은 아니다. 단지 관심사가 그곳에 있었기에 알아가는 즐거움을 만끽한 것뿐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지금 게임에 관심이 있기에 그쪽으로 알아가고 싶은 에너지가 가득한 것뿐이다. 이 아이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미리 겁먹거나 재단하지 말고 그냥 아이의 흥미를 따라가며 같이 배우고 만들고 경험하면 된다. 배우는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게 말이다.




아이가 게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면 겁먹을 일이 아니라 만세를 부를일이다. 아이의 흥미를 도구로 삼아 많은 활동을 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 개발자라고 해서 다 같은 개발자는 아니다. 게임 개발자에는 기획자도 있고 프로그래머도 있고 디자이너도 있다. 내 아이는 어떤 분야의 재능이 있고 관심이 있는지 부모가 알고 있다면 아이를 안내해 주기 더 수월할 것이다. 그러려면 당연히 부모는 아이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


1. 기획자형 아이


게임기획자는 게임의 재미를 기획하는 사람이다. 어떤 타이밍에 어떤 퀘스트와 몬스터가 등장할지, 어떤 어려운 장애물을 배치해서 사람들이 도전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킬지를 고민한다. 맵은 어떻게 만들어야 전투가 더 재미있을까? 어떤 아이템을 만들면 밸런스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이 갖고 싶게 할까? 를 고민하는 중요한 역할이다. 언뜻 쉽고 재미있게 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게임 개발에서 가장 까다로운 파트가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게임 기획에 관심이 많다면 아이와 함께 간단한 게임 만들기부터 하면 좋다. 특히 종이에 그림을 그려 만드는 보드게임은 아주 어린아이라도 쉽게 만들 수 있다. 브루마블처럼 주사위를 굴려 전진하는 형태로 중간중간 미션이나 함정을 만들어 보자.


커다란 전지에 색색깔의 사인펜과 크레파스로 지도를 그리고 칸에 숫자를 적어넣는다. 어떤 모양이건 어떤 스토리건 상관없다. 우주가 될 수도 있고 판타지 세계일 수도 있다. 용의 둥지를 만들고 블랙홀도 그려 넣자.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지 않지 않는가? 아이가 마음껏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도록 호응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에는 부모가 대신 그려줘야 할 수도 있지만 점차 아이가 스스로 만들어가게 될 것이다. 주도권은 아이에게 주어야 한다. 아이의 아이디어에 귀 기울이며 듣다 보면 아이의 상상력과 창의력에 부모도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그럴 때마다 온 얼굴표정과 몸동작을 사용해 아이의 아이디어에 마음껏 감탄하자. 아이는 자신의 상상력을 펼치는 것에 더욱 자신감이 붙고 창의력과 자존감을 키워갈 것이다.


한글이나 쓰기를 싫어하는 아이도 흥미가 있는 활동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손으로 직접 그리고 쓰는 동안 손의 협응능력도 발달되고 한글 노출도 저절로 된다. 아이가 가장 먼저 익히게 되는 단어가 자신의 이름이 아닌 "함정" 이 될 수도 있다. 직접 만든 게임을 부모와 함께 즐긴다면 깊은 유대감도 형성된다. 무엇보다 부모와 함께 하는 동안 아이가 맞볼 깊은 환희는 아이에게 엄청난 자산이 된다. 사랑받고 있다는 따뜻한 안정감 속에서 아이는 몰입의 힘이 깊어질 것이다. 게다가 자신이 만든 게임을 누군가 진심으로 재미있게 즐길 때 그 뿌듯함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정적인 활동을 답답해하는 가정이라면, 집 자체를 거대한 게임 세상으로 만들어 놀 수도 있다. 의자와 매트로 장애물을 만들자. 색색깔의 마스킹 테이프로 길을 만들 수도 있고 빨간 털실로 레이저 장애물을 만들 수도 있다.


나는 아이와 놀이터 모래바닥에 나무막대기로 거대한 게임판을 만들어서 논 적이 있다. 껑충껑충 뛰며 구르며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주변의 아이들도 같이 하고 싶어서 난리였다. 놀이터라면 지형지물을 이용해 더 자유롭게 놀 수 있다. 미끄럼틀과 시소, 정글짐을 활용하자. 물웅덩이를 만들 수도 있고 주변 나뭇가지와 돌멩이를 이용해 함정도 리얼하게 표현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아이와 함께 즐겁게 몰입해 노는 것이다.


초등 이상의 아이라면 방탈출 카페에 함께 가볼 수 있다. 방탈출 카페에는 무시무시한 성인용 테마들이 많긴 하지만 찾아보면 아이들도 즐길 수 있는 아기자기한 테마도 다. 함께 협동하여 퍼즐을 푸는 동안 많은 영감을 얻고 추억을 만들 수 있다. 다만 주의할 점은 엄마가 너무 나서서 다 풀어버리거나 아이에게 못 푼다고 타박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탈출하지 못해도 좋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그 시간을 즐기자. 이왕이면 쉬운 테마로 도전하고 탈출하지 못해 상심하더라도 그 마음에 함께 해주자.


아이가 컴퓨터를 다룰 수 있는 나이라면 컴퓨터로 직접 게임을 만들 수도 있다. 마인크래프트 같은 게임 안에서 블록을 자유자재로 배치해서 나만의 점프맵을 만들어 서로 도전하며 놀 수도 있다. 로블록스는 로블록스 스튜디오라는 자체 개발툴을 제공한다. 로블록스 게임을 깔았다면 아마 컴퓨터에 이미 깔려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어려울 수 있지만 포털에 '로블록스 게임 만들기'와 비슷한 키워드로 검색하면 결과가 많이 나오니 부모와 아이가 조금 더 공부하면 그럴듯한 미니게임을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결재시스템을 붙일 수 있어 잘 만들면 내가만든 로블록스 게임으로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예스 24에 '로블록스'로 검색만 해도 많은 개발 서적들을 찾을 수 있으니 참고하자.



게임 개발에 너무 부담 갖지는 말자. 꼭 엄청난 게임을 만들어야 할 필요도 없고 반드시 개발자가 돼야 하는 것도 아니다. 아이의 관심사에 맞추어 자유롭게 이것저것 배우고 만들며 즐겁게 확장해나가다 보면 어느새 아이의 관심사가 깊어지고 유능감이 쌓일 것이다. 무엇보다 활짝 웃는 아이와 함께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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