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나쁜 것이 아니라는 글을 써왔다. 게임을 활용하는 방법과 아이와 조율하는 법을 상세하게 쓰면서 내가 가장 걱정 되는건 내 이야기를 듣고 어머님들이 게임 마음껏 시켜도 괜찮은거라고 믿고 외로운 아이를 더 외롭게 놔두는 것이다. 아직 어린 아이에게 관심과 때에 맞는 적합한 교육을 하지 않고 방치할까봐 걱정된다. 우리나가 게임이 번성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고 수출해서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가는 솔직히 내 관심이 아니다.
내가 굳이 게임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는 이유는 요즘 게임때문에 부모 자식간에 관계가 상하는 일이 많아서 이다. 내가 쓴 글의 내용들은 유튜브, 책, 운동 뭐든지 적용이 가능하다. 모든 것이 아이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소통할 수 있는 도구가 될수 있다. 그리고 아이에게는 그런 관심이 필요하다. 뭐든지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부모는 그것을 사랑의 도구로 쓸 수 있어야 한다. 특히나 외로운 아이라면 말이다.
우리집 딸과 어떤 가족과 어울려 놀고 오는 날이었다. 그 집 아이가 부모님의 말을 유난히 듣지 않는 모습이 적잖히 인상적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딸에게 물었다. 저 아이는 왜 저렇게 엄마 말을 듣지 않는걸까?
"아마.. 엄마에게 화가 나있는게 아닐까?"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정말 많은 퍼즐조각이 맞춰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이는 화가 난것이다. 내 마음을 몰라주는 엄마에게, 나를 아껴주지 않는 엄마에게, 나보다 다른곳에 관심이 가있는 엄마에게 쌓인 화가 마음속에 가득 차 있어 자신도 모르게 엄마가 시키는것에 무조건 반대로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 그 저항은 나를 사랑해 달라는 다른 표현이었다. 미움처럼 보일지라도 속마음은 사랑인것이다.
청개구리 이야기 기억하는가? 청개구리는 엄마가 하는 말에 무조건 반대로 했다. 그래서 엄마는 죽는 날 청개구리에게 강가에 묻어달라고 했다. 그러면 산에다 묻을거라고 생각한것이다. 하지만 청개구리는 엄마가 죽자 자신이 한 짓을 후회하며 엄마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준다. 그때부터 청개구리는 비가 오는 날이면 개굴 개굴 슬피 울었다.
우리 아이들은 때늦은 후회를 하며 슬피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와 진실된 관계를 다시 맺어야 한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완전히 다른 영혼이 맞닿는 그런 관계를 말이다. 성적이나 건강은 그 뒤에 일이다.
공부를 잘해서 이쁘고 공부를 못해서 미운 것은 사랑이 아니다. 아끼는 물건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내가 아끼는 물건이 기스가 좀 나고 세월에 낡았다고 해서 그것이 싫어지진 않으니까. 그 상처에 남은 추억조차 사랑하고 그 세월이 남긴 흔적이 더 아름다운 것이 사랑이다. 아이도 마찬가지다. 그 아이가 무엇을 잘하건 못하건 지금 어떤 성장과정에서 어떤 고군분투를 하고 있던간에 내 자식으로 와줬으니 그냥 그 모습 그대로 좋은 것이 사랑이다. 조건 없는 사랑. 우리는 한번도 받아 보지 못했다고 해도 우린 그런 차원의 사랑을 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게임을 그렇게 좋아하는 부모 밑에서 마음껏 게임을 하며 자란 우리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는 다름 아닌 간지럽히기 놀이다. 엄마와 나 사이에 핸드폰도, 장난감도 껴있지 않은 우리 둘이 꼭 끌어안고 뒹글거리며 깔깔 웃는 놀이다. 아이는 그때 진심으로 사랑받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아이에게 생일에 무엇을 받고 싶은지 물었다. '새로 출시된 게임을 사줄까? 장난감을 사줄까?' 아이가 고민하는 표정으로 대답을 못하길래 '차라리 돈으로 줄테니 원하는 것을 살래?' 하고 물으니 아이가 결심한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대답한다.
"꽁냥꽁냥 쿠폰을 만들어 줘. 엄마가 어떤 일을 하고 있던지 내가 이 쿠폰을 쓰면 나와 끌어안고 수다떨며 꽁냥꽁냥 할 수 있는 그런 쿠폰 말이야."
엄마 사랑을 얼마로 바꿀 수 있을까? 당신은 엄마가 나를 꿀떨어지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끌어안고 예쁜 내새끼라며 궁디 토닥여주는 사랑을 받을 수 있다면 얼마까지 내놓을 수 있겠는가? 우리가 이리도 열심히 돈을 벌고 인간관계에 골머리를 앓고 외모를 가꾸는 근원에는 이 사랑의 결핍이 있다. 이 사랑은 모든 것을 초월하게 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두려움에도 한발 내딛게 하는 것은 바로 이 사랑이다. 무너져도 나는 이겨낼 수 있어.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 라는 사랑의 근원은 바로 아이가 부모에게 받은 유년시절의 그 꿀떨어지는 눈빛에서 나온다.
이렇게 아이들은 진심으로 사랑을 기다리고 있다. 게임밖에 모른다는 생각은 한참 잘못된 생각이다. 우리는 받지 못했던 그런 푸근하고 뜨끈한 사랑을 우리는 꼭 주도록 노력해보자.
그 과정에서 유년시절의 내 상처를 만날것이다. 그것을 치유해가면서 저항이 올라오면 박살내 가면서 다름아닌 사랑 한 번 뜨겁게 하고 가보자. 여기까지 와보니 그것만큼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것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