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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핸 Apr 04. 2021

인류는 저 너머 비교했을 때 어떤 존재일까?

코스모스 책 리뷰





어렸을 때부터 나는 아빠가 자주 접하던 다큐멘터리 채널에서 이전에 방영하던 다큐가 끝나고 곧바로 우주에 관한 다큐가 시작했었다. 주제는 대충 지구로부터 시작해 우리는 어디쯤에 위치하고 우주의 넓이는 어떨까 하는 내용인 걸로 기억한다. 아무튼 이때부터 아마 난 우주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어 엄마한테 그 당시 흔하게 교육용으로 팔던 태양계 모빌을 사달라고 졸랐었고, 그것도 모자라 태양계에 속해 있는 행성들 특징 그리고 그 밖으로부터 존재하는 것들로 매료되어, 책과 인터넷으로부터 일일이 거의 모든 기본 정보들을 다 집어내어 보기 편하게끔 나만의 책도 만든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 생각하면 참으로 그런 열정이 지금은 어디 갔는지도 궁금하고, 아직 내 주변에 존재한다면 어서 이곳으로 얼른 귀한 하라고 외치고 싶다. 비록 썩 그렇지 못한 필기 솜씨 때문에 컴퓨터 타자 프린트로 붙였어도 말이다. 그러다가 잠깐 동안의 이민, 고등학교 생활, 대학입시 등 꽤나 정신없던 시절들을 보내다 보니 저 하늘에 대한 관심도는 사라진 건 아니지만 잠깐 어딘가로 행방불명된 상태였다. 그 뒤로도 별생각 없이 다른 분야, 즉 미술과 건축에 몰두했었다.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1년 지난 뒤로도 상황이 나아지긴커녕 오히려 독일에선 3차 유행(3월 26일 기준)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3월 18일까지 지정됐던 락다운은 부활절을 포함해 4월 중순까지 연장됐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4월까지의 연속 연장에 대해 이미 어느 정도 예견한 상태였다. 그래서 그런지 이미 집 안에서 쉽게 할 수 있을 만한 각종 취미들을 마련해 놓았고, 그중에 책 읽기도 마찬가지로 재미란 바다에서 해엄치고 있다. 원래는 책과는 사실 거리가 어쩔 수 없이 각종 디지털의 환경으로 인해서인지 꽤 먼 편이었다. 모든 습관은 작고 보잘것없는 행동으로 시작한다고 여러 유명 기업인들의 매번 조언들이 인터넷에서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그 말이 약간의 사실을 지니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렇게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아마 최애 관심사 혹은 본업과 가장 근접한 책들로부터 쉽사리 친해지게 되어, 보이진 않지만 이렇게 형성된 얇은 실이 뭉쳐가면서 두툼해진 노끈으로 만들진 게 아닐까 싶다.



서론이 이렇게 길게 되다니, 얼른 글 주제인 책 후기에 따른 몇 가지 재밌는 점 그리고 특징에 대해서 말해보려고 한다. 전체적인 주제는 간단히 말해서 본인 칼 세이건에 천문학 쪽에서 관심 있어하던 인덱스를 다룬다는 점이다. 특히 외계 생명체 존재 여부, 우주공간의 정의가 대부분 비율을 차지한다. 보통 과학 분야 이야기를 다룰 땐 전문적인 용어들이 들쑥날쑥하다 보니 읽다 보면 가끔 이해가 안 가는 부분들이 많다. 물론 모든 분야가 타 분야끼리 그렇게 비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칼 세이건은 다른 과학자와는 다르게 천문학이란 자연과학을 우리 대중들로부터 반드시 널리 알려야 된다는 헌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최대한 불필요한 전문 용어들을 배제한 대신 본인만의 문학적인 문체로 이어 나가는 게 이 책에서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읽다 보면 그의 '가정'으로부터 재밌는 상상력들을 문뜩 발견하게 될 것이다. 더해 천문지식뿐만이 아닌 사회학, 생물학, 물리학, 화학, 그리고 이데올로기를 적절히 활용해 비슷한 예시들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에게 더욱 이해를 와닿게 한다. 이게 정말로 신기한 게 서로 다른 주제끼리 묶어서 자연스러운 흐림과 전개가 나오기 쉽진 않은데 오히려 글의 무게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 우리에게 방대한 지식을 제공해 주는 어쩜 일종의 작은 백과사전을 읽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칼 세이건의 드넓은 지식에 매번 감탄했다. 유시민이 그렇게 무인도에 가면 이 책만은 반드시 지닐 마음이 있었는지 이해가 간다.







상상을 초월한 규모로 벌어지는 격렬한 혼돈의 폭력 역시 우주의 한 속성이다. 우주는 자연과 생명의 어머니인 동시에 은하와 별과 문명을 멸망시키는 파괴자이다. 우주는 반드시 자비롭지만은 않다. 그렇다고 우리에게 적의를 품지도 않는다. 우주 앞에서 우리의 생명, 인생, 문명, 역사는 그저 보잘것없는 존재일 뿐이다.


코스모스 p.496





하나의 종으로서 우리 인류는 외계의 지적 생물과의 교신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와 같이 지구에 살고 있는 다른 지적 생물과의 교신부터 먼저 진지하게 시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 문화와 언어와 전통이 다른 민족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조화롭게 사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 침팬지, 돌고래 그리고 저 깊은 바다의 지적 지배자인 위대한 고래들과의 교신 또한 외계와의 교신에 우선돼야 할 인류의 과제인 것이다.


코스모스 p.542





우주적 시간 척도에서 볼 때 지극히 짧은 시간이겠지만 우리는 어서 지구를 모든 생명을 존중할 줄 아는 하나의 공동체로 바꿔야 한다. 그리하여 지구상에서 평화를 유지하는 한편, 외계 문명과의 교신을 이룩함으로써 지구 문명도 은하 문명권의 어엿한 구성원이 돼야 할 것이다.


코스모스 p.577






위문장들을 보면 칼 세이건은 생각보다 겸손하면서 착실하게 살았던 인물이었음을 알린다. 그가 실제로 이런 성격을 가지게 된 것도 아시다시피 우주가 가지고 있는 엄청난 스케일, 이에 비해 우리는 한낱 먼지보다도 작은 (어쩜 양성자, 중성자 안에 들어있는 쿼크보다도 작을 수도 있다) 존재인 깨달음, 즉 우주적 공간에 비례하는 인류의 희소성이 배경의 핵심이 된다. 이러한 희소성은 바깥 공간에 있을 수 있는 외계 지적 생명체의 존재 여부로부터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전파 메시지 수신과 우주여행의 자극을 돋우게 할 것이다. 그러긴 위해선 인류는 천문 분야에 큰 투자가 필요하고, 우주에 관해 공간을 확장해 나갈수록 인류의 특권의식은 내려 저 가만 위상과 위치에 대해선 주변과 아울러 올바르게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는 학문뿐만이 아닌 하나의 사진에서도 이런 영감을 더 크게 가질 수 있는 특별 이벤트가 있었다.


1977년 9월 5일, 총 271억 개발 비용이 들어간 두 대의 쌍둥이 탐사선인 보이저 1,2호가 태양계의 지정된 모든 행성들을 탐사하기 위해 발사되었다. 그렇게 간신히 소행성 구간을 뚫고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그리고 각 행성에 공존하고 있는 위성들까지 모두 계획적으로 자료 수집에 성공한다. 토성 관련 데이터를 수집한 뒤 확장 탐사 계획에 나설 때쯤 칼은 나사 측에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향해서 한번 촬영해보자고 제안을 했다. 하지만 나사는 강한 태양광에 카메라 렌즈가 손상될 것을 강하게 우려하여 많은 반대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촬영을 조심스럽게 진행했다. 결과는 예상대로 너무 강한 태양빛 때문에 지구를 제외한 행성들은 모두 가려지게 됐다. 그저 지구만 아주 작은 점으로 묘사됐다. 그는 이 점을 보고 아주 심의 있게 현재 권력과 속물 의식에 가득 찬 우리에게 아래와 같이 메시지를 남겼다. 참고로 이 구절은 또 다른 책 '창백한 푸른 점'에서 인용됐다.





1990년(좌)과 30주년을 맞이해 디지털로 재구성된 사진(우). 저 점을 보면 참 많은 생각이 떠오르곤 한다 (출저: 구글, NASA)                                







"이렇게 멀리 떨어져서 보면 지구는 특별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인류에게는 다릅니다. 저 점을 다시 생각해 보십시오. 저 점이 우리가 있는 이곳입니다. 저곳이 우리의 집이자, 우리 자신입니다. 여러분이 사랑하는, 당신이 아는, 당신이 들어본, 그리고 세상에 존재했던 모든 사람들이 바로 저 작은 점 위에서 일생을 살았습니다. 우리의 모든 기쁨과 고통이 저 점 위에서 존재했고, 인류의 역사 속에 존재한 자신만만했던 수 천 개의 종교와 이데올로기, 경제체제가, 수렵과 채집을 했던 모든 사람들, 모든 영웅과 비겁자들이, 문명을 일으킨 사람들과 그런 문명을 파괴한 사람들, 왕과 미천한 농부들이, 사랑에 빠진 젊은 남녀들, 엄마와 아빠들, 그리고 꿈 많던 아이들이, 발명가와 탐험가, 윤리도덕을 가르친 선생님과 부패한 정치인들이, "슈퍼스타"나 "위대한 영도자"로 불리던 사람들이, 성자나 죄인들이 모두 바로 태양빛에 걸려있는 저 먼지 같은 작은 점 위에서 살았습니다.


우주라는 광대한 스타디움에서 지구는 아주 작은 무대에 불과합니다. 인류 역사 속의 무수한 장군과 황제들이 저 작은 점의 극히 일부를, 그것도 아주 잠깐 동안 차지하는 영광과 승리를 누리기 위해 죽였던 사람들이 흘린 피의 강물을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저 작은 픽셀의 한쪽 구석에서 온 사람들이 같은 픽셀의 다른 쪽에 있는, 겉모습이 거의 분간도 안 되는 사람들에게 저지른 셀 수 없는 만행을 생각해 보십시오. 얼마나 잦은 오해가 있었는지, 얼마나 서로를 죽이려고 했는지, 그리고 그런 그들의 증오가 얼마나 강했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위대한 척하는 우리의 몸짓, 스스로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믿음, 우리가 우주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망상은 저 창백한 파란 불빛 하나만 봐도 그 근거를 잃습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우리를 둘러싼 거대한 우주의 암흑 속에 있는 외로운 하나의 점입니다. 그 광대한 우주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안다면, 우리가 스스로를 파멸시킨다 해도 우리를 구원해 줄 도움이 외부에서 올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지구는 생명을 간직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입니다.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 우리 인류가 이주를 할 수 있는 행성은 없습니다. 잠깐 방문을 할 수 있는 행성은 있겠지만, 정착할 수 있는 곳은 아직 없습니다. 좋든 싫든 인류는 당분간 지구에서 버텨야 합니다. 천문학을 공부하면 겸손해지고, 인격이 형성된다고 합니다. 인류가 느끼는 자만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멀리서 보여주는 이 사진입니다. 제게 이 사진은 우리가 서로를 더 배려해야 하고, 우리가 아는 유일한 삶의 터전인 저 창백한 푸른 점을 아끼고 보존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대한 강조입니다."


칼 세이건





이렇게 마무리하여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건 꼭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비록 700 페이지가 넘는 벽돌 수준의 책이지만 하루에 한 챕터씩 천천히 읽어보게 되면 그가 말하고자 하는 전체적인 메시지와 아울러 여러 지식도 쌓고 싶다면 아주 좋은 선택이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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