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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산 Dec 19. 2023

브런치 공모전 당선 작가님을 미리 축하드리며

#1

브런치를 잠깐 쉬었다. 그렇다고 글쓰기를 놓은 건 아니다. 브런치 공모전 응모가 끝나면 다른 공모전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늘'이라고 말하기엔 민망하지만, 그래도 제법 연례행사처럼 습관이 되고 있어 뿌듯함을 느낀다. 몇몇 공모전엔 입상도 하였으니, 결과도 썩 나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얘기하면 타 공모전 입상조차 없었다면 브런치에도 글을 계속 쓰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출품한 모든 작품이 전부 당선되면 좋겠지만, 그건 이기적인 환상이고 욕심임을 잘 안다.


하지만, 역시 낙선은 서운하다. 위에서 말한 '쓰는 족족 당선될 순 없지'라는 생각도 사실 낙선의 아픔을 달래기 위한 자기변명일지도 모른다. 브런치 공모전 결과 발표일은 12월 20일. 그러나 보통 일주일 전에 미리 사전 통보가 간다고 하므로 이번에도 '역시나' 탈락이라는 건 미리 알 수 있다. 혹시 메일을 확인 안 한 게 아닐까 싶어 스팸 메일함까지 뒤져보는 내 모습이 처량하다. '혹시 내 이메일 계정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까지 생각하는 건 너무 비참할 듯하다. 아닌 건 역시나 아니었다.


내일 브런치 공모전 결과가 발표되면 12월도 2/3가 지난다. 시기가 좋으면서도 참 별로다. 공모전으로 1년 글 농사를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의미는 좋다. 그런데, 막상 '열심히 했지만 꽝! 내년에 재도전하면 될 거예요!'라는 결과를 받으면 기분이 좋을 순 없다.


#2

사람들이 내 브런치에 어떤 검색어로 유입이 되는지 보면 그들의 욕망을 엿볼 수 있다.


① 의사 연봉, 파업, 의대 입시 등

② 공모전 당선 발표, 연락 등


사람들 생각하는 게 다 거기서 거기인 건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다. 우린 똑같은 사람이니까. 마침 '의대 정원'과 '브런치 공모전 당선'을 같이 놓고 보니 둘이 비슷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3

수험생 자녀를 둔 모 브런치 작가분이 '의대에 올인하는' 현 입시 상황을 비판하는 글을 남겼다. 댓글도 공감만이 가득했고 심지어 분위기에 편승하여 뜬금없이 의사를 비난하는 내용도 보였다. 물론 작가님의 의도는 이해하나,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어차피 '의대 (넓게는 의치한약수)'를 없애도 피 터지게 경쟁하며 공부하는 애들이 상위권 학생들이다. 사실 작가님께서 그런 비판을 할 수 있는 것도 자제분께서 의대 경쟁에 뛰어들 만한 능력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최선의 노력으로 최고의 결과물을 얻길 바라는 것. 그게 인간의 본성이다. 하다못해 사람들은 당근 매물조차도 최고를 찾기 위해 경쟁하는데 말이다. 


사람들이 그렇게나 의대 가고 싶어 하는데, 의대 정원을 무제한 개방해버리면 어떨까? 공부 안 해도 의대 가면 한국의 고질적 문제라는 경쟁 위주의 입시도 해결될 것 같다. 실수로 타 전공을 선택했던 취준생들도 의사가 되면 그만이니 만성적인 취업난도 해결이다. 의사면허가 지금의 운전면허처럼 거의 누구나 따는 게 된다면, 대한민국은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지고 드디어 지상락원이 되지 않을까?


그럴 리가 없지... 그저 '의대'가 다른 거로 바뀔 뿐이다. 우리가 인간으로 사는 이상 시시포스 같은 굴레는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4

브런치 공모전도 마찬가지다. 왜 하필 10명만 뽑는 건가? 좀 넉넉하게 한 5,000명 정도 뽑으면 자리도 좀 남고 기분 좋잖아? 게다가 아무나 뽑는 것도 아니고 이미 브런치에서 나름대로 심사숙고 끝에 '작가' 자격을 부여한 이들 아닌가. 다들 출판하면 되겠구먼. 책이 팔리면 팔리고 말면 말고. 어차피 출간 해놓고 이후 경쟁하면 될 일 아닌가?


...


공모전이 그렇게 될 리가 없겠지... 우리가 인간으로 사는 이상.


※ 공모전 탈락에 의욕이 떨어져 다소 억지가 담긴 글을 썼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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