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언급했던 한의사의 의사가 되고픈 열망 중 하나가 '처방권'이다. 약(한의사 용어로는 '양약')을 처방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는 건데, 당연히 이권과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단순 밥그릇이나 자존심 문제가 아니라 의사와 한의사의 정체성과 연결된 근본 권리인지라,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할 수 있다. 의사는 한약을 처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주장하지 않는 걸 생각해 보자.
그런데, 의정갈등으로 인해 의사의 힘이 많이 약해진 틈을 타서 의료공백 해소라는 명분으로 한의사에게 약 처방권을 달라는 작업이 열심히 진행 중이다.
그리하여 한의사에게 제한적으로 처방권을 주는 법안까지 발의되었는데, 강도가 문틈 사이로 발을 들이면 집안까지 들어오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 의사로선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발의된 법안이 어떻게 될지는 일단 논외로 하고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가?'를 살펴보기 위해 법안을 발의한 A 국회의원이 어떤 사람인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
A 국회의원을 검색하면 한의사단체와 이것저것 많이 하고 신년 인사도 친히 해주는 등 친분이 예사롭지 않다. A 국회의원은 왜 이렇게 한의사를 못 챙겨줘서 안달일까?
그런데 마침 우연히도 그의 딸은 한의사이다. 확실히 드러나진 않았으나 정황상 아마 사위도 한의사인 듯하다.
문득 조 모씨 일가의 일도 생각나기도 했다. 세상은 원래 맨 정신으로 살기 역겨운 곳인데, 의사만 애꿎게 욕받이가 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민이 '사이다'를 원한다고 말하지만, 높으신 분들 꿍꿍이는 항상 따로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