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값이면 해외로 갈까, 아니면 국내가 낫나?' 그간 해외에 눈이 팔려 국내여행은 등한시했다. 비슷한 돈이면 보다 먼 곳, 이국적 풍경, 낯선 음식이 더 남는 장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매번 해외 지도를 먼저 탐색했다. 하지만 이번엔 국내다. 바로 목포. KTX 타고 목포역 도착. 아담하고 작은 역 주변에서 분주하지만 포근한 기운을 느낀다. 줄 지어 있는 택시와 목포 MBC 건물 외벽에서 나오는 광고영상, 오가는 버스와 사람들 그리고 목포 '쫀디기'. 시식용 쫀디기 반쪽을 들고 역을 빠져나온다. 짐이 무겁지는 않지만 일단 숙소에 박아두고 몸만 다니기로 했다. 웬만하면 시야에 걸리는 반가운 유달산 풍경을 보며 구도심 이리저리를 활보한다. 아직 주변을 다 파악하지 못해 발 닿는 곳으로 무작정 이동. TV를 통해 봤던 익숙한 간판도 눈에 들어온다. 빵집, 디저트집, 식당들 그리고 구도심이라는 지역답게 오래된 가게들이 즐비해있다. 현재의 목포는 동쪽으로 동쪽으로 와일드와일드이스트 정책을 시행한 터라 목포 구도심은 관광객들로만 붐비는 것 같았다. 아마 주거와 교육, 더 나은 환경과 시설을 위해 목포 시민 다수는 하당과 남악-오룡 신도시 라인으로 자리한 것 같다. 그리고 역시 '맛의 도시'답게 이집저집 식당도 눈에 들어온다. 낙지, 게살, 활어, 분식, 국밥, 백반. 뭐 사실 메뉴야 다를 게 없지만 세팅되는 반찬과 남도라는 지역이 맛의 풍미를 더 살린다. 결국 매끼 과식이다. 이래서 남도 음식, 남도 음식하나보다. 대충 하루를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상점가 중심의 화려한 조명이 눈에 들어온다. 나방마냥 이끌리듯 조명 쪽으로 간다. '코롬방제과점' 규모가 상당하다. 빵 몇 개 사서 다시 나왔는데 근처에 붐비는 빵집이 또 하나 있다. '씨엘비베이커리' '뭐지? 목포가 빵이 유명한가?' 알고 보니 둘 다 유명한 빵집이었고, 코롬방의 영어 약자 CLB를 따서 베이커리 이름을 그렇게 붙였다고 한다. (아마도 중세의 아일랜드 선교사 골롬반의 이름에서 유래되지 않았을까 싶다. 참고로 목포에는 골롬반 의원도 있다.) '왜? 메뉴도 이름도 비슷한 빵집이 굳이 둘이?' 첫날 그렇게 난 쓸데없는 궁금증GGZ을 안고 숙소SS로 돌아왔다.
'아, 괜히 내가 불편하다. 체할 것 같다.' 가끔 가던 분식점에서 어묵과 떡볶이를 먹을 때 했던 생각이다. 목포의 두 빵집보다 훨씬 가깝게 자리한 서울의 두 분식점은 당연히 메뉴도 같고, 가격도 같다. 그런데 꼭 한쪽에 손님이 있고, 다른 쪽에는 손님이 없을 때 이런 불편상황이 발생한다. 바로 사장님들의 경쟁 심리가 발동하기 때문이다. 서서 떡볶이를 먹고, 오뎅 국물도 떠먹을라치면 손님 없는 쪽 사장님이 굳이 나오셔서 다른 일을 하며 옆 가게 손님들을 무언으로 압박한다. '너 지난번에도 거기 가지 않았니? 이번에는 우리 집 올 차례 아니니?' 한두 번이 아니다. 떡볶이를 주걱으로 무한히 젓는다거나, 어묵에 간장을 들입다 붓기도 한다. (나는 어묵에 간장이 그렇게 많이 들어가는지 몰랐다. 정말 엄청나다. 그래서 국물이 진했구나.) 손님들이 없을 때 해도 되는 일인데 굳이 누군가 먹기 시작하면 그 행동을 자리를 뜰 때까지 계속한다. 물론 양쪽 모두 그렇다. 바로 붙어있는 가게지만 둘 간 교류는 우리가 볼 때 전혀 없다. 어떻게 저런 불편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셨을까? 괜시리 걱정된다. 나는 이제 더는 가지 않는다. 그런데 자주 가는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두 집 모두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집만 가본 사람은 없다고. 치킨게임인 줄 알았더니 서로 윈윈 하는 게임이었다. 이것도 전략이라면 전략인가? 비교와 판단을 위해 두 집 모두를 경험해야 하는 필수 풀코스. 그렇다면 인정이다. 훌륭한 마케팅이다. 마치 과거 삼성과 애플 같다. (최근의 삼성과 애플은 더 이상 비교 대상이 아니다. 제품 정체성이 명확해졌기 때문에 동일선상 비교는 무의미하다. 메뉴가 이제 아예 다르다는 말이다.)
다시 목포. 낙지 탕탕이와 연포탕을 전날 먹고 다음 날 게살비빔밥을 먹으러 갔다. 식사 후 우리는 목포근대역사관 근처를 산책한다. 역사적 시간을 담고 있는 다양한 공간이 눈이 들어온다. 와중에는 새 역사를 위해 모던한 내부를 자랑하는 건물도 있다. 물론 임대와 공실 상가도 꽤 많다. 한참을 걷다가 노적봉으로 향한다. 오르막이긴 하지만 길이 참 좋다. 힘들어 보이긴 해도 발이 먼저 가고 있다. 그만큼 길이 묘하게 예쁘다. 유달산 제일 아래에 있는 정자에서 바다에 걸린 일몰의 풍광을 마주한다. '목포 오길 잘했다.' 국내 여행도 역시 참 좋다. 근데 바람이 너무 분다. 다시 시내 쪽으로 내려갔다. 시내까지 이어지는 내리막은 거의 하산 길이다. 하지만 편안하다. 갑자기 구도심 중심가가 짠하고 나타난다. '어? 또 그 빵집들이네' 갑자기 전주와 춘천이 생각난다. "우리가 예전에 먹은 그 전주 초코파이 풍년제과였나? 아니면 PNB풍년제과라고 써 있었나?", "글쎄 그냥 풍년제과 아니었나. 왜?" 정확하진 않지만 그때도 집에 와서 보니, 그 전주 초코파이에도 상표권 분쟁의 다툼이 있었다. 춘천의 한 베이커리도 마찬가지다. 입소문을 타고 전국을 호령하는 감자빵의 쫀득함이 부부간의 찐득찐득함으로 번져 있었다. 상호명을 검색하면 자동완성기능으로 그들 부부에 대한 관심과 이혼, 재산분할과 법적 이야기들이 못지않게 나온다. 윤리적, 도덕적 잣대로 보면 옳고 그름이 갈리지만 갈등과 분쟁을 통해 먹고사는 법시장 상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여러 법적 권리가 오고 간 것도 눈에 들어온다. 물론 이런 크고 작은 분쟁이나 갈등에 특별한 스토리는 없다. 일반 개인에게는 드문 일이겠지만 사업이 성장해서 번창하거나 자리 잡아 규모 있는 사업체가 되면 이런 시비는 꽤나 자주 있는 일 같았다. 파이가 커지면 그만큼 나누는 일이 더 어려워지나 보다. '그래서 우리 형제들이 그렇게 우애가 깊나 싶다. 갈등과 다툼도 어쨌든 뭐라도 있어야 생기니까.' 야트막하지만 다이내믹한 유달산 정상에서 저 멀리 신도심과 점점 슬럼화되고 있는 낡은 구도심을 바라본다. 떠나기 전에 가족들에게 낙지나 몇 마리 보내야겠다. 안녕, 목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