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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껑열린 별똥별 Dec 13. 2022

내 가랑이에 맞추어 세상 늘려가기

뚜껑 열린 별똥별의 닥치고 LIFE 9

나는 배우고 이해하는 게 항상 느렸다.  학교 수업도 한 번에 알아들은 기억이 별로 없다.  읽어보고, 또 읽어보고 생각해 보고, 다시 읽어보고… 그제야 감을 잡았다. 이해를 한다고, 그것이 외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알고 있는 것을 이해하고 그것을 말로 표현하는 데도 시간이 한참 걸렸다. 그러니 학교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다.  나한테 하루가 무한정 주어진다면 몰라도, 모두가 평등하게 24시간을 가져야 하는 세상에서 나의 삶이 결코 평탄 할리가 없다. 게다가 성격까지 대충대충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Don’t Worry, Be Happy”이다 보니,  열받는 일이 생겨도 후다닥 털고 일어나는 장점은 있었지만,  제대로! 똑 부러지게! 단 한방에! 일을 해결한 적이 별로 없었다.


이렇게 뭐를 하든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익힌 것을 다 소화해 내기도 전에, 새로운 것을 마구 집어넣는 일반 학교와 사회에서 나의 생활은 뒤죽박죽이 되었다.  초반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 것으로 만들면서 충실히 살고 싶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과정을 건너뛰면서 이해하다 보니, 겉으로는 이해한 듯해도, 깊이가 없이 껍질만 그렇듯한 모양새를 지니게 되었다. 그렇게 영혼 없이 학교에 출석 도장만 열심히 찍고 다닌 귀신같은 삶으로 내 10대를 날려버렸다.  남들한테 인정받을 만한 건수가 별로 없는 한국 사회에서 꼴등 학생의 삶은 정말 괴로움의 연속이었고, 학교에서 배운 수업이 내 세상의 전부였던 나에게,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조차 없었다는 건 너무 당연한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조금만 더 용기를 내서  나 자신한테 솔직 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안타까움이 든다.  창피하고 무시를 잠깐 당하더라도, 모르는 부분을 모른다고 하고 제대로 짚고 넘어갔었으면, 언젠가는 이해를 할 시간을 만날 수 있었을 텐데.  입 꽉 다물고 하나 둘 넘어가다 보니, 경험과 지식이 제대로 쌓이지 않았다.  모름을 인정하고 꾸준히 배우고 될 때까지 시도하는 것을 계속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함을 그때 알았다.   그 시간을 건너 뛰면 구멍이 숭숭 뚫려 언제 와스라질지 모르는, 겉만 번드래한 건물을 만들어 가는 거다.  이런 집은 나중에 아무 가치도 못한다.  것만 그럴 싸 하고, 속은 허한 삶보다는, 가물가물해서 눈에 잘 띄지는 않아도, 실속 있는 삶이 최고다.  내가 모르는 것이 많다는 건 그만큼 세상에서 배울 것이 더 많다는 것이니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작은 실속이 차곡차곡 쌓여서 언젠가는 큰 씨너지를 낼 시간이 반드시 온다.


인문학을 통해 시대에 큰 획을 그은 예술가들의 삶을 읽어 볼 기회가 있었다.  우리가 잘 아는 너무나 유명한 예술가들 중 태어날 때부터 천재성을 타고난 경우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주 지독한 노력파였다.  본인이 하는 거 외에는 다른 일은 아예 관심을 가지지 않고 산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그 시대의 외톨이였지만, 그 괴로움을 안고 자신의 신념대로 밀고 나갔기에 오늘날 그 후세가 그들의 멋진 작품들을 보고 듣고 할 수 있게 되었다.   살아가는 이 순간에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것보다, 그들처럼 본인 자신을 얼마나 인정하고 원하는 것을 위해 몰입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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