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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서율 May 25. 2023

진상별 무례한 사람 대처법

알아두면 유용한 기싸움의 기술 [직장편]  


"엘리베이터에서 만나서 함께 이동하자고 그래서 기다렸는데 안 오길래 연락했더니 나만 쏙 빼놓고 사람들 데리고 약속 장소로 갔더라고.. 너무 당황스러워서..."


퇴근시간에 친구 민에게서 연락이 왔다. 최근 무례한 회사 동료의 갑질에 맞서서 대응했더니 상대는 치졸한 방법으로 복수를 시작한 거다.  


"오늘 회식 같이하는 사람들 누구야?"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랑 팀장님도 계셔"

"팀장님이 계셔? 잘 됐네! 가자마자 환하게 웃으면서 미연씨! 엘리베이터에서 기다리라고 해서 기다렸는데 왜 저만 쏙 빼놓고 가셨어요? 설마 저 왕따 시키는 거 아니죵~?? 호호 이래버려"

"웃으라고?"

"응 꼭 웃어야 해! 장난처럼 해맑게 말하는 게 가장 중요해"


민은 내가 시키는 대로 회식 자리에서 웃으며 이야기했다가 당황해서 다시 연락이 왔다.

"웃으면서 말했는데 아무도 웃질 않았어 분위기는 싸해졌고 어떡하지?"

"아주 잘했어! 애초부터 웃기려고 말한 게 아니니까 분위기가 싸해져도 괜찮아. 너는 그 여자 면전 앞에서 팀장님에게 고발한 거야"


내가 민에게 반드시 웃으면서 말하라고 했던 이유는

농담처럼 환하게 웃으면서 건네는 말에 발끈하면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려서 상대가 반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걸 빙그레 권법이라고 하는데 어려운 상사가 있는 자리에서 무례한 사람을 공개처형할 때 쓰기 아주 좋은 기술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라는 건 인간관계에 잡음 없는 평화로운 직장 생활이지만, 이상하게 미꾸라지 같은 사람들이 조직 내에 꼭 하나씩 있다. 남의 약점을 들춰내서 비하하고, 갑질하려 들고, 이 사람 저 사람 찾아가 이간질하며 여론몰이를 한다.


못된 심성에, 머리가 비상하고, 상대방을 괴롭히는 것만큼은 누구보다 부지런한 사람. 이들의 특징은 자신에게 대응하지 못하는 사람을 기가 막히게 잘 찾아내서 타겟으로 삼는다. 그래서 이런 고민을 토로하는 지인들은 대부분 심성이 여리고 약자인 경우가 많다.


- 무례한 사람의 타겟이 되는 약자의 특징들이 있는데 아래와 같다.

1. 미안한 일이 아닌데도 사과를 자주 한다

2. 침묵이 어색해서 자신이 끊임없이 먼저 말을 건다

3. 상대방의 눈치를 보느라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지 못한다

4. 무례하게 선을 넘어도 대응하지 못한다

5. 자신만의 줏대가 없어서  가스라이팅에 취약하다


피지컬은 타고나야 하는 것처럼 멘탈도 타고난 부분이 많은데 이들은 원체부터 여린 멘탈을 가지고 태어나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 사회에서 남들과의 기싸움에 밀렸던 기억에 저자세가 익숙해지고 대응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침묵을 택하는 게 편한 사람이 무례한 미꾸라지들의 타겟이 된다.


길거리에서 싸움이 붙으면 피하는 게 상책이지만, 직장 내에서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다면 어려워도 반드시 맞서야 한다. 나를 괴롭히면 상대도 잃는 게 생긴다는 걸 확실하게 어필해 줘야 상대는 괴롭힘을 그만둔다. 마치 나라의 국방력이 강할수록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것처럼


그러기 위해서는 당장의 불편함과 어려움을 참아내야 한다. 좀 분위기가 싸해지면 어떤가? 나부터 지키고 봐야 한다. 어색한 침묵을 버티는 것도 단단한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직장에서 만나는 무례한 사람은 다양한 유형의 진상들로 나뉘는데. 이제부터 진상별 무례한 사람을 대처하는 기술들을 소개하겠다.  




1. 사람들 앞에서 나를 깎아내리는 유형


상대가 사람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대놓고 무례한 말을 한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검거해야 한다. 우물쭈물하다가 타이밍을 놓치면 상대는 내가 대응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걸 확인했으니 괴롭힘의 강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이때 중요한 팁은) 상대의 말이 누가 들어도 기분 나쁘고 무례한 말이라고 판단되면 정색하며 무례함을 지적하고, 상대의 말이 농담을 가장한 은근한 돌려까기라면 나도 웃으며 농담처럼 말하지만 무례한 구간을 정확하게 지적한다.  


"주말에 여행 다녀온 사진 올렸던데 남자랑 간 건가?"

"아니요? 그리고 팀장님,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질문은 상당히 무례한 거예요 앞으로 조심해 주세요"


"치마가 짧네~ 안 추워요? (비웃음)"

"네 안 추워요~ 근데 이 멘트 여자들끼리 돌려까는 멘트라고 인터넷 짤로 돌던데 실제로 들어보네요 (웃음)"

"저는 그런 의도 아니었는데요..?"

"에이 농담이죠~ 설마 그런 의도로 하셨겠어요~"


그러나 이렇게 즉각적으로 받아치기 어려운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럴 경우 가장 좋은 무기는 '이게 말이야 방구야?' 라는 표정을 지으며 3초간 침묵을 유지하는 것이다.

갑자기 대화의 흐름이 뚝 끊기면 상대는 긴장하게 되고 주변 사람도 침묵의 앞 구간 대화에 주목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불편한 분위기를 만들어 상대를 당황시킬 수 있다.

   



2. 사람들 모르게 은밀히 괴롭히는 유형


이런 사람들은 첫 번째 케이스보다 더 지능적이다.

업무를 떠넘기고는 자신이 한 것처럼 어필하거나, 아무도 없을 때를 틈타 말을 씹고 무안을 주거나, 교묘하게 사람들을 선동하며 고립시킨다.

이들은 여론몰이에 능하고 정치적이라 이미지 관리를 신경 쓰기 때문에 공개처형이 가장 치명적이다.


공개처형은 아무 때나 하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거나, 상대가 평소에 어려워하는 상사가 참석한 회식에서가 가장 좋은 타이밍이다. 분위기가 화기애애할 때 주제의 흐름에 맞는 타이밍에 해맑게 웃으면서 이야기한다.


예전에 나는 예산관리자 업무를 했었는데 우리팀 팀장님이 개인적인 술자리에 법인카드를 매일같이 쓰셨고 예산이 초과돼 더 이상 예산 조달이 어렵다는 만류에도 알아서 해결하라는 안하무인 태도를 보이길래 나는 상무님과 팀장님이 함께 참석하는 회식까지 기회를 노렸다가 예산 이야기가 나오는 타이밍에 환하게 웃으며


"상무님~ 우리팀에 상무님이 한 분 더 계시는 거 아세요?"

"그게 무슨 소리야 서율씨?"

"상무님처럼 예산을 쓰시는 분이 또 계셔서요 여기 서팀장님이요~ 제가 요즘 상무님 두 분 예산 충당하느라 허리가 휘겠네요 하하"

이렇게 한방 먹이니 상무님께서는 "서팀장? 도대체 얼마나 쓰면 서율씨가 이런 소릴 해?"라는 반응이 나왔고 그 뒤로 팀장님은 한도에 맞춰서 예산을 사용하셨다.


이 빙그레 권법은 대놓고 면전에서 상대의 만행을 폭로해도 해맑게 웃으며 장난식으로 말하니까 상대는 반격할 수 없게 된다. 어느 날, 우연히 본 예능에서 레이디제인이 나왔는데 나랑 똑같은 권법을 쓰고 있었다. 그 기쎄다는 서인영과 예원도 환하게 웃고 있는 레이디제인의 팩폭에 성질 한번 못 내보고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거 보니 빙그레의 위력은 대단하구나라고 실감했다.


은밀하게 행해지는 상대의 무례함에 맞서야 할 때 이 빙그레 권법을 강력 추천한다. 상대는 공개처형으로 망신을 당해보면 "아, 쟤한테 함부로 굴면 나도 잃는 게 생기는구나" 라고 인식하게 되고 더 이상 무례한 행동을 하지 않게 된다.




3. 언성을 높이며 기선제압을 하려는 유형  


이런 부류는 어리석을 확률이 높아서 상대하기가 쉽다.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말은 직장 내에서 먹히지 않는다. 도리어 무식한 이미지로 낙인찍혀 두고두고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상대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큰 목소리로 기선제압을 시도한다면 나는 오히려 아주 이성적인 태도를 보이면 된다. 마치 진상을 부리는 무식한 손님을 상대하는 명품관 직원처럼 조곤조곤 팩트만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다툼의 내용보다는 모션을 보며 상황을 파악한다. 누구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누구는 조곤조곤 대응한다면 당연히 이성적으로 보이는 사람이 옳은 싸움이구나 생각할 것이다.


나는 이번에 퇴사한 회사와 분쟁을 겪으면서 남자 팀장, 남자 인사팀 직원이랑 맞붙어야 했는데 이들은 하나같이 체구가 작은 여자인 내가 약해 보였는지 소리를 지르며 기선제압을 시도했지만 나는 언성 한번 안 높이고 이렇게 바로 제압했다.


“팀장님, 저희 길거리에서 어깨 부딪쳐서 싸우는 거 아니잖아요? 우리는 철저하게 증거로 싸우는 거예요. 팀장님이 현명하시다면 지금 소리 지르실 때가 아니에요. 제가 무슨 패를 쥐고 있는지 들어야 대비를 하죠”


이렇게 대응하면 상대는 언성을 높일수록 더 불리해지는 상대를 만났구나 깨닫게 된다. 실제로 저 멘트를 날리자마자 불난 냄비에 소화기를 뿌린 듯 팀장은 바로 언성을 낮추고 내 말에 귀 기울였다. 소리 한번 안 지르고 주도권을 가져온 거다.


상대가 언성을 높이면 중간중간에 "진정하시고요 차분히 말씀해보세요" 라는 추임새까지 넣어준다면 나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람이 되고, 상대에게 무식함이라는 프레임을 씌워주는 강력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직장에서 무례한 사람과의 기싸움에 맞설 수 있는 다양한 처세술을 정리해 보았다.


나를 괴롭히는 무례한 사람을 상대하는 게 두렵기도, 피곤하기도 해서 대응하지 못하고 저자세로 사는 사람들이 많다. 당장 나만 참으면 조용히 해결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들의 남은 인생은 엄청나게 불편해진다. 다른 환경으로 옮겨도 또다시 다른 미꾸라지의 타겟이 되기 때문이다. 저자세가 몸에 배면 이마에 ‘약자’라는 낙인을 찍은 것과 같다.


남을 괴롭히는 무례한 사람들은 자존감이 낮고 어딘가 반드시 결핍이 있다. 이들과 붙을 때는 똑같이 격분하지 않고 강아지가 똥오줌을 못 가리니 내가 훈련을 시켜준다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우아하고 현명하게 맞서야 한다.


무례한 사람들은 비겁하기 때문에 단단한 사람을 건드리지 못하며 그 단단한 아우라는 오로지 나의 태도에서 나온다.


나는 무례한 상대를 이기는 기술을 알려주었고

이제부터는 당신의 용기가 필요하다.

당신이 꼭 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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