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서율 Apr 16. 2023

가진 게 많아도 자존감이 낮은 이유

자존감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핵심 키


회사에서 친해진 지 얼마 안 된 윤과 점심을 먹으러 갔을 때였다. 사람 좋아 보였던 윤이 갑자기 식당 종업원한데 퉁명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집게 갖다 달라고 했는데 못 들었어요?"

"아 죄송합니다!"


윤은 직원의 사과에 대꾸도 하지 않고 흘겨보았다. 회사에서 항상 생글생글 웃으며 다니던 윤이 이런 면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던 나는 그녀의 낯선 모습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얼마 안 가 그 쎄함은 점점 수면 위로 드러났는데


윤은 예쁜 여자들을 보면 어디를 고쳤는지부터 찾아내서 망신주기 일쑤였고 명품같이 눈으로 보여지는 겉치레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과시했다. 그녀는 프랑스 유학파 출신이었는데 맘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 불어로 욕을 하며 알아듣지 못하는 걸 보고 우월감을 느꼈다.


당시에 그런 윤을 보며 아주 못된 심보를 가진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녀는 자존감이 낮은 거였다.


-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의 여러 가지 특징들을 나열해 보자면

1. 지나치게 보여지는거를 중시하는 사람

2. 남을 깎아내리는 행위로 자기만족을 채우는 사람

3. 나를 응원하는 사람에게 조차도 시기 질투를 하는 사람

4. 조금이라도 자신이 유리한 위치에 서면 갑질을 일삼는 사람

5. 거짓말을 죄책감 없이 하는 사람

6. 남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포인트에서 발끈하는 사람   


이렇게 다양하게 뒤틀린 성격들의 원인을 딱 하나로 설명한다면 "자존감이 낮다는 것"이다.

대체 자존감이 뭐길래 그거 하나 없다고 만병의 근원 같은 존재가 되는 걸까? 자존감의 뜻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 자존감 (自尊感)
스스로 품위를 지키고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


재미있는 건 높은 지위에 있고 가진 게 많아도 자존감이 높은 것과는 무관하다는 거다. 윤 또한 풍요로운 환경 속에서 성장했는데 자존감이 낮았으니까. 나는 이 부분이 흥미로워 자존감이 낮은 원인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가장 관찰하기 좋은 샘플은 나 자신이었다. 나 또한 자존감이 낮았던 20대를 보냈다. 본질을 깨닫지 못하고 남들에게 보여지는 거에 집착하던 시절이었다. 나는 30대가 되어서야 높은 자존감을 얻을 수 있었는데 신기한 건 자존감이 올라갈수록 겉치레에 점점 무관심해졌다. 겉치레를 포기하고 사는 게 아니라 겉치레보다 더 재밌고 중요한 게 생겼기 때문이었다.


나는 어떤 방법으로 자존감을 높일 수 있었을까? 내가 자존감을 높일 수 있던 가장 중요한 핵심 키는 "성취의 추억"이다. 내 힘으로 직접 무언가를 성취해 본 추억이 많을수록 자신을 점점 신뢰하고 존중하게 되는 것이다. 그게 작은 성취든, 큰 성취든, 얼마나 많은 실패를 겪고 나서 얻은 성취든 상관없다. 결국 끝끝내 이루어냈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


"역시 나야 결국 해내잖아"

"걱정 마, 늘 하던 대로 하면 돼"

"나는 고급인력이라 황무지에 떨궈놔도 다시 창조할 수 있어"


이런 생각이 들며 나 자신을 존중하는 걸 넘어서서 존경하게 되는데 그러면 성격적인 결함들이 자연스럽게 소멸된다. 이미 자신한테 존경받고 있기 때문에 마음가짐과 행동까지도 존경받는 사람답게 변해간다. 그건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 연기하는 게 아닌, 자기 자신에게 부끄러워지지 않도록 지켜내는 신념이다.  




가진 게 많아도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성취하는 과정에는 크게 관심이 없고 당장 손에 주어진 것들에 집착한다. 그들은 과정에 관심이 없으니 인생이 한가해서 남들을 둘러보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그리고 누군가가 힘겹게 이룬 성취를 보고 깎아내리며 자신이 이루지 못한 공허함을 채운다.


이건 마치 낚시와도 같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낚시하는 과정에 몰두하느라 항상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물고기가 잘 잡히는 스팟을 고심하고 낚싯대를 바꿔도 보고 미끼도 연구하며 끊임없이 도전한다.

그렇게 자신이 연구한 낚시법대로 물고기를 낚는 성과를 이룰수록 마음 벅찬 희열과 함께 자신에 대한 신뢰감이 쌓인다. 겨우 한 마리의 물고기를 잡는다 해도 힘겨운 과정을 이겨낸 자기 자신을 존중하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낚시에 애초부터 관심이 없다. 그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통발이다. 자신의 통발과 남의 통발에 들어있는 물고기를 비교하는데 온 신경을 쏟는다. 이들은 자신의 통발에 이미 많은 물고기가 들어있어도 남의 통발에 대어가 담긴 걸 보면 배가 아파 참을 수가 없다. 자신이 가진 풍요를 잊고 남의 통발만 들여다보며 점점 심보가 고약해지는 것이다.


차이는 그뿐만이 아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만의 독창적인 낚시 노하우를 축적해 와서 신념과 줏대가 서있다. 타인이 자신의 낚시법에 훈수를 두어도 필요하면 추가할 수 있는 참고용으로 생각한다. 이미 자신이 일궈낸 성과가 있기 때문에 남의 말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반대로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통발만 비교하고 있느라 자신만의 낚시 노하우가 없다. 그들은 낚싯대를 지고 다니며 남들의 낚시 스팟을 따라다니기 바쁘다. 그러다 누군가 자신의 낚시법에 훈수를 두면 대노할 정도로 크게 휘청인다. 본인조차 자신을 믿지 못하니 남의 말에 큰 타격을 입는 것이다. 그래서 자존감이 낮을수록 옅은 바람에도 쉽게 흔들리고 자신만의 철학과 줏대가 없다.


+ 추가로 나르시시즘을 자존감이 높은 거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나르시시즘은 또 다르다. 그들은 낚싯대를 들고 있는 자기 모습에 심취해 물속을 들여다보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사람들이다.




사람들은 각자 자기만의 복이 있다.

돈복이 좋은 사람, 인복이 좋은 사람, 부모복이 좋은 사람, 재능복이 좋은 사람, 먹을 복이 좋은 사람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남의 통발만 들여다보며 자격지심을 느낀다. 충분히 행복할 자격이 있는 멋진 사람들인데 본인들은 그걸 모르고 산다. 난 그런 게 너무나 안타깝다.


나의 통발에는 작은 물고기 몇 마리뿐이지만 나는 이 물고기들을 정말 정말 사랑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터득한 나만의 낚시법으로 잡은 소중한 물고기들이니까.

나는 이 물고기들을 낚았던 성취의 추억을 원동력으로 언젠간 커다란 대어를 낚을 것이다.  




통발 속을 들여다보던 좁은 시야를 저 넓은 바다로 돌려야 한다. 당신의 힘으로 낚을 수 있는 무궁무진한 물고기들이 기다리고 있다.


자존감은 근거가 있어야 생긴다.

고작 피래미 한 마리를 낚았다 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추억들이 모여 단단한 자존감이 되어준다.


당신의 통발 속에도 성취의 추억이 담긴 소중한 물고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전 03화 진상별 무례한 사람 대처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