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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서율 Jul 17. 2023

편의보다 품위를 좇는 삶

우아하고 멋지게 늙는 사람들


“이거 하나 못해줘!?”

고요한 카페에 울려 퍼지는 드낫없는 고함소리에 고개를 들어 카운터를 보니 6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남성이 카페 직원에게 삿대질을 하고 있다.

역시 특별한 편의를 주장하는 부류는 연령층이 높은 나잇대가 대부분이다.


카페 직원은 곤란하다는 듯, 두 손을 모으고 모두에게 똑같이 해줄 수 없는 편의라고 설명했지만 이미 안하무인이셔서 소용이 없다.  


왜 흔히들 말하는 ‘진상’이라는 부류는 연령층이 높은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걸까?




인간은 나이가 들고 체력이 떨어지면 몸이 편한 상태를 추구하게 된다. 하지만 이 세상은 온갖 절차가 많고 번거로운 일들이 가득하기 때문에 짜증이 잦아진다.


노년에 들어선 사람들은 두 가지의 부류로 나뉘게 되는데 편의를 좇는 부류와, 품위를 좇는 부류로 나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편의를 좇게 된다. 체력이 저하되면 몸이 편한 걸 찾는 건 자연스러운 본능이니까

하지만 본능을 거스르고,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품위를 지키는 소수의 부류가 있는데 이 사람들이 정말 멋지게 나이 드는 사람들이다.


예전에 아흔의 나이에도 열정적으로 강의와 저술, 각종 사회사업을 하고 있는 이시형 박사님의 인터뷰를 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다.


-요즘도 지하철 요금을 내고 타시나요?
"그렇습니다. 지하철이 굉장한 적자라고 들었습니다. 65세 이상은 지하철을 무료승차 할 수 있는데 요즘은 65세를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저는 아직은 현역이기 때문에 나라에 빚을 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현역이라는 자체가 저한테는 큰 정체성의 하나거든요, 그렇다고 다른 사람에게 '지하철 돈 내고 타자'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경로석 없애는 게 좋다고도 하셨네요?
"저는 경로석 근처도 안 갑니다. 일반석에 앉아 있는 젊은이들도 저를 보면 '자리 양보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하는 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아예 출입구 쪽에서 손잡이도 안 잡고 서서 갑니다. 객차가 덜컹덜컹 움직이면 중심을 잡아야 하니까 밸런스 운동도 되죠"


이시형 박사님은 내가 추구하는 멋지게 나이 드는 대표적인 케이스다. 박사님처럼 노년의 끝자락에서도 품위를 좇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단단한 신체와 단단한 정체성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체력을 키워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똑바로 서있거나 걷는 게 힘들어지는데 이렇게 균형감각이 떨어지면 넘어지기 쉽고, 한 번 넘어질 때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몹시 위험하다.


지하철에서 사람들을 우악스럽게 밀치면서까지 자리에 앉으려고 하고, 앞사람 무릎에 가방을 올리며 자리 양보를 대놓고 강요하는 어르신들이 무례해 보이지만 사실은 신체 능력이 떨어지니 어쩔 수 없이 품위보다는 편의를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년부터 노화로 인해 근육량이 줄어들기 시작하는데 하체는 신체의 근육 70%가 밀집돼 있는 부위라 노화가 유독 빨리 온다. 중년의 하체 운동은 근력을 강화시키고 관절을 유연하게 해주며 골밀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골다공증 예방에 효과적이다.


그동안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근력 운동에 소홀했는데 중년을 앞둔 나이에 뒤늦게 홈트레이닝을 시작했다.

홈트레이닝이 간단해 보여도 15분 만에 땀이 날 정도로 고강도 운동들이 많아서 짧은 시간을 들여 효율적인 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강력 추천한다. 지금부터라도 미리 하체 근육을 지켜놔야 나이가 들어서도 편의보다 품위를 좇을 수 있는 체력을 만들 수 있다.




체력만큼 중요한 게 '죽을 때까지 현역'이라는 정체성을 끝까지 지키는 것이다. 나는 원래부터 현역이라는 단어를 좋아하고 자주 사용했는데 이시형 박사님도 현역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셔서 반가웠다.


10년 전 내가 26살이었을 때, 30대가 되면 꺾인다는 소리를 주변 사람들한테 하도 많이 들어서 귀가 아플 정도였다.


"30대가 되면 삶의 수준이 대부분 정해지기 때문에 순응하며 살게 된다"

"30대가 되면 나잇살이 쪄서 펑퍼짐한 옷만 입고 다니게 된다"

"30대 아줌마 나이가 되면 눈치 안 보고 편하게 행동하게 된다"


하지만 10년이 지나고 36살이 된 나는 그들의 말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20대에는 눈앞의 현실에 순응하고 살았지만

30대에 본격적으로 꿈을 좇으며 하고 싶은 일을 해나가고 있고


20대 내내 체중이 50kg에서 멈춰있었는데

30대 중반의 나이에 47kg까지 감량해서 옷핏이 훨씬 좋아졌다.


20대 때 보다 오히려 아줌마의 나이가 된 지금의 나는

주변을 살피고 조심성 있는 정중한 사람이 되었다.


나는 확실히 편의보다는 품위를 좇는 방향으로 나이 들어가고 있는 게 맞는 것 같다.




사람은 자기가 스스로 한계를 만들어 두고 그 테두리 안에서 살아간다.

서른이 넘으면 꺾인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은 요즘 같은 100세 시대에 고작 30프로를 살고 현역에서 은퇴했다고 타협하는 것이다. 그딴 이야기는 들어봤자 인생에서 아무 도움이 안 된다.


나는 숨이 멎는 날까지 가슴에 [현역]이라는 명찰을 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눈이 침침해져서 복잡한 절차들을 이해하기 어려워지면 짜증부터 버럭 내는 노인이 되기보다는

돋보기를 쓰고 변화하는 시대를 공부하는 노인이 될 것이고


몸에 중심을 잡기 힘들어지면 청년들에게 자리 양보를 강요하는 노인이 되기보다는

스쿼트를 열심히 해서 꼿꼿이 허리를 세우고 출입구 쪽에 서있는 노인이 될 것이다.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직장을 구할 수 없게 된다면

봉사활동이라도 나가서 어떤 형태로든 사회에 쓰임이 되는 노인이 될 것이고


가끔 특별한 날에는 고급스러운 수트를 갖춰 입고 하이힐을 신을 수 있는 튼튼한 관절을 가진 멋쟁이 노인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늘 저녁에 스쿼트 100회를 하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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