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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보르미 Jul 08. 2023

구멍 난 바지를 바라보는 시선

누구의 시선이 어긋났나...


연휴를 맞이해서 시댁과 친정이 있는 대구로 출발했다.

연휴 덕분인지 고속도로는 엄청나게 밀렸고, 우리는 7시간을 걸려서 시댁으로 먼저 도착했다.

긴 시간 차에서 보낸 탓에 이미 지칠 대로 지쳐있었지만, 시댁에 도착했으니 식사 준비를 도왔다.

그러다 우연찮게 내 바지에 구멍이 난 걸 확인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드디어 자리에 앉았다.

앉으면서 시어머님도 내 바지를 보셨다.

▶시어머니 - 구멍 난 걸 그냥 입고 다니냐... 좀 꿰매서 입지...



시댁에서의 일정을 끝내고 친정으로 갔다.

장시간의 운전(운전은 남편이 했지만^^;)과 시댁에서의 긴장을 모두 내려놓고 거실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엄마가 내다 주는 음료와 과일을 먹고 있는데 엄마가 내 바지를 보셨다.

▶친정어머니 - 벗어봐라.


이 글은 -시선- 이란 제목으로  2011년쯤 작성한 일기였다...


두 분 모두 재봉틀을 아주 잘 다루시는 분들이고 손수 옷까지 만드시는 분들이라 더 비교가 됐었다.

더군다나 어머님 직업은 수선가게 사장님^^;

역시 이래서 시 짜는 시 짜구나했었던 때....


나는 시어머니에게 딸인 며느리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냥 며느리는 며느리지 무슨 딸이냐 싶어, 어머님이 아무리 편하게 해라, 누워있어라, 하시더라도 난 적정의 선을 지켰고, 사실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저 시선이란 글을 남겼을 적엔

바지의 구멍을 바라보는 두 어머니의 시선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고,

그 기억이 꽤나 오래도록 남았었다....


시간이 지나고...

결혼 10년 차가 훌쩍 넘어갈 때쯤...

나는 그 시선이 타인이 아닌...

나...

나의 시선이 어긋나 있음을 깨닫게 됐다.


시어머님은 선뜻 나에게 바지를 벗으라고 할 수 있는 관계의 사람이 아니었다.

설령 바지를 벗으라고 했다면 난 친정어머니의 벗어봐라는 의미와 다르게 해석했을 거라는 걸.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결혼이란 이름으로 새로운 관계가 형성됐고,

그 관계는 낯설고 어색했고, 내 마음은 어리고, 모자랐다...

시간이 흐르고, 관계가 익숙해지는 만큼 마음이 자라고, 조금씩 커갔다...


시어머님은 이제 나에게 벗어봐라고 하실 것 같고,

난 그 따뜻한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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