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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말산 토끼 May 19. 2021

겨드랑이 아파도 나 이렇게 웃어요

더 대상포진 파트 Ⅱ

치료는 상당히 더뎠다.


항 바이러스제를 링거 형태로 혈관에 폭탄 투여하여 3일 만에 바이러스를 다 죽였던 나와 다르게, 아내는 2주일 넘게 치료를 받았다. 


임산부에게는 약의 등급뿐만 아니라 투여량도 중요하다. 증상이 심하다고 해서 무조건 투여량을 늘일 수가 없는 것이다. 결국, 미량의 약과 임산부 자신의 면역력으로 극복해야만 한다. 


뜨겁고, 간지럽고, 아프고…


그 참혹한 고통을 겪어봐서 다행이었다. 온몸과 마음으로 아내의 고통을 함께 겪을 수 있었다.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험한(?) 환부도 찬찬히 아침저녁으로 살펴보고, 울퉁불퉁 수포가 올라오거나 터진 부위에 약도 발라줄 용기가 있었고, 종일 누워 벅벅 긁으며 고통스러워하는 아내 대신 황폐한(?) 집안을 돌보는 일도 전부 내 몫이었지만 괜찮았다.  


My wife was on fire… 


불에 타는 듯한 통증에 시달리던 아내는 결국 내가 잠든 새벽, 거실로 나가서 상의를 모두 탈의한 후 냉동실의 냉팩을 꺼내 수건을 말아서 겨드랑이에 대고 그 고통을 식혔다(?)고 한다. 

내가 걱정할까 봐 내가 깊이 잠든 후에 몰래…


조금 나아지면 얼른 옷을 다 입고 침대로 돌아와 까무룩 잠이 들고… 

하루하루가 지나도 통증은 줄어들 생각을 않고, 환부는 겨드랑이에서 등, 가슴으로 무섭도록 번져갔으며 아내는 누워서 냉찜질과 긁는 것으로 2주 넘는 시간을 그렇게 아무것도 못하고, 집 안에 갇혀 지냈다. 


나는 기억도 못하지만, 잠결에 부스스 들어와 내 곁에 누운 아내의 손을 내가 꼭 잡아주고 손깍지 껴주면, 아내는 내 옆에 누워 그렇게나 흐느껴 울었다 했다. 아파서가 아니라 나한테, 아기한테 너무 미안해서.  


의사들은 먹는 약 이외에는 효과가 없을 거라고 했지만, 나는 바르는 아시클로버 연고를 사서 매일 아내에게 발라 주었다. 아기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면 0.1%의 가능성만 있어도 그 가능성을 잡고 싶은 몸부림이었다. 

출근 전에, 또 자기 전에 아내의 몸에 연고를 발라주면서 우리는 눈물을 흘렸다. 

나는 아내가 불쌍해서, 아내는 또 아기에게 무슨 일이 있을까 하는 마음에….


타임머신이 있다면, (물론 비트코인이나 부동산 투자를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임신 준비 전 아내에게 예방 접종을 시킬 것이다. 그때의 마음 졸임과 고통은 다시 생각하기도 싫다.


임신을 준비하는 분들은 꼭 예방주사를 맞기를 권한다. 특히, 수두 예방주사는 임산부에게는 금지되어 있으므로, 꼭 임신 전에 접종하여야 한다. 


임산부 예방 접종 일람 (출처 : 마더 세이프 홈페이지)


http://www.mothersafe.or.kr/archives/36668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나의 대상포진 투병기를 소개하겠지만, 결국 대상포진은 면역력 저하이다. 

구체적으로 저체온+영양부족+피로(수면부족)가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


이렇게 약 2주간의 투병생활 끝에 아내는 대상포진을 극복했다. 


하지만, 우리에게 생각도 못한 후유증을 남겼다.


우리는 코로나와 아내의 대상포진으로 인해 가뜩이나 안 하던 외출을 극도로 삼가게 되었다. 

나는 직장까지의 거리가 왕복 140km여서 운전 피로가 상당하였기에, 주중 1~2번은 집과 직장 사이에 있는 본가에서 자고 오곤 했는데, 그 마저도 걱정이 되어 집/회사만을 왕복하였다. 


게다가, 직장에서 갓 관리자로 진급한 터라, 업무가 폭증하여 매일 야근할 수밖에 없었다.

퇴근해서 아내가 하다가 만 집안일을 하고 나면 (주로 고통에 신음하다가 널브러져서 자고 있었다) 밤 12시. 


체력은 점점 고갈되어 가고, 때마침 허리 통증도 찾아왔다. 

그렇게 내 몸은 망가져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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