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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말산 토끼 Jul 19. 2021

또 하나의 난관

Feat. No Pain No Urin

재활치료를 위해 아버지가 다시 오셨다. 아버지의 표정은 밝았다. 


아들이 걱정되어서 잠도 잘 주무시지 못하셨다고 하셨다. 

죄송하고 또 걱정이 되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본격적으로 재활을 하면서 또 하나의 난관이 닥쳐왔다.


소변이었다. 


재활치료를 위해서는 소변줄을 빼야 한다고 했다. 

소변줄을 끼운 채로 재활운동을 하기는 어려우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소변줄 없이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했다. 


소변줄을 빼게 되면, 화장실 갈 때마다 아버지를 깨워야 했다. 

병실 보조침대에서 쭈그리고 제대로 주무시지도 못하시는 아버지를 깨우는 것은 고역이었다.


나의 이런 고민과는 상관없이, 나를 담당하는 인턴(수련의)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소변줄을 빼 주었다.

그리고, 친절하게 말해 주었다.


'아직 방광 기능이 정상이 아니니까, 소변보시기 힘드시면 연락 주세요.'


나는 그 말을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다. 소변은 그냥 나오는 거니까.


소변줄을 뺄 때 아주 짧은 찰나의 고통이 있었고, 빼고 나니 의외로 좋은 점도 있었다.


가장 좋은 점은, 거추장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휠체어로 넘어가거나, 침대로 돌아올 때마다 소변줄이 어딘가에 걸려서 나의 가장 민감한 곳이 수난을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리고, 남보기에도 좀 더 나아 보일 것 같았다. (아마도)

소변줄을 끼고 있으면 많이 아픈 사람 같았으니... (실제로 많이 아픈 사람이지만...)


이런 마음은 채 몇 시간 가지 않았다. 


하체의 신경이 아직 돌아오지 않은 상태라, 소변이 나오지 않는다. 

방광이 가득 차서 아플 지경인데, 막상 변기에 앉아도 감감무소식이다.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끙끙거리다 포기하고, 결국 인턴 의사에게 연락을 했다. 그는 자가도뇨 키트 (CIC)를 가져왔다. 


자가도뇨 


https://www.youtube.com/watch?v=KM5MtROy620 (출처 : 연두의 재활일기)


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상당히 따갑다. 그 작은 요도를 벌리고, 카테터라는 일종의 빨대(?)를 끼워 넣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방광내시경 (특히 경성/Rigid type)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것대로 괴롭다. 


처음에 인턴 의사가 키트를 가지고 왔을 때만 해도, 난 그것을 나의 요도에 끼운다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게다가, 내가 스스로 해야 하다니…


아픔은 찰나였고, 졸졸졸 소변이 나오면서 나의 긴장도 누그러져 갔다.

다음 카테터 삽입 전 까지는...


시간이 지나 다시 카테터를 삽입하여야 하는 상황이 되니, 또다시 공포가 밀려왔다.

한 번에 성공하지 못하면 연약한 피부조직에 계속 자극을 주게 되고, 그러면 통증은 더 커진다.


결국, 몇 번의 실패 끝에 다시 한번 의사의 손을 빌리게 되었다. 


소변을 볼 때마다 의사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는 일인데...

또다시 거대한 장벽 앞에 선 느낌이었다. 


하반신 마비는 단순히 걷지만 못하는 것이 아니었다. 

걷거나 서는 것을 포함하여, 그동안 내가 아무 생각 없이 행해오던 일들을 남의 도움 없이는 할 수 없게 되는 것. 


그에 따른 고통과 상실감, 절망감은 서서히 나를 좀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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