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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말산 토끼 Apr 04. 2023

유튜브

Feat. 손바닥 안의 자유

유튜브의 여러 콘텐츠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이 바로 먹방이다.


먹방 카테고리에는 수많은 스타 먹방러(?)가 있고,

엄청난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인기 카테고리지만  

나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누군가가 먹는 모습을 보며

대리 만족을 하다니…

예전의 나로서는 절대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지금도 먹방을 보지는 않는다.)


아내는 먹방을 좋아한다.

그때의 나는 먹방을 보는 아내를 타박했다.

그렇게 누워서 먹방을 볼 바에는 

차라리 뭔가를 사 먹으라고…


침대에 누운 몸이 되어서야 나는, 

먹방을 보던 아내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갈 수 없는 곳

할 수 없는 일


나에게 유튜브는 자유를 주었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없는 일.
지금의 내가 갈 수 없는 곳.


가장 많이 본 채널은

캠핑, 여행, 재활이었다.


캠핑카를 타고 전국을 여행했고,

남아메리카의 오지를 탐험했으며,

또, 휠체어 생활의 노하우를 배웠다.


여러 채널을 보며 즐거워하다가도

결국은 재활채널로 돌아오게 된다.


Happly Ever After는 없기에...

내 삶을 살아야 하기에...


차가운 현실로 돌아와

나와 같은 처지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핸드폰과 이어폰이 이렇게 소중할 수 없다


재활 유튜브 중에 

가장 즐겨본 채널은 '위라클'이다.


나보다 젊고,

나보다 더 아프고,

나보다 더 잘생겼다.


눈물로 하루를 지내는 나와 달리,

위라클의 주인은 밝았다.


휠체어 신세를 한탄하는 나와 달리,

위라클의 주인은 휠체어 타기를 즐겼다.


우울증이 전염병이라면,

밝음은 백신일까?


하지만, 그의 밝은 미소를 보며

나는 또 눈물을 흘린다. 

누구를 위한 눈물인지 모르겠지만

한바탕 울면서 유튜브를 본다.


한삼을 울다가,

그가 운전하는 장면에서 

나는 희망을 보았다.


다리가 마비되어도,

양팔을 쓸 수 있다면,

양손이 움직인다면,

운전을 할 수가 있었다.


그날밤 나는 

아이와 아내를 태우고 

운전을 하는 꿈을 꾸었다.


모르긴 몰라도,

그날 나는 미소를 띤 채로 잠들었을 것이다.


이렇게 아주 아주 작은 희망이 

마음 한 구석에서 

조용히 싹을 틔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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