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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수 Jan 08. 2023

착한 리더가 빠지는 착각

호의와 오지랖, 그 사이 줄타기 / 인간관계론

추천을 받아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읽게 됐다. 철학서같은 제목과는 달리 책은 작가 데일카네기가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평생을 연구하면서 수집하고 또 인간관계론을 설파하면서 모인 흥미진진한 사례들로 더 나은 인간관계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하나씩 증거한다. 덕분에 '나는 이런 인생을 살아왔고, 인생은 이렇더라'라는 식의 자기계발서라면 몇 장 못읽고 덮는 타입인 나도 후루룩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레몬북스 2022판

요약하자면 책에서 저자는 만국 공통으로 인간이 가진 본능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추구한다. 이를테면 비판하기 전에 상대를 인정해주고, 내가 원하는 것을 요구하기 전에 상대가 진정 원하는게 무엇인지 고민하고 제시하는 방식이다. 어찌보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들은 굉장히 당연한 말이고, 또 굉장히 이상적인 듯 보일 수 있는 내용들이라 생각한다. 읽고난 후 독자가 할 수 있는 것은 크게 2가지. 책의 다양한 방법들 중 하나라도 제시된 사례들처럼 일상 가운데 실천으로 적용해보거나 '이런게 먹히는 시대는 지났다'며 지나가거나. 사실 나는 전자에서 후자의 감상으로 넘어갈지도 모를 단계에서 이 책을 접하게 됐다.




어쩌면 관심, 어쩌면 오지랖

살면서 꽤나 '오지랖'이 넓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아마 그 중에 반정도는 내 성향 자체를 보고 표현한 말일 것이고, 나머지는 말의 유래 그대로 약간의 비꼼이 들어가 있을 것이다. 어느정도냐 하면 자취생활을 10년 가까이하면서 그동안 이웃이었던 빌라 사람들과 여전히 안부를 종종 묻고 지내고 길을 가다 도울일이 보이면 가는 길이 늦었어도 도와야 직성이 풀린다. '착하고 좋은 거 아냐?'라고 생각할만한 자랑거리 같지만, 주변인 입장에서는 꽤나 답답할 노릇이기도 하니까. 이런 성향 덕분에 기본적으로 책에 나오는 방법들을 추구하고 또 많이 적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책에서 성공적인 사례들만 다룬 것과는 달리 이 오지랖의 양면성처럼 내 방식에 호감을 가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도 꽤 된다는 것을 느껴왔다.


예를 들어, 내가 회사에서 팀원들을 대하는 방식같은 경우 이전 직장에서는 팀장으로서 팀을 꽤나 성공적으로 이끌었다고 생각할만큼 내가 추구하는 방식들이 잘 적용된 사례였다. 내 퇴사를 시작으로 지금은 각자 다른 자리에 있는 팀원들과 여전히 주기적으로 자리하며 좋은 관계로 남아있는걸 보면 말이다. 그런데 창업을 하고 나서는 팀 구성과 운영에 꽤 많은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내가 표현하는 호의나 관심이 상대방에게 불필요한 감정들로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양경수, '실어증입니다, 일하기 실어증' 중에서


물론 데일카네기의 방법론이 잘못됐다기 보다는 아직 나의 기술 부족으로 사람마다 적절한 방법과 대처들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탓이겠지만, 기본적으로 애정과 호의를 전제로 다가갔던 사람에게 이런 감정들을 '거절'당하는 경험은 꽤나 상처로 돌아오기 쉽다. 그 상처는 다시금 '잘해줘봐야 아무 소용없다'는 식의 부정적 감정이 되기도 하기 마련. 실제로 주변의 대표들과 팀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이런 식의 반응들이 나올 때가 굉장히 많다. 최근의 추세 또한(적어도 대한민국 직장에서는) 굳이 상대방과 감정을 섞고 싶지 않아하고 필요한 소통만 깔끔하게 전달하고 받는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을 추구하는 추세라고 보이는 것도 리더와 팀원간에 이런 불편한 일들이 계속해서 생기면서 나온 부작용이 아닐까 싶다.


다행히도(?) 아직까지 오지랖이 해가 된 경험보다는 득이 되었던 경험들이 더 크게 남아있기에 기존의 방향성(책에서 나온 원칙들)은 유지하되 언제든 과유불급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 나가고자 한다. 누군가는 의아해할 내 오지랖은 주변에 대한 관심이고, 또 주변에 언제든지 존재하는 기회들을 포착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창업 후 내 고객사들은 대부분이 대외적인 광고나 마케팅을 통해 들어온 것이 아닌, 그저 일상 속에서 일과는 전혀 관계없는 상황들이 업무로 발전한 경우들임을 보면 실보다는 득이 많은 오지랖이 아니겠는가. 더불어 그 사람에게도 기분좋은 오지랖이 되어줄 수 있다면, 다른 보상 없이도 '인류의 총 행복량'을 조금 높였다는 자기 만족으로라도 기분 좋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마케팅 방법론'이라고 제목을 바꿔도 괜찮았을 것 같을만큼 영업직이나 마케터들에게는 한번씩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았던 책. 짧은 감상을 마치며, 데일카네기가 그러했듯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몇가지 관계의 원칙과 그에 대한 생각들을 몇가지 정리해보았다.


1) 내가 싫어하는 일은 상대방에게도 하지 말자

직관적으로 나는 누군가의 피드백을 받는 일을 굉장히 힘들어 한다. 그 사람의 말이 백번 맞아도, 내가 해온 방식이나 만든 결과물에 부정을 받게 되면 책에 나왔듯 어떻게든 반박하려 오기를 부리게 되는 성향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싫어하는 이런 커뮤니케이션은 남에게도 잘 하지 않으려 한다. 헌데 어쩌면 당연한 이 원칙이 사실 일상에서는 '비록 내가 싫어하지만, 살아보니 어쩔 수 없더라'는 식으로 용납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2) 내가 긍정적으로 경험한 방식들은 그대로 흡수하고 실천하자

살면서 누구나 '이 사람 참 멋있다.', '이런 방식 괜찮은데?'라는 생각을 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여기서 생각에 그치지 않고 그 스킬을 복제하고자 노력하는 것 만큼 쉬운 자기계발이 또 있을까 싶다. 내가 직접 느꼈기에 확신이 있고, 몸소 경험했기에 글로 읽는 가르침보다 확실하다. 다만 실천하지 않는 교훈은 아무짝에도 쓸모 없기에 작게라도 따라해보는 습관들이 필요한 것 같다.


3) 어차피 모든 사람들이 날 좋아할 수는 없다, 다만 최선을 다할 뿐

이 책에서는 아쉽게도 최악의 수가 나오진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최선을 다했으나 그 무엇도 개선되지 않는 사례 말이다. 그럴 땐 깔끔하게 포기할 수 있어야 하는데, 깔끔하게 포기하기 위해서는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인만큼 후회없는 과정을 거쳤을 때 정말 후련하게 포기가 된다고 본다. 요즘은 이게 조금 변질되서 '내게 맞는 사람만 찾고 사귈거야'로 확산되는 듯 한데, 결과적으로 무엇이든 내가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어차피 완전한 인간은 없고, 누가 상대방을 더 잘 이해하느냐가 관건이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들을 정리하며 끝으로 이 책에서 핵심이라 생각되는 인용구와 함께 관계로 고민하는 모두가 조금 더 편한 관계들을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무리 해본다. 


사람을 대할 때는 우리가 논리적인 존재를 상대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기억하라. 우리는 감정의 동물이고 자존심과 허영에 자극받아 행동하며 편견으로 가득 찬 존재다. < 인간관계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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