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유안진 詩
시가 있는 공간 / 캘리그라피
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내 청춘의 가지 끝에 나부끼는
그리움을 모아 태우면
어떤 냄새가 날까
바람이 할퀴고 간 사막처럼
침묵하는 내 가슴에
낡은 거문고 줄같은 그대 그리움이
오늘도 이별의 옷자락에 얼룩지는데
애정의 그물로도 가둘 수 없었던 사람아
때없이 밀려오는 이별을
이렇듯 앞에 놓고
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그대를 안을 수 있나
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그대 사랑을 내 것이라 할 수 있나
- 유안진
너는 좋겠다
맑은 하늘 네 것이라서
너는 좋겠다
아직도 노래할 수 있어서
너는 좋겠다
바람과 이야기할 수 있어서
너는 좋겠다
큰 나무 우듬지에
예쁘게 집 지을 수 있어서
너는 좋겠다
꽁꽁 숨어도 찾아주는 술래 있어서
너는 좋겠다
때마다 사랑할 수 있어서.
천천히 하나씩 청소를 했습니다.
겨우내 깔아두었던 러그를 치우고, 흩어져있던 많은 것들을 주워 담고 정리하고, 먼지를 떨고 청소기를 밀고.
베란다에 사는 화분에 물도 주었습니다. 아프거나 날카롭게 베어진 모습들은 속절없이 미안함을 불러오고, 그래도 그 와중에 꽃을 피운 너를 보니 왈칵 고마움도 들었습니다.
아침부터 불청객이 찾아왔습니다. 내쫓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내 안에 살고 있는 녀석이라 떼어낼 수가 없었습니다. 부산스럽게 몸을 움직였습니다. 그 녀석에게 시간을 내어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 녀석은 누구일까요, 아니 무엇일까요. 형체는 있는 걸까요.
5월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도시가스가 알려주었습니다. 매월 1일은 도시가스 검침일이거든요. 그것도 모르고 오늘을 보냈습니다. 줄기차게 흔드는 그 녀석을 외면하느라 잊고 있었습니다.
어지러운 마음을 달랠 길이 없었습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그 녀석의 그림자는 나를 놓아주지 않았거든요. 불현듯 한 번씩 나를 몰아치는 그 녀석을 달래서 돌려보내고 싶은데, 오늘따라 고집도 세고 힘도 무척이나 셉니다.
외로움은 끈질기고 그리움은 5월을 데려왔습니다. 시나브로 6월도 데려오겠지요. 그냥 묵묵히 그저 그렇게 1도 관심 없다는 듯 하루를 채웁니다.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니까요.
준비되지 않은 감정은 늘 당황스럽습니다. 전전긍긍, 초조 불안, 좌불안석.
모래바람이 황량한 가슴을 쓸어갑니다.
'괜찮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 날도 있는 거죠. 지나는 길의 한 점일 뿐인 거죠.
그날이 오늘 일뿐입니다.
오늘은 언제고 또 닥칠 것입니다.
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하는지는 나도 알지 못합니다.
당신이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하는지 당신은 알고 있나요.
꿀꺽
오늘을 삼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