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죠앤 Sep 27. 2022

벼락부자를 꿈꾸다 철이 들었네

프롤로그 


"삐리릭! 생각 오류가 감지되었습니다. 당장 정신차리고 앞을 똑바로 보십시오!"


2020년 봄, 인생에 비상등이 울렸어요.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세식구가 집에 붙어있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다행히 넓은 집으로 오면서 서로의 여유공간이 충분해서 다행이라 생각했죠. 아이와 부대끼며 놀거나 세끼 밥을 차리면서 하루 하루가 지나갔어요. 어느 날, 큰 창가에서 쏟아지는 햇살 아래에 책을 읽는 아이의 모습이 너무 눈부시더라고요. ‘조그맣게 태어나 애 태우더니 언제 저렇게 컸을까. 내 손가락 한마디에 아이 다섯손가락이 꽉 찼었는데.’ 

어느새 제법 소녀처럼 변한 아이의 얼굴을 보며 옛 기억을 더듬던 차였죠. 


‘우리 얘도 2년 뒤엔 벌써 10살이구나. 그 전에 근사하게 방도 꾸며주고 …가만있자, 그때도 이 집에 살고 있을까? 전세금이 안 맞으면 이사를 또 가겠지?’ 

평화로운 아이 얼굴에 순간적으로 저의 10살 모습이 오버랩이 되었어요. 돈걱정없이 살다가 아빠의 일이 잘못되며 급격하게 어려워졌던 저의 열 살. 여름을 앞둔 어느 날, 아빠가 잠들기 전에 말씀하셨어요. 


“우리 내일 이사가. 지금보다 작은 집으로 갈 거야.” 


어린 나이였지만 무언가 우리집이 어려워졌다는 것을 눈치챘죠. 부모님 모두 상황변화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으셨지만 ‘육감’이라는 게 있잖아요. 앞으로 좋아하는 공부를 마음껏 하면 안 되고 갖고 싶은 물건을 사달라고 쉽게 말하면 안 되겠다는 것을 감으로 알게 되었던 시기였죠. 아이의 모습을 보며 제 어린시절이 떠오르더라고요. 2년뒤 전세만기 시점이 아이의 열살이었거든요. 

‘아이의 열 살이 나의 열살처럼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지금의 이 눈부신 모습이 눈물로 바뀌는 건 아닐까?’ 순간 땅! 땅! 머리속에 경종이 울리며 누군가가 제 머리채를 잡고 확 끌어당기는 것 같았어요.


“야! 정신차려!”


등골이 오싹해진 날이었어요. 그 날 저녁, 현재의 상황을 아주 냉정하게 정리해보기로 했어요. 

그 동안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사실을 내 손으로 꾹꾹 눌러 담아 써보았죠. 

‘경력 없음, 집 없음, 돈 없음.’ 

3종 팩트로 심플하게 정리가 되네요. 사실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도 애써 등돌렸던 사실이었죠. 그런데 참 이상했어요. 솔직하게 제 상황을 마주하고 나자 차라리 홀가분한 기분이었어요. 비참하게 눈물이라도 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이게 지금의 나구나.’ 아무것도 없는 無의 상태이니 얼마나 가볍겠어요. 이제 앞으로 묵직하게 채울 일만 남은 거죠.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고민하지도 않았어요. ‘돈이 없으니 빨리 돈부터 벌어야겠다!’ 

오로지 ‘돈’으로 결론을 내렸어요. 

사실 그때의 경종은 빨리 집 사고 돈 벌기만 하라는 신호는 아니었는데 말이죠. 이제부터 삶의 기준을 똑바로 세우고 정신차리며 살라는 신호였는데 저는 오로지 돈벌이에만 꽂혔지 뭐 에요. 하루라도 빨리 벼락부자가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의 삶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졌을까요? 사실 얼마 벌었는지가 가장 궁금하시겠죠? 


본래 이런 이야기는 “열심히 하루하루 살아서 드디어 100억 자산을 만들었어요!” 정도는 말해야 감동적인 성공신화가 될 텐데 말이죠. 그런 기대를 하셨다면 죄송하지만, 저는 여전히 발버둥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호기롭게 한 부동산 투자는 금리가 올라가고 모든 상황이 좋지 않아지는 걸 보며 이게 정말 잘한 건지 머리를 쥐어뜯고 있고요, 주식은 쳐다보지 않은 지 오래되었네요. 김치 묵히듯이 푹 묵혀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스마트 스토어, 블로그 상위노출, 퍼스널 브랜딩 등등 돈을 벌 수 있다는 강의에 아낌없이 지갑을 열며 지내오며 배우게 된 지식은 ‘무작정 쫓아 하지 말자’였어요. 


열심히 배웠는데 남아 있는 건 돈이 가득 쌓인 통장이 아닌 꼭두각시 인형 같은 제 모습이더라고요. 

내 기준 없이 시키는 대로 했더니 딱히 좋은 결과가 없었죠. 그때서야 경종의 뜻을 알게 됩니다. 

‘너 답게 살아라! 제발!’ 이라는 뜻이었죠. 제가 뒤늦게 공부한다고 발버둥치는 걸 보며 이제 정신 차리고 사나 싶었을 텐데 하늘도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벼락처럼 정신 바짝 차리라는 신호를 주었는데도 벼락부자 꿈이나 꾸고 있다니! 쯧쯧쯧…’ 혀를 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 답게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사방팔방 뛰어다녔어요. 그 시간이 어느 덧 600일이 흘렀네요. 처음부터 계획을 착착 세우고 잘했을 리는 당연히 없죠. 몸으로 부딪혀봐야 배우는 스타일인지라 이불 킥을 몇 번이고 했는지 몰라요. 그럼에도 어떻게 이 시간을 버텼냐고요? 

한 가지 결심했거든요. ‘멈추지는 말자’고요. 제가 멈춘다고 해서 누구도 손가락질안하고 큰 일도 안 나겠지만, 멈추게 되면 다시 뒤로 후진하고 만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들더라고요. 더 이상 뒤로 갈 곳도 없었어요. 

큰 돈을 물려주지 못할 망정 포기하고 주저앉는 모습마저 아이에게 보이지 말자 싶었죠. 못해도 무조건 앞으로 가기. 그 결심은 확실히 했습니다. 


‘삽질하고 있네.’라는 말이 있죠? 이 말은 원래 긍정적인 말은 아니죠. 헛된 일을 하고 있다는 표현이잖아요. 처음 좌충우돌하며 덤벼들 때 딱 제 모습이 ‘삽질’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사람들은 빠른 시간안에 척척 멋진 결과도 내던데 나는 왜 이렇게 삽질만 하는 건지 싶었어요. 하지만 생각도 고쳐 보기로 했죠. 멈추지 않기로 결심했으니 삽질도 계속 해보기로요. 그래야 금광도 찾고 씨앗도 심어보지 않겠어요?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찾아 기꺼이 삽질을 했어요. 겁내거나 머뭇거리는 시간에 삽질 한 번 더 했죠. 그렇게 제 앞에 펼쳐진 땅을 파보기 시작합니다. 꿈쩍없는 곳도 있지만, 싹이 트거나 작은 꽃을 피워내는 땅도 생기네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할 수 있는 일도 발견하기 시작하자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바뀌었어요. 생각보다 제가 괜찮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더라고요. 그러자 심장이 뛰기 시작했어요. 꼭두각시 인형이 손과 발에 묶인 줄을 끊어내고 드디어 스스로 움직이게 되었답니다. 


지난 40년의 인생을 아무 생각없이 누군가 시키는 대로 살았다면, 남은 40년은 이렇게 저만의 즐거운 삽질을 하며 살아가려고요. 이 삽질로 과연 금광을 찾게 될지 말지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기로 했어요. 삶에서 중요한 건 ‘나 답게 살기’이지 돈이 최우선은 아니라는 것을 배우고 있으니까요. 벼락부자 한번 되어보겠다며 덤벼든 시간 속에서 저는 ‘경험부자’가 되면서 철들기 시작했네요. 


고군분투 이야기가 아닌 멋진 성공신화도 아닌, 지금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엄마의 이야기를 펼쳐 보려 해요. 저처럼 해보라고, 이게 정답이라고 강요 드리지 않아요. 각자 자기만의 살아가는 방식이 있으니까요. 다만 이 말은 꼭 드리고 싶어요. 누구처럼 되려고 애쓰지 말고, 누군가에게 기대지도 말고 나에게 집중해보라고요. 그리고 무엇이든 시작해보고 작은 경험을 쌓아 보시라고요. 경험을 통해 충분히 멋지고 괜찮은 나를 발견하게 되거든요. 


우리 안에는 ‘셀룰라이트 덩어리’만 있는 게 아니에요. 

눈부신 가능성의 보석들이 가득하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꼭 찾아내길 바랍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