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오늘만 살 것 같이, 또는 영원히 살 것 같이 행동하는 경우가 꽤 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에 오늘만 있는 것이 아니고, 그렇다고 영원히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 사실을 망각하고 살기 때문에 누군가와의 관계에 있어서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나는 아주 사소한 일로 아내와 다툰 적이 있었다. 대화 중 의견 차이가 있었는데, 나는 마치 그 순간만 존재하는 것처럼 아내의 말투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리고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내와 함께 있던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버렸다. 아내 역시 기분 나쁜 건 마찬가지였고 그 뒤로 우리 둘은 며칠간 한 마디 대화도 하지 않았다. 나는 아내와의 냉전기간 동안 아내와의 대화 내용, 말 투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마음속 화를 계속 유지해나갔다. 집에서 밥도 먹지 않았고, 아내와 마주치기도 싫어 자정이 다 되어서야 귀가를 하곤 했다.
내가 기분이 나쁜 건 충분한 명분이 있는 거라 여겼지만, 점차 불편한 것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퇴근 후 집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 머무는 동안 처음 한 두 번은 혼자서 술도 마시고, 다른 사람들과 저녁 약속을 잡기도 했지만 매일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며칠이 지나자 더는 갈 곳도 없었고 밖에 오래 있다 보니 배도 고팠다.
점차 나의 화는 수그러들기 시작했고,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조금만 참았으면 어땠을까? 내가 아내를 좀 더 이해하려고 노력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후회로 바뀌기 시작했다. 아내와의 다툼은 내가 오늘만 존재하는 것처럼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의 감정에만 충실하지 않고 좀 더 멀리 내다볼 수 있었다면 아마도 아내와 크게 싸울 일도 없었을 것이다.
반대의 상황도 종종 마주하곤 한다. 보통 직장이나 일터에서 발생한다. 다른 사람과 함께 일을 하다 보면 모든 사람들과 관계가 좋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제법 생긴다. 특히 업무 스타일이나 성격이 다른 상사나 동료와의 관계가 그렇다. 그들과 마음의 벽이 생기거나 갈등 상황에 놓이게 되면 그 순간이 영원한 것처럼 느껴진다. 싫어하는 사람과 한 공간에서 같은 팀으로 일하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만일 밀폐된 공간에 단 둘만 있어야 한다면 어떨까? 아마도 잠깐이라도 함께 있는 시간이 정말 영원처럼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영원히 존재할 수 없듯이 어느 곳이든 우리가 머무는 시간은 정해져 있는 법이다. 지금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누군가가 있다면 내가 혹은 그 사람이 곧 그곳을 떠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자. 그럼 마음이 훨씬 가벼워질 것이다
살면서 우리는 숱하게 많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어쩔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감정을 가진 인간이기 때문이다. 좋은 감정도 나쁜 감정도 느낄 수 있어야 인간이다. 그러나 그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그래야만 많은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 수 있다. 누군가와 위태로운 순간을 마주할 때 꼭 이 사실만 기억하자.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영원하지도 오늘만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