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범용기술로 향해 가는 여정
거친 날것의 붓질이 색감을 흩뿌려 뻗어내는 것처럼, 세상의 모든 '혁신'은 총체적인 '확산'을 꿈꿉니다.
'확산'이야말로 모든 '혁신'의 꿈입니다.
탄생한 '혁신'이 '확산'되지 못하면 범용화 되지 못하고, 시나브로 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세그웨이(segway)를 기억하실 겁니다. 2001년에 혁신적인 개인 전동 스쿠터로 설계되었습니다.
인류를 '포노사피엔스'로 만들어버린 스티브 잡스도 한 때는 "PC 이후 가장 놀라운 기술"이라고 격찬했었지만, 도시 인프라에 맞는 안전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비싼 가격대비 제한적인 사용성으로 인해 결국 사라졌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 구글 글래스도 있습니다.
이 또한, 2012년에 등장했지만 높은 가격에다,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이 큰 문제가 되어 범용화 되지 못했습니다.
기술 발전에 대한 스토리들은 혁신에 대한 얘기들이 주도하지만, 실제로는 그 기술을 사회 전반에 얼마나 잘 확산시키는지가 더 중요한 것입니다.
롱텀으로 보면 이러한 확산의 패턴이 보다 명확히 인식됩니다.
기술 범용화의 힘은 산업혁명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제1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철공업(ironworking)이 주요 범용기술이었습니다. 농업과 제조업의 기계화를 가능하게 만든 핵심 기술로 작용했습니다.
19세기 후반, 제2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두 가지 주요 범용기술이 등장했습니다.
하나는 전기, 다른 하나는 공작 기계(machine tools)였는데, 이 기술들은 특히 미국의 경제 성장을 크게 촉진했습니다.
20세기 제3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컴퓨터와 디지털 기술이 새로운 범용기술로 부상했습니다. 특히 개인용 컴퓨터(PC)의 보급은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제는 피부로 느껴지고 있듯, 인공지능이 새로운 범용기술의 차세대 주자로 부상했습니다.
AI는 이미 '모든 것의 엔진'(Everything engine)이란 워딩과 함께 범용화를 향해 힘껏 전진(AVANTE!)하고 있습니다.
제프리 딩(Jeffrey Ding) 조지워싱턴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는 'Technology and the Rise of Great Powers'(2024)라는 책에서, 기술 혁명이 강대국 간 경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제시합니다.
기존 이론들이 혁신의 순간과 발명의 최초 구현에 집중한 것과 달리, 딩교수는 국가들이 대규모로 그 기술들을 적용하고 수용해 나가는 ‘확산’ 능력에 주목합니다.
그는 역사적으로 10가지 주요 범용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ies, GPTs)이 있었다고 봅니다.
바퀴, 문자, 청동기, 철기, 증기기관, 전기, 컴퓨터, 생명공학, 나노기술, 인공지능이 바로 그 범용타이틀을 획득했습니다.
한 국가의 경제 성장을 결정짓는 것은 선도 부문'에서의 혁신이 아니라, 이러한 범용기술을 전체 경제에 얼마나 잘 '확산'시키는지가 좌우한다고 분석합니다.
단일 목적 도구와 달리, 범용기술은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고 경제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미국과 중국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기술패권 경쟁 또한 혁신기술의 범용화을 향한 질주라고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18세기 영국의 철공업, 19세기 미국의 기계 공학, 20세기의 컴퓨터 과학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기술의 성공적인 확산은 관련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교육 인프라의 존재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고 합니다.
교육인프라를 통한 인적자본이 확충되고, 이들이 대기업에 이어 산업전반에 걸쳐 포진되면서 범용기술로 확산되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기업의 투자, 제도적 지원 등도 함께 뒷받침되어야 함은 물론입니다.
확산을 위해서는 기술의 사회적 수용성 측면인 유용성과 신뢰성 또한 중요합니다.
삶의 실제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하는 유용성과 함께, 공동체의 사회적・윤리적 가치를 보호하는 신뢰성도 보장될 필요성이 있습니다.
교육인프라 구축과 인적자본 확충이라는 측면에서, 스탠퍼드대 인간중심 AI연구소(HAI)가 발표한 'AI 인덱스 2024' 보고서는 우리에게 깊은 고민거리를 제시합니다.
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AI 인재 유출이 심각한 국가 중 하나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의 AI 인재 이동지표는 -0.3을 기록했습니다. 해외로 유출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AI대학원 졸업자 40%가 해외로 떠났다는 연구결과도 기사화 된 적이 있습니다(한국경제 24. 5. 2.자 기사).
연봉격차, 연구환경, 투자부족, 채용기회부족 등이 한국을 떠나는 이유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재 유출이 한국의 산업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우려됩니다.
특히, AI 기술이 차세대 범용기술로 자리잡아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확산되고 있는 전세계적 현상 앞에서, 그들이 집을 떠날수 밖에 없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양 극단을 향해 치닫는 혼란한 정치 상황, 의대쏠림 등 현상에 답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그 나비효과가 과연 어떻게 나타날까요?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는 경영학의 구루 피터드러커의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기를 소망합니다.